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벗어나 방송인이 된 정신과 의사들

(팝콘뉴스=김진경 기자)[편집자 주: 'MZ팬덤을찾아서'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함께 진화하는 팬덤의 양상을 분석한다. 최근에는 비단 연예인이나 방송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소위 '연반인(연예인 반 일반인 반의 줄임말)'을 대상으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단순히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는 응원 문화가 아닌 콘텐츠의 지형을 톺아보고자 한다.]

오프라인에서나 온라인에서나 정신질환자라는 말을 어떤 인격 결함이나 도덕적인 잘못을 지적하는 욕으로 쓰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편견에 맞서 정신질환자는 치료받아야 할 환자일 뿐이고 정신과는 내과나 정형외과와 다를 바 없다고 끊임없이 말하고 설득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오은영 박사, 오진승 정신과 의사 등 정신과 의사들이다.

▲ (사진=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 팝콘뉴스


#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박사

오은영 박사는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교정해주는 엄격하지만 현명한 상담가로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김준수, 에일리, 산다라박 등 유명 연예인을 포함해 어른들 안에 숨어 있는 상처받은 아이를 어루만져주는 이야기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심리상담가로 알려졌지만, 오은영 박사는 고려대 대학원(정신의학) 박사 과정을 밟은 정신과 의사로,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이자 지능개발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평소 방송에서 내담자를 상담할 때 중심이 되는 이론은 정신건강의학과 아동심리학이다.

그러나 방송을 접한 대중은 오은영 박사를 단순히 건강을 진단하는 전문가, 의사로 인식하지 않는다. 오은영 박사는 의사라는 전문적인 직책이 주는 권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멘토에 도달했다. 부드러우면서 엄격한 어머니 혹은 어머니 이데아의 현신에 가깝다.

▲ (사진=JTBC '방구석1열') © 팝콘뉴스


# 닥터프렌즈, 오진승 정신과 의사

오진승 정신건강 전문의는 2017년 8월에 내과 전문의,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친구 셋과 함께 건강 지식을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유튜브 채널을 기획해 현재 구독자 수가 78만이 넘는 인기를 얻고 있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정신과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크다는 점 때문에 발생하는 어려움과 진입장벽을 타개하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 갈수록 큰 반향을 일으켜 최근에는 공중파 방송에도 전문가 패널로 활약하고 있다.

SBS 파워FM 라디오 '딘딘의 뮤직하이'에서 매주 토요일 '히든캐릭터'라는 코너의 패널로 고정 출연 중이다. 드라마, 영화, 웹툰 속 숨어있는 캐릭터의 심리상태를 분석하며 내 안에 숨어있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JTBC '방구석1열'에서는 권일용 프로파일러와 함께 반사회적 인격장애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을 들려주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친근하고 친구같은 정신과 의사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다.

▲ (왼쪽부터)오동훈, 김지용, 허규형 정신과 의사 (사진=유튜브 채널 '뇌부자들') © 팝콘뉴스


# 뇌부자들, '유퀴즈'의 김지용 정신과 의사

김지용 정신과 의사는 최근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야외에서 즉흥적으로 일반인을 섭외하는 방식에서 다양한 직업군의 명망 높은 전문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콘셉트를 바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해 인지도가 높아졌다.

'유퀴즈'에 출연했을 때는 정신과 의사도 환자를 잃고 상심하는 일이 많으며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의사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애환을 이야기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유퀴즈'에 출연하기 전에도 '뇌부자들'이라는 팟캐스트 방송과 동명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많은 구독자와 코어 팬층을 갖고 있다.

바쁜 업무 일정 중에도 시간을 들여 팟캐스트와 방송에 나오는 건 어떤 도덕적 인격적인 문제 때문에 정신질환에 걸리는 게 아니고 뇌의 구조 때문이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제 정신과 의사란 끔찍한 병에 걸려 어딘가에 사람을 감금하거나 못살게 구는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친구나 가족처럼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문제도 상담할 수 있는 존재로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가깝게 다가오려고 노력하는 전문가들을 잘 활용하는 건 결국 사람들 몫이다. 나는 절대 환자는 아닐 거라는 오만함은 치워두고 힘들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자.[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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