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배출량 0을 향해 오늘도 묵묵히 알맹이만 판다

(팝콘뉴스=김진경 기자)[* 편집자 주 MZ세대에 속하는 20·30대 중에는 MZ라는 용어가 오히려 좀 진부하게 느껴지고 지겹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X세대로 유명했던 지금의 40대도 그런 말을 했다. 젊다는 칭찬도 참신하다는 장점도 때로는 부담이 된다.

그래도 스타트업이라는 분야를 빛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이들 MZ다. 한 명 한 명의 젊은 사장님들을 만나 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열정과 비전에 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동년배들은 같은 세대의 열정을 만나서 용기를 얻고 좀 더 어리거나 좀 더 연장자인 사람들도 영감을 받을 기회다.]

▲ 알맹상점 내부 모습(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제로웨이스트숍 혹은 리필숍이라는 업종은 신선하면서도 익숙한 형태의 가게라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다이소 같은 생필품 편집숍이 일상적이지 않던 예전에는 공업용이나 농업용 자재를 단위로 잘라서 파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최근에는 극소량도 포장해서 편의점이나 무인숍에서 판매하는 게 당연해지면서 이에 따른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ESG 점수와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 등이 최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트렌드가 되면서 생활용품 리필 문화도 급속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어요. 저희도 그런 흐름에 도움을 받았다고 볼 수 있죠."

제로웨이스트숍 '알맹상점'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이주은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이와 같은 흐름이나 인지도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최근 친환경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는 가게를 꾸준히 찾아오는 발길이 많아서 실감하고 있다.

"망원시장에서 탈플라스틱 캠페인을 2018년에 했어요. 시민들의 비영리 모임으로 시작했죠. 망원시장 상인회 건물에서 무포장으로 판매 가능한 제품을 모아 '리필스테이션'이란 이름으로 카페 한편에 무인으로 운영했던 게 지금의 알맹상점의 시초였죠. 그 당시에는 현금으로만 결제할 수 있었고, 2주에 한 번 모여서 상점의 재고를 확인하고 채우고 관리하는 식으로 운영했어요. '망원시장에서 캠페인만 할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가게를 운영해 봐야겠다. 1년만 버텨보자'라는 생각으로 2020년 6월 정식 오픈했어요."

▲ 알맹상점 내부 모습(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처음부터 이렇게 전국적으로 유명한 상점이 되리란 생각은 전혀 못 했다고 한다. 작은 무인숍으로 시작했는데 이후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많은 고객이 전국에서 알음알음 찾아오며 본격적으로 가게를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에서 무인숍을 운영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중에서 스무 곳을 선정해서 운영 매뉴얼을 공유하기도 했다.

"대동여지도라고 제로웨이스트상점에서 거래 가능한 가게를 맵으로 만들어서 공유하고 있어요. 운영 유지 비용이 안 나와서 소분해서 판매하던 도매상들도 폐업하는 경우가 많아 세제나 화장품을 벌크로 구매할 수 있는 업체를 찾기 어렵거든요."

알맹상점은 소분할 수 있는 상품을 벌크 단위로 구하기 어려워 초기에는 세제만 가능했지만, 지금은 리필 용품 30개, 세제까지 포함하면 40개 이상이다. 식품과 다회용 대안 용품까지 포함하면 현재는 판매 품목이 700개가 넘는다.

▲ 화상 인터뷰 중인 알맹상점 이주은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1 제로웨이스트숍 창업과 사업 유지를 위해 가장 어려운 점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화장품 소분 판매가 국내 최초라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죠. 2020년 2월에 화장품제조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화장품을 소분으로 판매하려면 관련 자격증이 필요했거든요. 아로마티카 리필스테이션과 파트터십을 맺고 바디워시 제품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화장품제조관리 공부를 하던 중 해당 과목 교수님과 산학 프로젝트 중인 화장품 회사에서 연결되어 벌크를 납품 받기도 하고 여러 방면으로 시도하고 찾아내야 했죠."

최소 벌크 용량이 100㎏이라서 처음에는 과연 이걸 다 소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로마티카 클렌징오일 첫 납품이 이틀 만에 품절되어 수요층을 실감했다.

#2 프랜차이즈 제안을 거절하셨다고 들었는데요. 프랜차이즈로 전국에 지점이 생기면 소비자한테나 사업자한테나 좋지 않나요?

"일단 법적인 행정 문제들도 해결해야 하고…. 제조관리사 자격증 취득 등 다양한 규제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일이라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보류 중입니다. 프랜차이즈는 교육이나 관리가 어렵고 매뉴얼에 따라 일정한 수준의 인력과 제품이 출력되어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안 됩니다. 특히 우리만의 가치를 이해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별로 없어서 가장 큰 문제고요."

초기에는 편의점이나 아름다운 가게처럼 널리 퍼지길 바랐는데 이제는 당분간 보류하고 지켜볼 생각이라고 한다. 알맹상점의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서울역 옥상정원, 망원동 2개 숍만 운영 중이다. 서울역 옥상정원점은 화장품 소분 규제 해제를 받은 '규제 샌드박스' 적용 사업체이다. 식약처에 계속 문의해서 특례사업을 적용받았다. 2년 동안 해보고 문제없이 운영되면 전국에 리필숍을 운영할 수 있는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 알맹상점 내부 모습(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3 아무래도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온라인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게 제한이 될 것 같은데요.

"온라인 판매 딱 2번 해봤는데 오프라인 판매만 진행하는 게 저희 모토와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은 어차피 코로나 시국에 해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고요. 최근에 환경적 이슈가 커져서 오히려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저희 사업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뿐 코로나 시국의 영향은 별로 받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옥상상점은 추위가 심해지면 타격이 좀 더 큰 편인데 그래도 규제 샌드박스 적용 가게라서 유지를 계속하고 있고요. 망원가게는 지역 재개발 문제로 저번 주 토요일에 3층으로 재개장을 했는데 하루 실제 구매 고객이 100명이 넘고 있어요."

#4 2022년 호랑이해를 맞이해 올해 사업 방향은 어떤 것인가요?

"재개장하는 가게는 월드컵시장과 망원시장과 거리가 가까워졌거든요. 알맹상점 창업 이후에는 기존에 하던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다시 장바구니 사용 캠페인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비닐봉지 없이 채소나 식자재를 구매했을 때 과일이나 채소를 좀 더 드리는 혜택을 주는 캠페인인데요. 상인들에게 기부 받은 에코백 등을 배포해서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시장 상인과의 관계가 좋아야 하는데 그동안 코로나 시국이 심각하기도 하고 여력이 안 되어서 진행을 못 하고 있었거든요."

#5 사회적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이 MZ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경험을 통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회적 가치를 갖고 경영을 한다는 게 어려운 게, 기준을 지켜야 하는데 그게 흔들리는 때가 자주 옵니다.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영리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가치 둘 다 유지한다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거든요. 초기에는 동네 커뮤니티를 이용해서 어느 정도 분위기를 보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아직은 친환경 문화가 대중적이지 않으니까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이를 위해 공부와 연구가 철저히 먼저 수행되어야 하고요."

알맹상점 이주은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란 게 아직은 보편적인 형태가 아니고 장벽이나 규제가 많으니 트렌드라고 해서 분위기를 타고 창업하기보다는 일종의 베타테스트를 해보고 시작하길 권한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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