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성년 성폭행 피해자 영상녹화진술 위헌, 입법을 위한 긴급토론회' 진행

▲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미성년 성폭행 피해자 영상녹화진술 위헌, 입법을 위한 긴급토론회' 현장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오늘도 내일도 당장 아이들은 법원에 나가야 한다. 당장 오늘 법정에 서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현행법으로) 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얘기하려고 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7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미성년 성폭행 피해자 영상녹화진술 위헌, 입법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영상물로 기록된 성폭력범죄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항(성폭력처벌법에 관한 특례법 제 30조 제6항)을 '위헌' 결정했다.

일정 시한을 두고 대안입법을 요구하는 '헌법불합치'가 아닌,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해당 조항의 효력은 즉시 상실됐다. 이에 따라 현재, 성폭력 범죄 미성년 피해자는 피의자의 반대신문을 법원에서 직접 듣고 응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성매매문제를위한전국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등은 위헌 판결 취지를 고려해 피의자 혹은 피고인의 '반대신문 기회'를 보장하되, 그 방법이 피의자 혹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직접 대면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또, 피해진술 및 반대신문이 진행되는 공간은 법원이 아니라, 아동 청소년에게 편안한 공간이어야 하며, 이곳에 재판 관계자가 찾아오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 "현행 이용해 공백 채울 방법 고민해야"

우선, 대안입법을 논의하기 전, 대안입법까지의 공백을 채우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승제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형사법상) 증거보존절차를 활용하면 영상녹화를 이용할 수 있다. 영상녹화를 하는 자리에 판사와 피의자 측이 가면 된다"고 제언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84조는 검사, 피고인, 피의자, 변호인이 미리 증거를 보전하지 않으면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을 때 첫 번째 공판 전이라도 판사에게 증인신문 등을 청구할 수 있다.

또, 재판 과정 중 피해자의 진술을 오염시키거나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는 피의자 측과의 직접 대면은 없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2019년 젠더법연구소가 법조인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판사 90%는 "성범죄 재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부적절한 질문으로는 '반복, 유도, 의견 강요(68.7%)', '피고인이 아닌 사람과의 과거 성이력(54.4%)' 등이 꼽혔다.

승제현 연구위원은 "증인보호관, 수사관, 진술조력인 등 피의자 측의 반대신문을 귀로 듣고 그 말을 아이에게 해주는 형태의 증인신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적절한 언어로 바꿔 전달할지도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피의자 혹은 피고인 측의 증인(피해자)신문 내용을 재판부가 미리 확인하고,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되면 미리 신문을 제재하거나 증거능력이 없는 질문으로 판단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사전에 반대신문을 재판장이 사전검토하고, 승인받은 내용만 신문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승인받지 않은 내용을 말하면 즉각 제재토록 하면 된다. 현행으로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성폭력처벌법, 형사소송규칙 등은 검찰 등의 부적절한 신문에 대해 재판부가 제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형사소송규칙은 증인 안전을 위해 필요할 시 증인을 신청한 피의자, 피고인이 사전에 신문사항을 제출하도록 명할 수 있다.

■ "대안입법 논의돼야 하지만, 시행될는지도 살펴봐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소정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법원사무관은 "증인지원관 제도, 법정사전답사 서비스 등을 하고 있고, 심리상담서비스까지 포괄적으로 서비스하고 있고 확대하려 논의 중"이라며 "관련 연구반을 설립했고 연구 중"이라고 상황을 밝혔다.

문지선 법무부 형사법제과장 역시 "피해아동이 신문의 대상이 아닌 발화자로서 나설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노르웨이 등이 채택한 '노르딕 모델'을 제시했다.

노르딕 모델은 아동의 사법절차 참여 시, 재판 이전 과정에서 훈련된 조사관이 아동을 조사하며 영상을 녹화하고, 그 영상녹화물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되는 모델이다.

피해를 본 아동은 총체적인 피해회복 서비스가 제공되는 단일 장소인 '아동의 집(바르나후스)'에서 생활한다.

문지선 법무부 형사법제과장은 "'아이가 사법절차에 따른 고통을 받지 않게 한다'에 그치지 않고, 아이가 사법절차에서 충분히 보호받는 것까지가 회복과정에 포함된다"고 짚었다.

한편, 대안입법 논의 시 실제 시행 여부를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를 갖추고 있었지만, 실제 작동하지 않았던 것처럼, 대안입법 역시 실현 여부를 살펴 입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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