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에 앞서 공정 중시하는 사회 되어야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의 도핑 양성반응 결과를 놓고 전 세계 스포츠계가 시끄럽다. 양성반응이 확실하게 나왔으니 러시아는 단체전에서 금메달 박탈이 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런데 발리예바에게는 개인전 출전이 허용됐다. 이러면 앞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 모두 도핑에 뛰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카밀라 발리예바는 올해 16세로 피겨천재라 불리며 김연아처럼 우아하고 기술력을 갖춘 선수라고 우리나라에도 팬이 꽤 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여자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로 언급되던 선수다. 그런 선수가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대회 직후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협심증 치료제)이 검출된 것이다.

러시아는 2017년 러시아 선수들이 국가 주도하에 집단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 스포츠계를 충격에 빠뜨렸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도 봅슬레이 선수가 도핑테스트에 걸렸고, 그래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러시아라는 이름과 국기, 국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ROC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 기가 막힌다.

러시아가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인 도핑 의혹으로 패널티를 받은 나라라 하더라도 카밀라 발리예바는 이제 겨우 16살이 된 미성년자다. 이렇게 어린 미성년자에게도 위험한 약물을 쓰다니 러시아라는 나라에 실망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러나 14일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된 러시아의 발리예바가 16세 이하라 반도핑법으로 보호된다는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공동으로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해 러시아팀 피겨 단체 금메달도 그대로 유지하고, 개인전 출전도 허용했다.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는 기본과 상식이 어그러진 판결이고 결과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발리예바처럼 어린 선수부터 30대 후반의 나이에 이르는 선수까지 자신의 꿈을 이루고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4년을 고군분투하며 열정을 불태워 준비한다. 그러므로 공정하게 경기에 임한 모든 선수의 피나는 노력은 소중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약물로 선수의 기량과 능력을 속이고 승리를 거머쥐면서까지 메달에 연연하는 국가 간 경쟁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약물 복용으로 비정상적인 에너지를 발휘해 승리한 선수는 어떤 기분이며 그에게 불공정한 승리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과연 자기 실력으로 이겼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는 있을까?

다행히 여론이 거세지자 국제빙상경기연맹은 IOC 요청에 일시적으로 규정을 변경해 발리예바가 쇼트프로그램서 24위 안에 들면 25번째 선수도 프리에 진출하게 하겠다고 밝혀 발리예바를 논외의 선수로 취급하겠다는 의사를 굳건히 했다. 또, 발리예바가 3위 안에 들면 꽃다발을 주는 간이 시상식과 메달 수여식도 열지 않겠다며 도핑 위반에 대한 사실적 징계 의사를 밝혔다.

이 발표가 있던 날 발리예바는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감정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라며 "행복하지만 감정적으로 피곤하다. 기쁨의 눈물과 약간의 슬픔이 겹친다"라고 눈물을 보였다. 이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어 행복하다. 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 작고 어린 선수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까를 생각하니 무엇을 위한 올림픽이고 스포츠 경기인가 되묻고 싶어진다. 자신에게 그런 불공정한 일을 시켰는데도 국가를 대표해서 경기에 출전한 의무를 다하겠다고 말하는 16세 어린 소녀의 거인 같은 마음이 국가보다 더 크고 대견하다는 씁쓸함을 자아낸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자는 목적 아래 개최된다. 지구촌 국가들이 올림픽을 통해 하나 된 마음으로 어울리자는 올림픽 정신이 메달 사냥이라는 경쟁 속에서 선수들을 도핑으로 내몰며 변질하고 있다. 아마 올림픽을 지켜보는 우리들의 공통된 생각이 아닐까 싶다.

올림픽 정신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MZ세대 선수들이 당장 이익을 가져다줄 도핑과 같은 불법적인 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도 국가나 조직이 젊은 선수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강요하거나 자행해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어리고 젊은 세대들이 승부에 앞서 공정과 신뢰를 배우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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