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 사다리는 어디로...'흙수저' 노력해도 명문대 못 갈 확률 최소 70%

한국 사회, 부모 배경에 따른 기회 불평등 악화

정찬혁 기자 | 기사입력 2021/11/26 [14:19]

계층 사다리는 어디로...'흙수저' 노력해도 명문대 못 갈 확률 최소 70%

한국 사회, 부모 배경에 따른 기회 불평등 악화

정찬혁 기자 | 입력 : 2021/11/26 [14:19]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정찬혁 기자) '개천에서 용 난다.' 열악한 환경에서 불가능한 업적을 이루거나 성공한 경우를 빗댄 속담이다.

 

가난한 옛 조상은 반딧불과 눈(雪)빛을 등불 대신 조명 삼아 글을 읽고 공을 이뤘다. 지금 반딧불로 글을 읽는 사람은 없지만, 여전히 열악한 조건 속에서 공부하며 가난을 벗어나고 성공을 꿈꾸는 청년이 많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모두 보상받는 건 아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 '형설지공' 같은 말은 지금 적용하기 힘든 고어가 됐다. 

 

최근 입시는 수시와 학생부 종합 전형의 비중이 늘어나 학창 시절부터 이미 공부 외 스펙 경쟁 시대가 됐다. 이런 입시전쟁은 이후 취업전쟁으로도 이어진다. 이전처럼 '공부'만 잘해서는 안 되는 불평등한 경쟁이 심화했다는 의미다. 

 

■ 계층 사다리 역할 하던 '교육', 기회 불평등 악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5일 발표한 '조세 재정 브리프 대학입학 성과에 나타난 교육 기회불평등과 대입 전형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저자인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기회 불평등은 지난 20여 년 동안 급속히 악화했던 것으로 인식된다"고 밝혔다.

 

계층 간 교육격차가 커지면서, 기회 불평등을 만들고 결국 '교육'이 계층 사다리로서 제구실을 못 하게 된 것이다. 

 

연구에선 대학입학 성과의 기회 불평등 실태와 입시전형 간 비교를 위해 대학을 5단계로 구분하고 1점에서 5점까지 점수화했다. 

 

부모의 교육수준, 가구의 소득수준, 가구환경지수 등을 분석해 이를 기준으로 가구환경을 저, 중, 고 세 가구 환경으로 3등분했다. 또 출신지역에 따른 기회 불평등을 분석하기 위해 출신지역을 수도권, 광역시, 시·군·구 세 가지 지역권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가구환경 간 대학입학 성과의 기회 불평등이 모든 해에 걸쳐서 뚜렷하게 존재하며, 가구환경이 좋을수록 대학입학 성과에 더 우월한 기회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병기 교수는 "입시전형에 따라서는 세 가지 환경 구분 모두에서 수시전형의 기회 불평등도가 정시전형보다 뚜렷하게 높아 수시가 정시보다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기준으로 측정한 결과, 기회 불평등도가 2010년 전후로 0.7에 이르는 높은 수준으로 나왔다.

 

주 교수는 "이는 명문대 진학에 있어서 계층 간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출신 가구가 최하위 계층일 경우 타고난 잠재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회 불평등 때문에 명문대 진학에 실패할 확률이 적어도 70%에 이름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또, 수시전형에서 지역 간, 가구환경 간 기회 불평등도가 높은 것에 관해 "서울대를 비롯한 최상위권 대학이 채택하고 있는 현행 지역균형선발이 지역균형이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영국의 배경 고려 선발제도(Contextual admission policy) ▲미국의 적극적 차별 철폐 조치(Affirmative  action) ▲기회균형전형 ▲농어촌전형 등 학생의 사회경제적 환경정보를 반영해 계층 간 평등한 입학 기회를 보장하는 대입 전형이 최상위권 대학들 중심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지난 18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 풍경(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 "모두가 용 될 수 있다"...꿈꾸는 청년 좌절 없어야

 

조국 전 법부무 장관은 서울대 교수로 교직하던 2012년 SNS를 통해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문제로 회자되며 개천 용을 꿈꾸는 청년들을 좌절시켰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중략)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을 만드는 데 힘을 쏟자."

 

교육은 불평등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활발한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정당한 사회는 기회 불평등을 해소하고 건강한 경쟁을 펼치는 것이지, 연못에서 나올 생각 하지 말고 주는 먹이로 만족하며 사는 게 아니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도 하나둘 공약을 공개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16일 국민의당 메타버스 플랫폼인 '폴리버스캠프'를 통해 수시 전면 폐지 등을 담은 청년 정책 1호 공약을 발표했다.

 

정시전형을 일반전형 80%와 특별전형 20%로 변경하고, 일반전형은 수능 100% 전형과 수능 및 내신을 50%씩 반영하는 전형 등 두 가지 방식을 적용한다. 특별전형은 사회적 소수자 배려 전형 10%, 특기자 전형 10%로 나눈다. 

 

수험생들의 기회 보장을 위해 7월과 10월 등 연 2회 수능시험을 시행해 좋은 점수를 반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21일 청년공약을 발표하며 ▲입시제도 단순화 ▲대학입시에서 정시비율 확대 ▲입시비리 '암행어사제' ,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내용을 포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교육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전부터 공정 경쟁을 위한 규제는 강화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교육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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