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양형기준·양형조사 피의자 중심... 피해자 피해 진술할 권리 법에 명문화해야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디지털성범죄 등 성범죄 피의자에게는 양형 조사 시 성장 과정, 향후 생활계획 등을 묻지만, 정작 피해자에게는 자신의 피해를 설명할 기회도, 양형에 반영할 창구도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는 객관적·합리적 양형을 위한 형법 양형조건 개정 등을 담은 개정안을 심의 및 의결, 발표했다.

이날 전문위는 권고안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성범죄 처벌을 정상화하기 위해 성폭력처벌법, 청소년성보호법 등 관련 법률에 걸쳐 법률개정과 법정형 상향 등 시도가 이어져왔지만, 정작 재판 과정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그 이유를 양형 관련 제도의 '빈칸'에서 찾았다.

현행 형법 제51조는 양형 조건을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등으로 정하고 있다. 형을 정할 때 가해자의 상황을 참작 조건 삼는 셈이다.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은 형법 상 양형 조건으로 참작되지 않는다.

법무부 양형위가 정한 별도의 양형 기준에서 피해자의 연령 등 피해 상황이 일부 참작되나, 형법 상의 조건이 아닌 만큼, 반영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전문위가 제시한 형법 제51에 대한 개정안은 기존 조건에 ▲피해자의 연령 ▲피해의 결과 및 정도 ▲피해 회복 여부 ▲피해자의 처벌 및 양형에 관한 의견 등을 더한다.

또한, 양형을 결정하기 위한 조사 과정 역시 피해자 관점을 반영해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양형조사제도는 보호관찰관에 의한 판결 전 조사, 결정 전 조사, 검찰 양형조사, 법원 양형조사 등을 거쳐 해당 자료를 살펴 각 재판부가 형을 내리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현행 양형조사가 가해자와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목하고 있어,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에 관해 항변할 기회는 적다.

예컨대, 검사 또는 법원 결정전 조사 양형조사서 서식의 경우,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 관한 사항은 성장과정, 향후 생활계획 등 여러 세부 항목으로 나뉘어 있지만, 피해자 관련 사항은 별도 기재란이 없다.

이에 전문위는 판결 전 조사 과정을 명시한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7조에 피고인에 관한 사항과 함께 ▲피해자의 연령 ▲피해의 결과 및 정도 ▲피해 회복 여부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 등 피해자에 관한 사항의 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는 항목을 더할 것을 제언했다.

아울러, 피해자 진술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해자 등의 진술권' 항에 상황에 따라 피해자가 공판일 법정 출석 대신 서면 제출을 할 수 있다는 항목을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19세 미만 미성년 피해자의 영상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조항이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라며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실제로는 진술권을 되레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셈이다.

한편, 지난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디지털 성범죄 사건 1심 형종을 살펴보면, 벌금형을 받은 사건이 기소 사건 중 53.64%로 가장 많고, 집행유예가 25.77%로 두 번째로 많다. 선고유예는 1.93%, 실형 선고는 9.3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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