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부처로 찢어놓으면 '관점' 사라질 우려
가정폭력 희생자에 '가정회복' 차원 상담하는 것과 '성평등·인권' 관점 지원하는 것은 아예 다른 결과

▲ 30일 오후 한국여성학회 등 주최로 새 정부 성평등정책 강화 방안 토론회: 여성가족부 폐지론 진단과 성평등정책 정부조직 개편 방안이 열렸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윤석열 대통력직인수위원회의 여가부 폐지 공약 이행과 관련해 새 정부의 성평등 정책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대안 필요를 촉구하고 그 방안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30일 오후 한국여성학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는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새 정부 성평등정책 강화 토론회'를 열고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론의 등장 배경과 현황 등을 논의했다.

여가부 폐지는 지난 1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SNS에 '여가부폐지' 문구가 적힌 이미지를 게시하면서 수면 위로 올랐고, 곧 공약으로 정식화했다. 당선 이후 대통력직인수위가 여가부 업무보고를 30분 안에 끝내는 등 여가부는 사실상 새 정부 계획에서 배제되고 있다.

여성계는 여가부의 공과가 있지만, 성평등 가치 제고 및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만큼, 단순 폐지가 아니라 개편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이수 상지대 교수는 "여성가족부를 둘러싼 논의가 선거 때 제기된 정치 프레임에서 고착돼 있다"며 "선거가 끝났기 때문에 (공약의) 거품을 걷어내고 우리가 목표하는 게 무엇이고, 그 목표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책임 있는 논의로 국면이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지난 1998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로 출발해, 이후 하나의 '관점'을 가진 정책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1년 독립부처(여성부)로 확대개편됐다. 2005년 저출산 위기 및 여성정책과 가족 정책이 밀접한 연결성이 화두로 오르며 여성가족부로 다시 개편됐고, 이후 이명박 대통령 시기 다시 여성부로 축소됐다.

김경희 중앙대 교수는 "(성평등 정책 관련해) 미완의 과제들이 있다. 성폭력, 성매매 등과 관련한 수많은 입법이 있었지만, 개별 사안에 대해 피해를 본 이후 불법성을 강조해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성 불평등이라는 구조를 본격적으로 문제 삼지 못했다"며'미완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부처의 운영 방안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평등' 가치는 국가 차원뿐 아니라, 국가 간 연대를 통해 도모하는 가치로 국제 정치 차원에서 이미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미 교수는 "(구조적 차별이 없고, 그러므로 여가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는 윤 당선인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성평등 지수가 훨씬 높은 나라들은 전담 부처가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독일은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있고, 캐나다는 성평등부를 두고 있고,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도 여성 정책을 담당하는 장관이 따로 있다. 이는 성평등 이슈가 국가의 인적 자원 개발이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삶의 질, 행복한 삶 등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가치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영애 현 여가부 장관은 UN 여성지위위원회 고위급 일반회의 등에 참가해 국제사회와 논의에 나선 바 있다.

김현미 교수는 "(성평등은) 글로벌 목표가 돼가고 있다. 국가 목표이면서 글로벌 목표"라며 "이 같은 이해 없이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 수사학으로 쓰이는 상황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여성가족부의 역할을 개별 부서에 '양성평등정책 담당관 신설' 등을 통해 각각 부여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황정미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다른 정부 부처는 기능 중심으로 조직돼 있는데 여가부만 '대상(여성, 청소년, 가족)' 중심이라 맞지 않고, 심지어 '낭비'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가정폭력 피해자,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에게 '가정복지' 관점에서 상담하는 것과 '성평등·인권'의 관점에서 지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 인수위 사회문화복지분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여성단체와의 첫 번째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 YWCA연합회,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한국여성단체 연합 등은 인수위에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각 부처와 지방정부의 성주류화 정책을 실효성 있게 집행할 더 강력한 집행부처 마련 등을 요구하며, 성평등 및 가족 총괄부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주장했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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