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해를 보내고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자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육십간지 중 38번째로, 신(辛)이 백색, 축(丑)이 소를 의미해 '하얀 소의 해'라는 의미심장하고도 새로운 다짐과 각오를 다지게 했던 해였다. 소는 도가(道家)에서 유유자적을, 유가(儒家)에서는 의(義)를 상징하고, 불가에서는 '인간의 본래 자리'를 의미한다.

굳이 이런 좋은 의미를 찾지 않더라도 소는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는 사람과 함께 논과 밭을 일구며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충직하고도 친근한 존재였다. 그런 '소의 해'였기에 올해는 더 풍요롭고 여유롭기를 소망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소망도 코로나19의 위력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뉴스를 통해 워낙 많은 사건과 사고 소식을 접했던지라 올 한해를 떠올리면 그저 불안하고 아팠던 기억들만이 가득한 느낌이다.

그래도 이틀 뒤면 우리 모두의 인생사에서 뒤안길로 사라질 올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이 머무니, 기억해야 할 일과 지워버리고 싶은 일,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 끝내버리기에 아쉬운 일들이 요목화되며 머릿속에 자리한다.

어떤 일부터 돌아보고 정리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도 12월 31일까지는 ‘올해의 정리’라는 것을 해야겠다. 잠시 눈을 감고 요목화된 내용들을 소환해 나름대로 번호를 붙여본다.

아무래도 하루하루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고 무사한 날들에 감사하고, 특별한 계획이나 시도보다는 현재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많은 것들을 축소하며 살았던 한 해였던 것 같다고 적어본다.

아쉬운 것이 너무나도 많다. 좋아하는 여행을 다니지 못한 것이 가장 속상하고, 배우고 싶었던 운동이나 취미활동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무엇보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보고 싶을 때조차도 마음껏 만나지 못한 것이 가장 섭섭하고 아쉽다.

내친김에 아쉬운 마음을 좀 더 풀어본다. 이맘때면 이런저런 인연을 가진 지인들과 삼삼오오 모여 연말모임을 가졌었다. 그날의 기분에 어울리는 맛난 음식을 나눠 먹으며 행복했고, 기분 좋은 반주나 향 좋은 차 한 잔을 기울이며 함께 보낸 날들을 추억했다. 또, 다가오는 새해를 축복하며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머금어지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러나 올해는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는 금기처럼 되어버렸다.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소망은 초라하고 가엾은 모습으로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꽁꽁 얼어버린 채 사라졌다.

곧 대망의 2022년 새해가 밝는다.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이다. 임인년은 육십간지 중 39번째로 임(壬)이 흑색, 인(寅)은 호랑이를 의미하는 '검은 호랑이의 해'이다.

검은 호랑이의 기상으로 내년에는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를 비롯한 각종 감염병을 모두 물리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각종 나쁜 사건사고와 같은 일들도 우리 사회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해주기를 소망해 본다. 코로나로 고통받았던 사람들이 웃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린아이들은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니며 공부했으면 좋겠다. 청년들의 일자리 걱정이 조금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소상공인들이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으로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료진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진료환경에서 일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 놓고 건강하게 거리를 누볐으면 좋겠다.

오늘도 각자의 일터와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무게로 힘겨웠던 올해의 지난 시간들과 잘 이별하기를 바란다. 이별이 깔끔해야 아쉬움이나 아픔이 조금은 덜하리라.

그리고 제대로 된 송구영신(送舊迎新-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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