소리꾼들, 아이돌이 되다

(팝콘뉴스=김진경 기자)[편집자 주: 'MZ팬덤을찾아서'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함께 진화하는 팬덤의 양상을 분석한다. 최근에는 비단 연예인이나 방송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소위 '연반인(연예인 반 일반인 반의 줄임말)'을 대상으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단순히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는 응원 문화가 아닌 콘텐츠의 지형을 톺아보고자 한다.]

국악이라면 전통문화라는 타이틀에 갇혀 고루하다는 인식이 크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화제의 중심이었던 방송 KBS1 '조선팝-드랍더 비트',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을 비롯해 국악을 대중적으로 해석하는 시도는 그동안 꾸준히 계속됐다. 최근에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어 호사가나 코어 팬을 넘어서 대중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새로운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명실상부 국악계의 '아이돌'이 있다. 그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국악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발전과 새로움을 성취했는지 알 수 있다.

▲ 이날치,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공연 모습(사진=유튜브 채널 '온스테이지ONSTAGE') © 팝콘뉴스


1# 범처럼 내려온 세계적인 조선팝, 이날치

네 명의 보컬과 베이스 한 명, 드럼 한 명으로 구성된 독특한 조합의 팝 밴드로 이는 판소리가 타악기 담당인 고수 1명과 보컬인 소리꾼 1명으로 구성되는 것에 영감을 받은 조합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9년 싱글 앨범 '어류'로 데뷔해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에 선정되는 등 소위 '대중음악성'을 인정받은 크로스오버 밴드이자 '국악힙합', '조선팝'이란 용어를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어느날 일어나 보니 스타가 되었다'라는 풍문에 어울리는 스타 탄생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만든 'Feel the Rhythm of Korea: SEOUL'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홍보 영상에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노래가 쓰이면서 세계적인 바이럴 영상이 되고 스타덤에 올랐다. 영어로 방송 중인 공식 계정에서 해당 영상은 2022년 4월 22일 현재 4847만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고, 한국관광공사TV 유튜브 채널에서는 누적 조회수 207만 회를 기록했다. 한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조선팝 내지는 조선힙합이라는 새롭고 묘한 매력의 문화에 열광하게 했다. 그러나 이런 열광과 성공이 갑자기 일어난 횡재는 아니다. 이런 기회가 온 것은 이날치가 국악과 대중음악 둘을 잇는 역량이 뛰어났고 준비된 음악인이었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 서도밴드(사진=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 © 팝콘뉴스


#2 국악을 록밴드처럼 즐기는, 서도밴드

한 명의 보컬과 5명의 악기 연주자, 총 6명의 남성이 모인 그룹으로 전형적인 모던록밴드 구성이 돋보인다. 지난해 12월 종료한 방송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해 국악의 대중성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밴드의 유일한 보컬이자 리더 격인 뮤지션 서도는 다섯 살 때부터 판소리를 시작해 국악중학교를 졸업한 이른바 전통 국악을 공부한 케이스라서 크로스오버 밴드이면서도 국악의 한 갈래로 인정받고 있다. 이후 동아방송예술대학의 실용음악과 작곡을 전공해 국악과 대중음악의 접목을 연구해왔다고 매체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과거 행보와 더불어 '풍류대장'에서는 록밴드 같은 폭발적이고 열정적인 무대 매너와 국악과 서양 악기의 조합에서 나오는 강렬한 사운드로 꾸준히 호평받아 다른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1위를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 김준수(사진=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 © 팝콘뉴스


#3 소리·스토리텔링·외모 전부 갖춘 국악계 아이돌, 김준수

국악인 김준수도 '풍류대장'에 출연해 전통성과 참신한 스토리텔링, 소리 등 모든 요소를 두루 갖춘 무대라는 심사위원의 극찬을 끌어냈다. 대학교 3학년 때 국립창극단에 최연소로 입단해 그리스 비극을 판소리로 재해석한 '트로이의 연인들'에서 미녀 헬레네 역을, 중국의 경극을 판소리로 풀어낸 '패왕별희'에서 여주인공 우희 역을 연기하는 등 성별을 뛰어넘는 젠더크로싱 연기로도 호평받고 있다.

이 밖에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KBS2 '불후의 명곡',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다양한 예능 방송에 출연해 판소리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 국악계 아이돌이란 말을 처음 유행시켰다. 2022년 2월까지 공연했던 뮤지컬 '곤 투모로우'에서는 고종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크로스오버 음악 앨범부터 전통 창극, 뮤지컬까지 장르에 따라 적응력이 뛰어나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해내는 전천후 국악인이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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