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비상 속에서 오늘 드디어 초중고 모든 학교가 일제히 개학과 새로운 학년을 시작했다. 지난달 7일 정부는 '정상등교'라는 원칙을 세우고 각 지역 교육청과 학교가 알아서 학사 운영을 하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제 학교는 재학생 신규 확진 비율과 등교 중지 비율에 따라 '정상교육활동', '전체등교와 활동 제한', '부분 원격수업', '전면 원격수업'이라는 네 단계 유형을 선택해 운영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 학교는 2월 마지막 주에 학교 방역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 기간에도 학생들로부터 간간이 전해오는 확진 소식에 교사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부 학교는 등교수업을 또, 일부 학교는 부분 원격수업으로 개학을 결정하며 자가 앱 키트 검사 여부 입력 교육으로 분주했다.

교육부는 개학을 앞두고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배부하고 '건강상태 자가진단 앱'에 신속항원검사 결과 입력 기능과 학생들이 방역 기관으로부터 코로나19 확진자로 통보받을 경우 확진 일자를 입력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등 참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교육부의 노고와 염려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자가진단검사는 어디까지나 자율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신속항원검사도 의무가 아닌 권고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이 자가진단 앱에 '검사하지 않음'으로 체크했을 경우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연락을 취할 수 없다는 교육부의 방침을 마냥 따를 수도 없는 형편이다. 만약 검사하지 않은 학생이 등교 후 발열이나 증상이 발현되거나 확진이 됐을 경우 학교는 어찌해야 할까?

코로나에 확진될 경우 등교하지 않아도 출석 인정 결석으로 처리한다거나 중간·기말고사 등에 참여하지 못했을 시 의료기관의 진료확인서만 제출하면 결석 처리에 따른 인정점을 부여하는 성적처리를 받을 수 있다는 방침은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문제는 14일부터 가족이 확진되어도 미접종자 학생의 등교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물론 동거인 검사일 기준으로 3일 내 PCR(유전자증폭) 검사와 6∼7일 차에 신속항원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PCR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등교를 중단할 것을 권고하라는데, 이러한 권고들이 제대로 따라지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부담과 고충은 고스란히 학교와 교사가 떠안고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등교 후 부모의 확진 소식에 학생을 데리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PCR 검사를 하러 가는 교사가 얼마나 많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3월 11일까지 2주 동안은 '새 학기 적응 주간'이다. 확진자가 많아 감염이 우려되는 지역의 학교들은 수업 시간 단축이나 밀집도 조정, 원격수업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라고 했지만, 대부분 학교가 새 학기 시작을 원격으로 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보니 학부모 설문조사, 자체 논의 등을 거쳐 등교수업을 선택해 새 학기를 시작했다.

개학일인 2일 아침 교사들은 학교 정문에서 추위를 잊은 채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학생들을 맞이했다. 교실로 들어가는 현관에서는 보건 교사와 여러 교사들이 반갑게 학생들을 맞이하며 체온 측정과 손 소독, 교실 입실을 안내했다. 이날 아침 학교의 등교 풍경은 아마 대부분 안전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비슷했을 것이다.

나도 새로운 학년의 학생들을 맞이하는 설렘을 가득 안고 부푼 마음으로 다른 날보다 일찍 출근해서 학생들을 맞이했다. 교직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내게 학생들은 언제 봐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특히 오늘은 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만나는 날이어서 그런지 학생 한 명 한 명이 더더욱 반갑고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등교하는 학생들과 수업에서 만난 학생들의 표정이 어둡다고 느껴졌다. 새 학년 새 학기라 모든 것이 어색하고 낯설어서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았다. 연유를 묻자 학생들이 백신, 코로나, 오미크론 등에 대해 불안함을 호소했다. 앞으로 학교에 결석 없이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도 안고 있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에 대응하고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느라 우리는 학생의 입장보다는 우리의 고충과 노고에만 대부분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하는 학생들의 심정과 고충에는 미처 마음을 쓰지 못했다는 생각을 오늘 아이들의 어두운 얼굴을 보며 비로소 하게 됐다.

학부모나 교사는 어른이니 여러 불안 요소들에 대한 대비와 마음 다스림을 그런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심리적 불안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특히 처음 입학하는 신입생이나 어린 학생은 새 학기를 맞이하는 설렘보다 학교생활과 방역 등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 이런 학생들의 마음을 어떻게 살피고 달래줘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긴장이나 불안감이 커지면 학교에 적응하는 데에도 분명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부디 우리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학년과 분위기에 힘입어 여러 스트레스 상황에서 잘 견뎌주기를 바란다. 다만, 3월 한 달은 여러 불안 요소들로 힘들어할 수 있으므로 집에서는 학부모의 살핌이,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자상한 살핌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잦아들기를 바라고 새 학년을 시작하는 모든 학생이 불안한 마음 대신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득 안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학생들에 대한 어른들의 세심한 배려가 넘쳐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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