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급증하는 이혼율, 코로나19 이후 감소한 사실 아시나요?
슬프지만 진실 담긴 통계…명절에 시댁 안 가면 '부부싸움'도 줄어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MZ세대 그리고 MZ세대가 아닌 세대들의 일과 놀이 등 '세대문화'를 비교·탐색합니다. 부디 서로의 '다름'이 '신기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남다른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신비한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MZ세대 며느리 둔 시모 "명절에 여자들만 일하는 거, 나도 억울했다"

MZ세대 부부들 "내 가족 행복이 우선, 명절은 각자 집에서 보내기도"

"명절 다가오고 제사 때 되면 그냥 화가 나는 거야.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김치 담가야지, 전 부쳐야지…. 그것만 하나. 추석이면 송편 빚어야 하니까 방앗간에 그 무거운 쌀 가지고 가서 빻아 오지, 설이면 묵은김치 다져서 그 손 많이 가는 만두 빚어야지. 돈이라도 많이 주면서 일하라 그러면 기분이라도 좋겠는데, 이건 돈도 많이 안 주면서 상 차리라고 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냐고. 그러니까 명절만 되면 남편이랑 싸우는 거야. 하나밖에 없는 동서라는 사람은 맨날 가게 연다고 못 온다네? 내가 말을 말아야지…." - 1947년생 정기숙 씨(서울 양천)

"코로나19 때문에 작년부터 찾아뵙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찾아봬야 하지 않나 생각 중이에요. 아이들 보고 싶으실 텐데 시댁이 지방이라 못 보여 드린 지 오래돼서…. 사실 시댁에 가도 제가 하는 일은 밥 먹고 설거지 한 두 번 하는 거 외에는 없어요. 어머님이 미리 장도 봐두시고 전도 다 부쳐 두세요. 제사도 저희끼리 지내는 거라 간소하게 하거든요. 아가씨랑 저희 애들 둘까지 모두 일곱 식구 밥 먹고 치우는 게 전부라 일한다고 말하기에는 양심에 걸리네요." - 1985년생 윤하경 씨(인천 부평)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도 1~2월과 9~10월 즉 설과 추석이 있는 시기의 이혼율은 평균 10% 이상 높게 나타났다. 비단 2020년뿐 아니라 지난 10년간의 이혼율 집계 결과에서도 명절이 속해 있는 달의 이혼율은 그렇지 않은 달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발표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2021년 사회조사결과' 상 2020년 이혼 건수는 10만 6500건으로, 전년도인 2019년 이혼 건수 11만 800건과 비교했을 때 약 4300건 감소했다. 지난해인 2021년 10월의 이혼 건수는 7703건으로 전년도인 2020년과 비교했을 때 18%가량 줄었다.

명절 기간이면 수직으로 상승했던 '이혼율'은 무슨 이유에서 감소할 수 있었을까.

통계청에서 만 13세 이상 가구원 3만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2021년 친인척 및 이웃, 친구와 관계가 멀어졌다고 응답한 가구는 36.7%였다. 반면 함께 사는 가족과 가까워졌다고 느낀다는 응답자는 12.9%로, 멀어졌다고 느낀 응답자(12.6%)에 비해 근소한 차이로 많았다.

코로나가 본격 확산하기 전이던 2020년 1월 설 연휴 기간 이혼 건수는 9603건으로 그 전달과 비교할 때 7.38%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해 추석 명절 기간에는 추석 직전 달과 비교할 때 큰 변동은 보이지 않았다. 이 같은 통계의 저변에는 혼인율 감소, 명절 중 가족 간 대면 기회 감소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분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정부에서 지역 간 이동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경고를 내리면서 자연히 고부갈등이나 부부싸움 또한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결국 다툼의 원인이 제거됨으로 인해 이혼율 또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임신 출산 육아 등을 목적으로 하는 맘카페에는 명절 2~3주 전부터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글들이 게시된다. 팬데믹 중에 지역을 옮겨가면서까지 만나야 하는지를 묻는 며느리 입장의 글이 대부분이다. 이들 중에는 진지하게 명절에 시댁에 내려가지 않을 방법을 묻는 이들도 있다.

▲ 대형 포털사이트의 한 맘카페에 '명절', '시댁'으로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글들이 나온다. 명절이 며느리들에게 스트레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사진=네이버) © 팝콘뉴스


때를 노리기라도 한 듯 많은 언론사에서도 관심을 두고 보는 사건이 있으니 바로 '고부갈등'과 '집안 다툼'에 관한 것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 수많은 언론이 일제히 남의 집 다툼을 조명하는 장관은 이때가 아니면 볼 수 없기도 하다.

코로나19 전에는 명절 중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의 모습을 비춘 이른바 '공항 신'이 뉴스마다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곧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휴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26일 한 포털사이트의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첫째 며느리'라고 지칭하는 이의 글 하나가 게시됐다. 글에 담긴 힌트를 추적하다 보면 글쓴이는 아직 아기를 낳지 않은 신혼으로, MZ세대 며느리임을 짐작할 수 있다.

글 작성자는 "결혼하기 전에는 설에는 시댁, 추석에는 친정에서 보내기로 약속했지만 지난 추석에도 그 이전 설에도 시댁에만 있었다"며 "나는 우리 집에서는 거의 하지 않던 온갖 집안일을 하는 동안 남편은 아버님과 TV를 보고 있었다. 순간 다 뒤집어엎고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부모님 얼굴에 먹칠하는 것 같아 참고 집에 가는 길 내내 말 한마디 안 했다"는 당시 상황을 서술하고 있다.

그는 또 "남편은 자기 부모님은 구시대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를 생각해 주는 척하는 시어머니는 결국 내가 집안일을 다 하도록 내버려 뒀고, 심지어 친정에 가봐야 한다는 내 말에 '(친정과) 가까이 살면서 자주 보는데 명절에 뭘 또 가느냐'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본인이 시집살이를 어떻게 했는지는 왜 이야기하시는 건지 모르겠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 글에는 수십 개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같은 며느리 관점에서 '시어머니' 쪽을 욕하는 것이었다. 심각하게는 "당장 이혼하라"는 댓글도 있었는데, 남편이 결혼 전과 후 말이 바뀐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학 정규과정을 마친 MZ세대 며느리들은 대부분 동시대 태어난 아들들과 마찬가지로 집안일에는 문외한이다. 그저 때에 맞춰 학업에 충실한 것만으로도 자식의 도리를 다했고, 그것이 MZ세대의 학창 시절에도, 현재에도 '효도'기 때문이다.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그런데 막상 결혼이라는 제도에 발을 담그게 되면,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말하는 신조어)를 고르며 들떴던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특히 나고 자란 친정의 환경과 시가의 차이 나는 분위기 때문에 적잖이 놀라는 며느리들도 있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딸 같이 대해주던 시부모의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거나, 혼자 많은 양의 집안일을 하는 바람에 명절 연휴가 연휴 같지 않더라며 푸념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이들의 부모 세대에게 명절은 조금 다른 의미다. 소수의 사람 즉 며느리가 다수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양의 가사노동을 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이 때문에 고부갈등과 부부싸움에 관한 남의 집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은 어째서 며느리 때 경험한 심적 부담과 육체적 노동의 대를 끊어내지 않는 것일까.

MZ세대까지는 아니지만, X세대 딸을 둔 정기숙(47년생·서울 양천) 씨는 "명절만 되면 남편과 싸웠고, 남편은 명절만 되면 '너는 명절마다 이런다'고 타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혼자인데, 여전히 명절이나 제사는 싫다"면서 "제사를 가져간 아들 내외에게도 그냥 성당에 가서 미사나 드리고 말지 뭐 하러 힘들게 장보고 상 차리고 하냐고 한다. 명절은 어쨌든 여자가 희생해야 굴러가는 날이다"고 말했다.

정 씨는 매년 명절과 제사 때마다 새로 김치를 담그고 나박김치를 만들어야 했는데, 음식을 만들어 힘든 것보다 그 음식에 대한 형님들과 남편의 평가로 긴장해야 했었다고.

그는 "힘들게 일했는데, 음식 맛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소리 들으면 속에서 천불이 나고 내가 왜 박 씨도 아닌데 박 씨들을 위해 이렇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딸은 부엌 근처도 오지 못하게 하면서 키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한민국 '명절'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치러지고 있다.

어머니와 할머니 등의 '명절 노동'을 보고 자라온 MZ세대 며느리들과 예비 며느리들은 이러한 일에 저항하고 있다. 똑같이 귀하게 자란 자식인데, 누군가 일방적인 희생을 치러야 하는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는 일에도 당당하다.

아들들 또한 어머니의 일방적 희생을 보고 자란 경우 이를 당연하게 여기기보다는 '해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1984년생 동갑으로 다음 달 결혼하는 배꼬동(애칭·남) 씨와 소라(애칭·여) 씨는 다가오는 설 명절은 각자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아직 식을 올리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각자 부모님을 설득해 결혼 후에도 각자 본집에서 명절을 보내기로 약속한 것이다.

예비 신랑 배꼬동 씨는 이런 말을 했다.

"명절만 되면 고부갈등 기사가 쏟아지는데 사실 언론이 부추기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늦게 결혼하는 처지인지라 양가에서도 '너희만 잘살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아내 될 사람과 '효도는 각자 알아서 하자'는 원칙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기로 약속했다. 명절 아니라 평소에 잘 찾아뵙는 게 사실 더 효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생각이 맞는다고 하는 말이 아니라, 각자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면 되지 않겠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 202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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