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찍어내는 웨딩사진 대신 한 권의 잡지 화보로

(팝콘뉴스=김진경 기자)[* 편집자 주 MZ세대에 속하는 20·30대 중에는 MZ라는 용어가 오히려 좀 진부하게 느껴지고 지겹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X세대로 유명했던 지금의 40대도 그런 말을 했다. 젊다는 칭찬도 참신하다는 장점도 때로는 부담이 된다.

그래도 스타트업이라는 분야를 빛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이들 MZ다. 한 명 한 명의 젊은 사장님들을 만나 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열정과 비전에 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동년배들은 같은 세대의 열정을 만나서 용기를 얻고 좀 더 어리거나 좀 더 연장자인 사람들도 영감을 받을 기회다.]

▲ 창업지원센터에서 성과 발표 중인 어바웃퍼펙트써클 이주민 대표(사진=어바웃퍼펙트써클) © 팝콘뉴스


'월간기억'은 구독자들의 매월 기억이나 추억을 기록해주는 정액제 서비스다. 사진에 대한 허들이 생각보다 높아서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게 하려고 만든 시스템이다.

대부분 사람의 사진에 대한 인식은 웨딩사진, 베이비 사진 등 기념사진으로만 한 번 기록하고 자주 안 보는 식이다. '월간기억'은 기존의 스냅 촬영과는 달리 매달 추억이 될 수 있는 수준 높은 작품으로 사진을 남겨 궁극적으로 개인 정체성의 아카이브 문화를 지향한다. 이주민 대표는 앞으로 개인 스토리지 서비스도 구축해서 고객이 사진을 잃어버리거나 실수로 삭제해도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추억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1 '월간기억'이라는 아이템은 어떤 동기나 상황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정기구독이라는 시스템, 한양대 스타트업 아카데미를 다니던 중 당시 화두가 되는 아이템이 정기구독과 공유경제였어요. 사진이라는 아이템과 서로 맞물려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어요. 수업 중에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며칠 동안 마음속이 두근거리고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기분이 이상해질 정도였죠."

"사진 쪽은 원래 제가 계원예대 사진과를 전공한 뒤 10년 정도 사진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서 지식과 경험이 쌓여 있었는데 일하는 동안 사진 문화에 대한 회의가 느껴져서 자영업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기존에 결혼식이나 졸업식 등 천편일률적인 기념사진 문화의 한계가 안타깝고 새로운 사진 문화를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이주민 대표는 웨딩사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오랫동안 경영 관리 파트에서 일했는데 웨딩 패키지 사진 상품의 가격 투명성 문제를 비롯해 고객 만족도가 낮고 천편일률적이라 산업 자체에 대한 회의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런 고민 끝에 상품성과 투명성을 갖춘 새로운 스냅 사진 문화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된 게 정기구독 '월간기억'이었다. 추가 금액은 최소화하고 1년과 6개월 두 가지 구독 형태로 1년 구독은 12장, 6개월 구독은 6장의 결과물을 만들게 된다.

▲ '월간기억' 이미지 (사진=어바웃퍼펙트써클) © 팝콘뉴스


'월간기억'은 구독자들이 이주민 대표의 회사 '어바웃퍼펙트서클'과 협력 관계에 있는 사진작가의 포트폴리오인 인스타그램을 보고 직접 결정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 작가들과 케미스트리가 생기고 친밀감이 형성되면 1년 동안 꾸준히 작업을 지속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여러 작가와 다양한 작업을 즐기는 경우도 많다.

대구나 대전 등 비수도권 지역의 스튜디오, 작가와 계약해 협력 관계에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해서 투어하듯이 여행지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구독자들도 생기고 있다.

그 밖에도 날마다 다르다는 아이들 모습이나 강아지 모습을 정기 구독제로 매달 기록에 남기는 고객들도 있다.

대학생 중에는 건축학과나 미대 학생들이 모형 제작 등의 전공 과제를 남기기 위해 매월 진행 과정의 기록을 남기는 예도 있는 등 이주민 대표가 기획했던 것보다 더 다양하게 사용하는 고객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또한 오디션용으로 배우들의 프로필 사진 수요도 생각보다 많다. 보통 프로필 사진을 한번 촬영하려면 1백만 원가량으로 한 번에 목돈이 들기 마련인데 '월간기억'을 구독하면 매달 조금씩 다른 스타일링으로 새로운 사진을 촬영해 제출할 수 있어 장점이 크기 때문인 듯하다.

▲ 인터뷰를 진행한 어바웃퍼펙트써클 사무실 (사진=어바웃퍼펙트써클) © 팝콘뉴스


#2 창업 초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정기구독이라는 개념이 낯설어서 홍보에 아무래도 가장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진 문화의 필요성을 잘 모르는 상태라서 고품질의 사진이 생기면 다른 이들과 차별화되는 문화를 즐기는 수요층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주민 대표가 직접 마케팅했을 때보다 기존 고객의 지인들이 결과물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해 직접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초기에는 무엇보다 사업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이 길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고 새로운 길이다 보니 피드백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21년 8월에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서 주위 멘토들로부터 좋은 아이템이라는 피드백을 받고 불안하던 마음에서 자기 확신이 생겨 여기까지 오게 됐다.

"창업 초기에는 수익성이 좋았어도 사업성이 있는지 막연하고 막막해서 많이 외로웠는데 멘토들의 조언이 마치 게임에서 마지막으로 목숨이 1개 남았을 때 보너스로 목숨 1개 더 받은 기분이었죠."

#3 앞으로 스타트업 또는 창업은 청년층에게 오랫동안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대해 대표님이 청년층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취업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것도 좋고 대단하지만 창업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이란 세상을 바꾸는 일이고 단순히 수익을 보는 게 아니라 '기존에 없던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개념을 잡아야 합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새롭게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이주민 대표는 취업을 못 해서 창업을 하는 건 아니라고 충고한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감정이 들 때 간절함이 들 때 해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 '월간기억' 이미지 (사진=어바웃퍼펙트써클) © 팝콘뉴스


#4 최근 주목하고 있는 사업 방향이 있다면?

"저희가 2020년 3월 첫 서비스 개시해서 2020년 12월 와디즈 1차 펀딩 진행, 2022년 1월 와디즈 2차 펀딩을 진행했는데요. 곧 와디즈 3차 펀딩을 준비 중이고 이번에는 바우처카드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1년 구독 서비스를 구매하고 종료한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격월 구독 서비스를 론칭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최근 카카오톡이 개편 이후 프로필 사진 기능이 진화해 프로필 사진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프로필 사진을 통해 자기 정체성과 감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수요층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사업성을 확장할 계획이다.

대전, 제주, 전주 등에 지점도 준비 중이다. 야외 스냅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2022년은 전국 지점 100개로 목표 삼아서 고객분들이 각지에서 원하는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편의성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시국 때문에 위축되어 있지만 해외여행이 분명 다시 활성화될 때가 올 겁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해외 지점을 만들고 해외 작가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해외여행 중에도 저희 구독자들이 고품질의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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