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 펼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동반되어야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오미크론 확진자가 연일 증가하는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모처럼 가슴 뛰는 기쁜 소식을 접했다. 8일 오후 김민석 선수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 바로 그것이다.

7일 열렸던 쇼트트랙 경기를 보면서 참으로 멋진 경기를 펼친 황대헌과 이준서 선수에게 환호하다가 페널티 판정이 내려지는 것을 지켜보며 심판의 편파 판정에 대한 분노로 가족 모두가 몹시 속상했던 터라 오늘 김민석의 동메달 획득은 경기를 지켜보는 우리 가족에게 선물 같은 기쁨을 안겨주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의 경우 네덜란드 선수들이 초강세를 보이는 종목인데다 캐나다, 미국에도 강자들이 있다는 해설을 들으며 과연 우리나라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더군다나 김민석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세계기록 보유자인 네덜란드의 키엘트 누이스 선수와 같은 조에 편성된 것을 보고 처음에는 속도 차가 많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컸다. 김민석의 나이가 열 살이나 어려 혹시 기가 죽지 않을까도 우려되었다.

그런데 김민석은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키엘트 누이스와 나란히 달리기도 하고, 부지런히 쫓으며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상대 선수의 속도에 맞춰 이를 악물고 더 빠른 속도를 냈던 것 같다. 그 결과 마지막 1100~1500m 구간을 28초 50에 돌파하며 랭킹 3위(1분 44초 24)라는 기록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11조에서 뛴 김민석 바로 직전 조에서 뛴 네덜란드의 토마스 크롤 선수가 1분 43초 55를 기록하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올림픽 기록을 20년 만에 깼다는 중계를 들으며 '이야!' 했는데 바로 다음 조에서 김민석과 함께 뛴 키엘트 누이스가 이 기록을 다시 경신하면서 그는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고, 김민석이 동메달을 땄으니 김민석은 2명의 올림픽 신기록 작성자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낸 셈이다.

세계적인 기록 보유자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시상대에 선 네덜란드 선수들에 비해 작고 어린 김민석 선수를 보면서 어찌나 대견하고 자랑스럽던지 감동의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위원들의 감격에 찬 칭찬의 말과 눈물을 훔치는 장면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데 한몫했다.

김민석은 4년 전 평창 올림픽에 이어 베이징에서 2개 대회 연속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룬 데다,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유일하게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500m 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또한, 이번 베이징 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 획득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더군다나 김민석은 1999년생으로 나이가 어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4년 뒤 올림픽을 벌써 기대하게 하는 것 같다. 경기가 끝나고 김민석에게는 1, 2위가 모두 올림픽 기록을 냈으니 세계와 나란히 어깨를 견준 '진화한 괴물'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또 하나 생각한 바가 있다. 이상하게도 중계위원과 해설위원의 말속에 섞인 선수들의 나이가 자꾸 귀에 들어왔다. 그래서 경기가 끝나면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열어 선수들의 나이를 찾아보게 되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메달리스트인 키엘트 누이스(금)는 89년생, 토마스 크롤(은)은 92년생, 김민석(동)은 99년생으로 모두 MZ세대다.

이제 세상은 X세대가 일구고 만들어놓은 터전에서 살아가는 MZ세대들이 많은 분야에서 변화와 발전이라는 키워드로 새로운 역사를 쓰며 주도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X세대에 속해진 나는 언제부턴가 MZ세대들의 활약에 감동하고, 그들을 응원하며 멋진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는 처지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나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은 분명 MZ세대들이다. 그렇다면 김민석과 같이 각 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는 자랑스러운 MZ세대들이 더 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 물론 우리는 MZ세대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체제를 갖추는 데 모두가 한마음으로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2022년에는 우리의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MZ세대들이 더 많이 성장하고, 한층 더 도약하며, 더 많은 이룸과 성과 속에서 행복하게 웃는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김민석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잠시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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