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포획 틀에 넣고 토치로 불붙인 사건에 애묘인들 충격
동물단체 회원들, 14일 마포경찰서 앞에서 '동물학대 강력처벌 촉구 기자회견'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만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짝꿍)'라 고백하기도 합니다. 가족과 친구. 이 두 단어에는 아무래도 '사랑'과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 하나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 다른 생명을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짝 히어로]는 이처럼 사람과 동물 간의 특별한 사연들로 채워 나갑니다. 동물 관련 유의미한 일을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들도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기록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과 동물의 '온전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 동물단체 회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1시 마포경찰서 앞에서 동물 학대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동물학대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개XX 한 마리 죽은 걸 가지고 유난이다"라는 사람이 있다. "길고양이 좀 어떻게 했다고 야단법석을 떤다", "네 부모한테나 그렇게 해보라"라며 면전에 대고 욕을 퍼붓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고한다. 다음은 당신이 될 수 있다.

지난 14일 오후 1시 마포경찰서 정문 앞에서는 동물단체가 주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근 발생한 길고양이 학대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와 동물 학대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 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90여 개 동물단체가 뜻을 모아 준비한 것. 현장에는 20여 명 활동가가 모였다. 이들의 손에는 '동물학대,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하라', '동물학대 처벌 강화하라!'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대중에게 전하려 한 메시지는 '사회적 최약자인 동물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무관용 원칙으로 처벌할 것'과 '동물학대 솜방망이 처벌은 결국, 동물학대를 확대 재생산한다는 것' 그리고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 등이다.

▲ 학대 당한 고양이가 카메라를 든 학대자를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있다.(사진=디시인사이드) © 팝콘뉴스


■ 디시인사이드, 냐옹갤러리

지난달 28일 디시인사이드 '냐옹갤러리 게시판'에는 'VPN 테스트'라는 제목으로 두 개 글이 게시됐다.

하나는 철제 포획 틀에 갇힌 고양이에게 누군가 토치로 불을 붙이는 잔혹한 영상인데, 영상 속 고양이는 처음 심하게 몸부림치며 불을 끈다. 그러나 가해자가 다시 한번 불을 붙였을 때는 조금 움직이다 이내 체념한 듯 움직임을 멈추고 만다. 이 영상과 묶여 떠도는 사진에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간신히 한쪽 눈을 뜬 고양이의 얼굴이 담겨있는데, 누가 봐도 카메라 든 이를 원망하며 고통을 참는 표정이다.

또 다른 게시물은 부러진 다리로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살아있는 고양이를 불태우는 첫 번째 영상은 2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애묘인들에게 충격과 공포, 슬픔과 우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캣맘과 집사(고양이 반려인들을 일컫는 말) 등 애묘인들은 이번 사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건이 매우 잔혹한 까닭도 있지만 자신을 범인이라고 주장한 이가 지난 1월 30일 새벽, 고양이에게 토치로 불을 붙이는 사진을 공개하며 다음 범죄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14일 현재까지 특정되지 않은 범인은 사진과 영상 등 범행 증거를 공개하면서 "내 인생의 목표가 정해졌다. (국민청원) 동의 개수만큼 털바퀴(털이 있는 바퀴벌레_고양이)를 잡아다 번호표 매겨가며 꼭 태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이 벌인 일을 두고 '강력 처벌을 내려달라'는 청원이 게시된 데 따른 보복을 예고한 것이다. 2월 14일 현재 해당 청원은 14만 명으로부터 동의를 얻었다.

▲ 고양이 탈을 쓴 동물단체 회원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 동물학대 소식에 슬퍼하는 사람들

14일 마포경찰서 앞에 모인 동물단체 회원들은 "이러한 극악무도한 동물학대 범죄자를 철저하게 수사하여 하루빨리 색출하고,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더 이상 이러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디시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를 폐쇄하고 동물학대 사진과 영상들을 상습적이고 반복적으로 방치하는 커뮤니티 운영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 "동물학대 범죄가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동물학대 범죄자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연쇄 살인마 강호순, 유영철 등은 범행 전 동물을 대상으로 수차례 연습했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공통점 중에는 동물학대 전력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동물학대가 폭력, 살인 등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동물 대상 범죄를 강력범죄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 낭독 후 준비한 고양이 탈을 쓰고 입 맞춰 구호를 외쳤으며, 학대당한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에 이어 마포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하는 것으로 이날 단체 행동을 마무리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 중 몇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석자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 동물학대 언제까지 솜방망이 처벌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69건이던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는 2011년 98건으로 늘었으며, 2020년에 가서는 992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또한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와 법원에 요청해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동물학대 등으로 검찰의 처분을 받은 3398명 중 구속기소 된 사람은 단 두 명뿐이다. 절반 이상인 1741명(51.2%)은 불기소 처분만을 받았다. 1081명(31.8%)은 정식으로 재판이 아닌 약식명령 청구 처분만을 받았다.

검찰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한 것은 93명이며, 이 중 징역 등 '실형'을 산 사람은 5년 동안 딱 두 명뿐이다. 이는 전체의 0.1%에 해당한다.

14일 기자회견장에서는 "우리나라도 동물학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사법부의 동물학대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학대하고 죽였으면 징역형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어 "이번 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길고양이 보호정책 및 동물학대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자 한다"며 "각 지방자치단체 경찰서에는 동물학대 전담팀을 신설해 동물학대 범죄에 전문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개인활동가 A씨는 "고통 중에 제일 큰 고통은 불에 타는 것이라고 한다"라며 "도대체 그 아이(고양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좁은 철창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불에 타는 고통을 당해야 하는 걸까. 누가 무슨 권리로 소중한 생명을 빼앗는 걸까. 인간이든 동물이든 생명은 똑같이 소중하다. 내가 지은 죄는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A씨는 문제의 동영상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아 사진으로만 봤다고 고백했다.

네덜란드인 B씨는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도 "살아 있는 생명을 불태우는 행위는 매우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생각 정도만 밝힐 뿐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의 한국인 여자친구가 "많은 한국인은 동물을 매우 사랑한다"며 "극소수가 동물을 괴롭힌 것일 뿐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고 설명하자 B씨는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 독자 여러분 주변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주저 말고 아래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동물의 개인기나 생김 등에 대해서는 제보받지 않습니다. 박윤미 기자 yoom1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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