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노량진수산시장을 지켜온 터줏대감, 수원상회

(팝콘뉴스=강나은 기자)노량진수산시장이 여느 재래시장과 같은 시장으로 생겨났을 때부터 수원상회는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 바닷가 도시를 딴 수많은 상호가 모여있는 중에서 바닷가도 아닌, 손맛이 좋기로 유명한 지역도 아닌 수원상회가 일본대사관 등 굵직한 거래처를 잡아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신선한 생물을 취급한다는 것에 있다. 아직도 경매장에 나가 늘 신선한 생물을 구해 오고, 이를 바탕으로 믿을 만한 거래를 이어가는 수원상회에서 힘든 시기를 넘을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보았다.

가까운 곳, 어쩌면 허름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왔고, 어쩌면 100년 넘게 이어질 우리 이웃은 가게를 운영하며 어떤 사연을 쌓아 왔을까요. 힘든 시기에 몸도 마음도 지친 소상공인은 물론, 마음 따뜻한 사연 있는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 백년가게: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평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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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수산시장과 함께 시작된 수원상회의 역사


남대문과 동대문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던 이석재 대표는 1975년 노량진수산시장이 처음 생겼을 때,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옮겨와 수산물 가게를 열었다. 그리고는 '수원상회'라고 이름 붙였다. 산지에서 직접 가져온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대부분의 상호는 바닷가 도시나 지역의 이름을 땄지만, 이석재 대표가 자기 고향인 수원의 이름을 건 것은 고향을 걸고 장사할 만큼 수산물의 신선도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수원에서 상경하셔서 동대문과 남대문 등에서 수산물을 판매하시기 시작하셨어요. 그러시다가 노량진시장이 생겼을 때 가게를 인수하신 거죠. 그때만 해도 재래시장 그 자체였다고 하더라고요."

먹고 살기 힘들었던 당시, 생선은 귀한 식자재였다. 지금처럼 활어를 판다는 것은 예상할 수도 없었던 시기였고, 좌판에는 주로 고등어, 갈치 등이 죽은 채로 올라갔다. 그래도 고급음식점에서만 생선을 다루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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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사관에서 인정한 신선함


이후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 생선은 서민의 음식 중 하나가 되었고, 좌판 대신 수족관에, 죽은 생선 대신 활어가 채워졌다. 그중에서도 수원상회는 신선도 높은 고급 어종을 다루기로 유명했다. 그렇다 보니 귀한 자리에 회를 올려야 할 때, 수원상회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그중 한 곳이 일본대사관이다. 스시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대사로 우리나라에 왔을 때, 입맛에 맞는 가게를 고르고 고르다 만난 곳이 수원상회였다고 한다.

"80년대부터 일본대사관에 납품하기 시작했는데요. 일본 대사를 위해 준비해야 해서 신선도와 식감 등을 맞추기가 굉장히 까다로워요. 게다가 대사가 중간중간 계속 바뀌고, 그 주방장 역시도 계속해서 바뀌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수원상회에서 납품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희 수원상회에서 판매하는 많은 횟감과 해산물의 품질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겠죠."

이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1대 이석재 대표는 아직도 직접 물건을 사들여서 조달하고 있다. 오랜 시간 수산물을 다뤄온 경험을 이용해 더욱 신선한 수산물을 감별해내는 감각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사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힘든 일, 힘들 때도 많았다. IMF 때 회는 사치스러운 음식으로 꼽혀 판매량이 뚝 끊겼고,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들이 시장을 찾기보다는 온라인으로 배송받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황기에 계속 수원상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기존까지 높은 신뢰를 통해 사로잡았던 단골들의 힘이었다.

"아무래도 기존에 쌓아두었던 단골 위주로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죠. 그리고 한 달 내내 생선을 안 먹을 수는 없다 보니 큰 어려움은 없이 잘 버텨냈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대규모의 납품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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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은 품질


2020년부터는 2대 이호준 대표가 1대 이석재 대표에 이어 가업을 승계해 수원상회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0여 년간 수원상회에서 일하고, 물려받은 지는 2년 된 지금 그는 달라진 사람들의 식성에 맞춰 수산물 코너를 꾸미고 있다. 그래서 수원상회에서는 광어, 우럭, 도미 등의 활어는 물론, 킹크랩, 대게, 조개 등 갑각류와 어패류도 다루고 있다. 과거에는 무난한 활어류가 많이 판매되었다면,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수입산도 들어오게 되면서 갑각류 등의 수산물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간 수산시장도, 수산물의 인기도도 많이 변화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건 수원상회의 명성이다.

"2대째, 3대째 계속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계시죠. 단골분들도 젊은 세대가 더 많아졌지만, 이렇게 2대, 3대째 오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이호준 대표는 지금의 이 수원상회의 명성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아버지 처지에서는 배운 게 이것밖에 없어서 먹고살기 위한 방법으로 장사를 택하셨어요. 그런데 저로서는 이 수원상회라는 명성을 지키고, 그간 쌓아온 역사와 단골들에게도 변하지 않았다는 평을 들으면서 계속 가게를 이어가고 싶어요."[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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