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아홉 번째 취미, '샌드아트'

▲ (사진=모래에담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강나은 기자)어린아이들에게 모래 장난은 어떤 의미일까. 모래는 아무리 쥐어도 스르륵 손에서 빠져나가기도 하고, 쉽게 흐트러지거나 쉽게 모이기도 한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모래는 어른의 센 힘이나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것, 그리고 언제든 허물고는 다시 짓고, 지워버리고는 다시 그릴 수 있는 스케치북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지금 스트레스에 지친 어른이어도 아이처럼 모래 앞에서 즐거울 수 있을까?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장난처럼, 예술처럼 모래로 놀기


손으로 이리저리 흐트러지게 했다가 다시 모은다. 위에 또 모래들을 들이붓는다. 모래가 뿌려져 만드는 자연스러운 모양을 살펴보다가 손안에 모래를 가득 움켜쥐고는 조금씩 모래를 흘려가며 그림을 그린다. 아이들의 모래 장난이 아니다. 이제는 예술 장르로 인정받은 샌드아트다.

모든 장난감과 각종 기구가 매우 흔한 이 시기에 흙장난해야 하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자. 어느새 우리 주변의 모래는 다 사라져버렸다.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모래 장난을 하지 않으며, 어른들 역시 해수욕장에 가도 모래사장보다는 푸른 바다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렇기에 모래의 촉감은 낯설게 느껴진다.

"펜을 이용한 그림을 그릴 때와는 달리 모래를 이용한 그림은 내 안의 동심을 꺼냅니다. 그리고 어렸을 적의 좋은 추억을 꺼내어 되새기게 해주죠. 지친 우리에게 힐링을 주면서 예술적 감성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샌드아트 취미입니다."

'모래에담다' 모래공방을 운영하는 제이작가의 설명이다. 많은 도구가 필요하지 않고 모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 어쩌면 이렇게 단순한 것이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게다가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그만큼 추억이 남는 것. 모든 것에 성과와 결과물이 있길 바라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사라짐일지도 모른다.

▲ (사진=모래에담다) © 팝콘뉴스


정답도, 제한도 없는 무한의 상상 스케치북


샌드아트에는 정답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샌드아트가 들어왔을 때도 아티스트는 각자의 방법을 터득해서 개개인의 커리큘럼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수업이나 강의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는 초보자도 조금만 기초를 배우면 금방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으면서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 작품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관심사와 관점에 따라 샌드애니메이션으로 표현이 되는 스토리나 표현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제이작가는 기억에 남는 수강생으로 두 명을 꼽았다. 50대의 한 수강생은 많은 고민 후에 모래공방을 찾았다. 나이가 있는 만큼 손이 굳었는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젊은 사람만큼 아이디어가 없을 텐데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자식을 모두 다 키우고, 이제야 자신이 원하는 취미를 찾아 나선 수강생은 결국 모래판에 발을 들였고, 샌드아트의 즐거움에 푹 빠진 뒤에 운영하는 꽃 농장 옆에 작게나마 자신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샌드아트 체험존을 만들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중학생으로, 부모님의 제안으로 샌드아트를 시작했다. 이 중학생은 어느새 자격증을 취득하고, 유튜브로 샌드애니메이션을 선보이며 학교나 교회 등 다양한 행사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샌드아티스트가 되었다.

그 밖에도 지친 일상의 피로를 모래와 함께 풀고 싶어 하는 이들도, SNS 업로드를 고민하는 이들도 샌드아트 공방을 찾는다. 또 구체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샌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로 제작하고 싶어서, 결혼식이나 돌잔치 등 축하 이벤트 영상으로 제작하고 싶어 찾는 이들도 샌드아트를 하나의 이야기 도구로서 잘 활용해낸다.

▲ (사진=모래에담다) © 팝콘뉴스


샌드아트의 가장 큰 적, 두려움


부드러운 모래를 만지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다 보면 뜻하지 않는 성취감으로 즐거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계속해서 손을 이용해 활동하다 보니 뇌를 자극하며 창의력과 소근육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그렇기에 요즘에는 이러한 샌드아트가 치유방식 중 하나로 활용되어 모래 치유, 모래 재활치료, 모래 심리상담 등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즉, 무언가 대단한 작품을 만들지 않아도 샌드아트를 하는 행동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단, 샌드아트를 하며 두려움은 금물이다. 샌드아트는 수정이 쉬워서 하나의 작품을 그려두고, 일부를 수정하기가 쉽다. 그런데 어느 한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워버리면, 재미를 느끼기도,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를 얻기도 어렵다.

반대로 어떤 샌드아트를 해야 할지 감도 안 온다면, 그저 손으로 끄적거리기를 반복해보자. 모래에 손을 넣고, 휘저어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형상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다. 하지만 이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흑백 그림을 보면서 모방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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