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방송으로, 다시 유튜브 개인 채널로 이동한 셰프들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진경 기자)[편집자 주: 'MZ팬덤을찾아서'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함께 진화하는 팬덤의 양상을 분석한다. 최근에는 비단 연예인이나 방송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소위 '연반인(연예인 반 일반인 반의 줄임말)'을 대상으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단순히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는 응원 문화가 아닌 콘텐츠의 지형을 톺아보고자 한다.]

방송에 얼굴을 알린 셰프들 중 상당수는 이제 레시피보다 방송의 문법에 더 익숙해 보인다. 요리 예능 프로그램에서 얼굴과 요리 실력을 알린 셰프들 중에는 더 이상 오너 셰프로서 실제 주방에서 요리를 직접 해서 손님들에게 제공하지 않는 예가 많다.

다양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른 요리사 혹은 연예인의 레시피를 품평하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한다. 어엿한 방송인이고 연예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더 커졌다.

그에 따라 연예인이라면 응당 따르기 마련인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집중되었고 팬덤이 형성되었다. 셰프 팬덤은 각 셰프들의 온라인 팬카페를 중심으로 하던 방식에서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각자 개설하면서 채널 댓글과 라이브 채팅창에서 활동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 (사진= 유튜브 채널 '요리할레요') © 팝콘뉴스


'마스터셰프 코리아'라는 요리경연 프로그램으로 인지도가 높은 강레오 셰프는 '요리할레오'란 채널을 론칭했다. 중식 셰프 중에서 가장 인지도를 높인 이연복 셰프 또한 '이연복의 복주머니'라는 개인 채널을 운영 중이다. 2020년 12월에 시작해 현재 구독자 수가 30만 명 이상이다. '에드워드권-집콕집쿡' 채널은 2020년 11월에 시작해 현재 32만 명을 넘었다.

에드워드권은 요리사라는 직업을 셰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한 1세대 스타 셰프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이름을 알리던 시기에는 '어나더 본즈'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고든 램지처럼 주방에서 어설픈 모습을 보이는 풋내기 요리사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카리스마적 대장 겸 전문가로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에드워드권-집콕집쿡'에서 '동바오', 즉 동네 바보 오빠라고 불리거나 '동바형', 동네 바보 형으로 불리며 방바닥에 주저앉아서 작은 가스버너 한 개와 냄비 하나만으로 1인 가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자취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채널 '에드워드권-집콕집쿡') © 팝콘뉴스


카리스마와 불같은 성격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강조하던 셰프 예능인의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다. '마스터셰프 코리아'에서 신랄한 심사평이 캐릭터로 굳혀진 강레오 셰프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푸근한 농부의 이미지로 자신이 직접 기른 농작물과 이를 활용한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요리사는 배고픈 손님의 입맛에 의해 평가받지만 방송인에 가까운 스타 셰프들은 대중의 인기 그중에서도 충성도가 높은 팬덤의 응원과 반응에 민감하다. 좋아요와 구독과 알림 설정을 해달라고 다분히 애교 섞인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마치 아이돌 그룹의 팬카페나 팬덤처럼 스타 셰프의 팬덤에는 애칭이 주어진다. 에드워드권 셰프 채널의 팬들은 에드워드권의 이전 악명에서 따온 '본즈', '뼈다귀', '뼈다귀식구들' 등으로 불린다. 이연복 셰프의 '이연복의 복주머니' 채널에서는 팬들을 '복덩이', '복덩어리'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이렇게 애칭으로 소속감을 갖춘 팬덤은 개인 유튜브 채널의 수익구조로 연결된다. 유튜브 채널도 기성 방송 채널처럼 간접적으로 타 업체의 제품을 협찬받거나 유료광고인 걸 밝히고 제품을 소개하는 멘트로 이익을 얻는다. 수익구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소셜커머스로도 확장된다.

팬덤은 곧 시장이자 충성도가 높은 수요층이다. 채널 돌리다가 우연히 접한 홈쇼핑 채널에서 만난 낯이 많이 익은 연예인 아무개가 아니다. 몇 년 동안 얼굴을 알고 지낸 듯한 단골처럼 신뢰도가 높은 사이다. 이런 신뢰감은 셰프 자신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밀키드, 특제소스, 냉장식품 등 다양한 식자재 가공품 시장으로 연결된다.

팬덤이 생성되면 그곳에 수요층이 생기고 돈이 모인다. 아무리 예술성이 높은 장인이라도 일단 셰프도 자영업자다. 이런 시장을 수익 구조화하는 게 합리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소비자 측도 팬덤에서 소속감도 즐기고 질 높은 식문화도 구매할 수 있어 이득이다.

▲ (사진=유튜브 채널 '이연복의 복주머니') © 팝콘뉴스


그러나 이 허상의 유사가족애 내지는 길드가 무형의 자산인 신뢰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이런 허상의 자산은 결국 셰프가 '연예인'으로서 호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연예인들과 마찬가지로 사생활 면에서 혹은 과거 행적에 있어 논란이 발생할 시에 단숨에 사라질 수 있다.

최근에도 모 유명셰프가 방송에서 보여준 순박한 청년 혹은 피터팬 같은 캐릭터와는 달리 사생활에서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으로 많은 사람에게 유무형의 피해를 주었다고 밝혀져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셰프 팬덤은 단순히 광고 이미지만 소비하는 팬덤이 아니라 식문화와 관련된 문제라 사람들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배우나 가수와 같은 연예인보다 더 철저한 사생활 관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란 언제나 양날을 가진 검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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