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 "최근 게시물 순으로 콘텐츠 노출할 것"

(팝콘뉴스=박윤미 기자)*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골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습니다. 그동안의 일방향 보도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들과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뉴스입니다. 예민한 사안의 경우 의견을 주신 분들의 성함을 닉네임으로 대신하거나 블러 처리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 A씨는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전혀 관심 없는 면도기 광고가 피드에 올라오는 것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원인은 남편에게 있었다. 남편이 A씨 명의로 가입한 쇼핑몰 앱에서 면도기를 찾아봤던 것. 그동안 A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이번처럼 A씨의 관심사와는 전혀 무관한 광고나 게시물이 몇 번 등장했는데, 그것이 알고리즘 때문이라는 것을 인지한 적은 없었다. A씨는 "우리 부부는 서로의 휴대전화를 공유하며 사용하는 편인데, 앞으로는 (남편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조심해야겠다"고 너스레 떨었다.

인스타그램은 2022년부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노출 서비스를 폐지한다고 현지 시각으로 8일 밝혔다.

이를 처음 보도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 아담 모세리는 8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 이 같은 계획을 알리는 한편 알고리즘으로 인해 자동 생성·노출되던 콘텐츠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시간 순서로 생성되는 콘텐츠들이 채워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10대들의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 내부 논문 등을 통해 드러나면서다. 인스타그램 내부에서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이 수익 창출을 위해 유해 게시물의 유통을 방치하고 있으며 사회적 혼란을 방조하는 데다 사용자들에게 양극화 및 적대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하면서도 대응하지 않는다는 내부고발이 터져 나온 일도 있다. 이에 의회에서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젊은 사용자들의 정신건강 안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하기도 했다.

모세리 CEO는 의회 청문회장에서 "몇달 동안 시간 순서상으로 피드를 노출하는 옵션을 운영했으며, 2022년 초 론칭을 앞두고 있다"라며 "현재 알고리즘은 사용자들의 선호에 따라 개인화된 피드를 제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서비스의 중대한 변화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제거된 인스타그램, 어떻게 생각하세요?


'알고리즘(Algorithm)'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 방법 등을 의미하는 단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한 포털사이트에서 '알고리즘'의 뜻을 묻는 질문자에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적 기법이 적용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유튜브나 SNS상에서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취미나 관심사와 같이 선호하는 것을 빅데이터 기법으로 분석, 추출해 보여주는 이른바 '자동추천' 기능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알고리즘 기능이 등장했을 때는 대다수 이용자가 호기심과 호응을 드러냈다. 이는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라든가 '남친보다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알고리즘' 같은 말들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전혀 취향과 맞지 않는 타 이용자의 게시물과 업체 광고가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이용자들은 알고리즘으로 인한 콘텐츠들을 두고 '상업적이다'라거나 '공해'라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이번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폐지 소식에 인스타그램 유저들의 의견 또한 여러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알고리즘 제거 반대 견해를 보인 응답자들은 인스타그램사의 결정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제거에 관한 생각을 묻는 말에 닉네임 미미언니(팔로워 1560명 #캣스타그램)는 "내 취향을 분석해 알아서 흥미로운 게시물을 보여주는 게 알고리즘 덕분인데 이걸 굳이 왜 폐지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알고리즘이 IT 기술의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며 "간혹 내 관심사가 아닌 게시물이 줄줄 뜰 때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10대 등 젊은이들의 정서에 영향이 있다면 그들의 피드에는 일정 부분 제한을 두는 것은 안 되는지"라는 생각을 밝혔다.

소라보라맘(팔로워 706명 #육아스타그램)도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제거 소식에 다소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스타그램보다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관심 가진 적 없던 내성 발톱 치료 장면이 왜 자꾸 내 피드에 뜨는지 모르겠다"며 "그나마 인스타그램은 아기들 영상을 추천해 줘 육아 중인 엄마들과 맞팔하고 소통하며 정보를 얻었다.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서비스 폐지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알고리즘으로 마주해야 했던 콘텐츠를 가리켜 '광고', '공해'라고 표현했다.

조셉(팔로워 5670명 #맛스타그램) 은 자신이 만든 요리 레시피를 공유하는 인스타그래머다. 그는 "인스타그램도 언제부턴가 장삿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완전 광고판이 됐다. 주변에서는 내게도 인플루언서 활동을 추천하지만 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생각이다. 태그만으로도 얼마든지 내 게시물을 찾아 들어오는 사람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알고리즘 폐지 소식을 대환영한다. 정말 어쭙잖은 콘텐츠들이 뜨면 인스타그램이 돈 받고 이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 찍는 Neodeux(팔로워 475명 #사진스타그램) 또한 "기존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거라 딱히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내 팔로워와 태그 기준으로 노출되는 거라 오히려 그게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조셉과 비슷한 생각을 전했다.

찬성과 반대로 정확한 견해를 밝히기 어렵다는 응답자들도 있었는데 그중 쏠언니(팔로워 312명 #다이어리)는 "이미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하는 것보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공유할 때 훨씬 많이 노출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긴 했다"고 말했다. 쏠언니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사용에 능통한 편이다.

1일5끼(팔로워 521명 #먹스타그램) 역시 "그동안 알고리즘에 대해 별생각 없이 살았는데 막상 질문을 받고 보니 쿠팡에서 뭐 하나 검색하면 바로 인스타그램에 그게 광고로 뜨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긴 했다"며 "그런데 나는 이런 게 별로 중요한 사람은 아니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가 인스타그램보다 앞서 뉴스 배열 알고리즘을 제거한 바 있다. 내년에는 알고리즘 기반의 다음 앱 뉴스탭에서도 알고리즘 기능이 제거된다는 소식이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이용자들이 '알고리즘'을 그다지 선호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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