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반려동물 장례문화 선도하는 '21그램'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만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짝꿍)'라 고백하기도 합니다. 가족과 친구. 이 두 단어에는 아무래도 '사랑'과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 하나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 다른 생명을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짝 히어로]는 이처럼 사람과 동물 간의 특별한 사연들로 채워 나갑니다. 동물 관련 유의미한 일을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들도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기록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과 동물의 '온전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 권신구 대표와 이윤호 이사. 같은 대학원과 건축사무소에 다니다 결국 사업 파트너까지 됐다.(사진=21그램) © 팝콘뉴스


동물의 죽음도 사람과 다르지 않아

"10년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건축 일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동물 장례식장'이라는 다소 생소한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대체 동물 장례식장은 어떤 곳인가 하고 답사를 다녔습니다. 제 눈으로 본 동물 장례식장은 이런 데서 장례라는 게 가능한가 싶은 정도로 열악하고 낙후된 곳들이었습니다. 당시 저 또한 부모님 여동생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아 우리 집 개는 이런 곳에서 장례를 치러 주고 싶지는 않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마 그때가 21그램의 태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21그램 권신구 대표

21그램. 영혼에 무게가 있다면 이만큼일까?

1907년, 미국의 의사 던컨 맥두걸(Duncan MacDougall, 1866~1920) 박사는 한 잡지에 영혼의 무게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환자 여섯 명의 생전 그리고 사후 몸무게를 공개했는데 공교롭게도 여섯 명 모두 21그램의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물론 이를 과학적인 근거로 보고 신뢰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문제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21그램'의 무게는 어쩐지 가볍게 여길 수 없을 터.

'21그램'은 건축사였던 두 남자가 무지개다리 건너 제 별로 돌아가는 동물들을 위한 '동물 장례식장'의 상호이자, 이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동물 장례문화를 선도하는 브랜드다.

'21그램 동물 장례식장'은 예식의 기간만 다를 뿐, 사람 장례와 다름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1세대인 아롱이천국 동물 장례식장을 리노베이션 한 21그램 경기도 광주 1호점은 2020년 10월 5일 건물 위로 일곱 빛깔 무지개를 띄웠다.

건축을 전공한 권신구 대표와 이윤호 이사는 직접 건물을 설계했다. 장례를 위한 시설은 대부분 최고급이다. 모든 장례에는 담당 장례지도사 배정된다. 가족이 원하면 염습 등의 과정을 참관할 수 있다.

마음껏 슬퍼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떠나보내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공간 또한 이곳 21그램에서는 여유롭게 갖춰두고 있다.

이처럼 21그램은 떠난 반려동물 그리고 남은 반려인 모두를 생각하고 있다.

▲ 반려동물 장례식장 21그램. 경기도 광주시에 1호점이, 천안 아산에 2호점이 올 1월 문을 열었다.(사진=21그램) © 팝콘뉴스


많은 동물 장례업체가 홈페이지 등에 표기된 비용 외에 현장에서 추가 비용을 받는 일과는 달리 21그램은 반려동물의 무게를 15kg 이하, 15kg 이상으로 나눠 장례비용을 책정했다. 원하는 반려인을 위해 옵션을 갖춰두고는 있으나 이를 권하는 일은 없다. 동물의 죽음이 존엄해지려면 반려인의 슬픔이 돈 앞에서 낙담이나 좌절, 화로 달라지는 일을 애초에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회사의 가치관이 여기에서 나타난다.

물론 '고급' 이미지를 보고 찾는 고객을 위해 전문 목공소에서 제작한 최고급 오동나무 관과 의류 전문 디자이너가 만든 100% 천연 수의, 부패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유골함, 떠난 반려동물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추모 보석 '루세떼' 가공 등 타 업체와의 차별점은 분명히 있다.

아직 많은 동물이 길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생을 달리하고 소각처리 되는 현실에 반려동물의 장례식 그리고 반려동물을 잃고 슬퍼하는 이를 대하는 대한민국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1월 천안 아산에 21그램 2호점이 250평 규모로 조성된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 반려동물 장례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조금 더 좋은 시설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변화를 짐작하게 한다.

결국 인간의 삶을 이야기할 때 더 이상 동물의 죽음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 21그램이 지난해 GS25를 통해 선보인 '기초수습키트' (사진=21그램) © 팝콘뉴스


21그램은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기 전 죽은 동물을 어떻게 다룰지 막막한 반려인들을 위해 '기초수습키트'를 개발, 지난해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GS25와 협력해 만들어진 '기초수습키트_21그램'은 이별 준비 가이드북, 기초수습 도구(멸균거즈, 에탄올 세정 티슈), 운구용 방수 가방(소형, 중형 동물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별준비 가이드북에는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부터 반려동물이 떠나기 전 보이는 주요 증상과 집에 어린아이나 다른 반려동물이 있을 때 그리고 이별의 순간을 보여줘야 하는지와 같은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궁금할 법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21그램 기초수습키트는 업체의 이익을 위해 개발된 상품은 아니지만, 어느새 21그램 대표 브랜드와 같이 명성을 얻고 있다. 어쩌면 '대한민국 동물 장례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21그램의 기치는 기초수습키트를 통해 반려인들에게 가닿는지도 모르겠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24시간 동물병원들도 운영시간을 단축하고, 그래서 밤사이 운명한 아이들을 혼자 어떻게 감당할 수 없는 반려인들을 위해 최소한의 도움을 드리고자 개발한 것이 기초수습키트"라고 설명했다.

21그램은 지난 3월 울진 화재 당시 현장의 동물 사체 수습을 위해 기초수습키트와 함께 후원금을 지원했다. 21그램이 지향하는 대한민국 반려동물 장례문화의 가장 아래에는 결국 동물의 존엄한 죽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의 이어진 말이다.

▲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해 근무하는 직원(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이 밖에도 21그램은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느끼는 우울감)을 겪는 반려인들을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비롯해 반려동물 사망 직후 기초적인 수습 방법 등에 관한 원데이 클래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21그램은 지난해 11월 '동물복지대상 농림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21그램 권신구 대표는 "반려동물을 잘 키우는 것만큼 잘 떠나보내는 게 중요하다"며 "21그램은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돕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이 땅의 모든 동물이 폐기물 처리 방식이 아닌 최소한의 존엄을 바탕으로 떠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 독자 여러분 주변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주저 말고 아래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동물의 개인기나 생김 등에 대해서는 제보받지 않습니다. 박윤미 기자 yoom1730@hanmail.net[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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