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론장 열렸지만...민주당 차별금지법 토론회 '소수자 지우기' 난무

25일 민주당 정책위 주최 토론회... "성지향은 개인의 지향" 등 성소수자 '지우는' 발언 잇따라
찬성 측 "보편적 인권 인정하고서야 토론 가능해... 민주당 책임 느껴야"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1/11/25 [19:30]

[현장] 공론장 열렸지만...민주당 차별금지법 토론회 '소수자 지우기' 난무

25일 민주당 정책위 주최 토론회... "성지향은 개인의 지향" 등 성소수자 '지우는' 발언 잇따라
찬성 측 "보편적 인권 인정하고서야 토론 가능해... 민주당 책임 느껴야"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1/11/25 [19:30]

▲ 25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평등법 토론회 현장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차별금지법에 대한 토론이 국회에서 닻을 올렸다. 지난 2007년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지 14년 만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반대 측 패널에 성별정체성, 성적지향을 포함했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패널에 다수 자리를 내어주면서 '올바른 구성'이었느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차별금지법이 아니라 소수자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을 가진 당사자와 이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가'의 문제로 토론이 자주 뒷걸음질 친 데 대해 민주당이 '보편적 인권'을 최소한의 원칙으로 상정하고 토론회를 구성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주최로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이요나 탈동성인권센터 홀리라이프 목사 등 반대 측 5명, 자캐오 성공회 신부 등 찬성 측 5명이 패널로 참석했다.

 

반대 측 패널로 참석한 이상원 새로남교회 협동목사는 "성관계를 위해 하나님이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했다"며 "성경에서 동성애를 심각한 죄로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 패널로 선 이요나 목사는 "성지향은 개인의 지향이고 개인의 의지"라고 법 제정에 반대했고, 류현모 성산생명윤리연구소 교수는 "성인 남성 성소수자를 HIV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성소수자의 배제를 막는 차별금지법은 제정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학계는 2015년 EU가 발간한 보고서를 포함해 이미 여러 차례 동성 간 접촉이 에이즈 감염의 유일한 이유도, 주된 이유도 아니라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이은경 변호사는 차별금지법 제정 시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조항을 포함했을 때, 다른 개별법의 개정이 잇따르면서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내세웠다.

 

이 변호사는 "제3의 성을 도입하면 기존 성교육과 혼란을 피할 수 없고 각종 법을 다 바꿔야 하고 정부나 민간의 교육과정도 바꿔야 한다. 비용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입법여파, 사회적 비용 등 모든 쟁점을 살펴서 재정이 이런 것을 감당할 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찬성 측 패널들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있고, '인권'을 해치는 차별은 제재돼야 하며, 이를 제재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전제 이후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논의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여러 토론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중요하지만, 토론한다고 했을 때 적어도 '어떤 사회구성원들은 보호받아선 안 된다'는 주장에서 토론을 시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보편적인 인권을 원칙으로 인정하고 그 위에서 차별금지법 논의를 해나가겠다고 밝혀주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조혜인 변호사는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없기 때문에 대관을 해줄 수 없다는 식으로 공적인 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10년동안 공적부문에서 소수자 인권이 지체되고 후퇴된 데는 민주당이 2018년도에 법안 철회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민주당의 책임을 지적했다.

 

이종걸 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역시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이 어떠한 입장인지 밝히지 않고 찬반 동수로 토론자를 구성했다"며 "이런 방식의 토론회는 차별 선동에 적극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민주당은 여기 동조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자캐오 성공회 신부는 "(반대측) 목회자분들이 성소수자 영역에서만 (차별금지법을)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한국교회가 이문제를 심각히 바라보고 있기도 하지만, 특정한 영역의 이야기로 묶어두고 싶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동시에 이들의 의견을 '반대의견'으로 대표하는 민주당에도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자캐오 신부는 "젊은 목회자들은 (50~80대 남성 목회자 등 주류인사가)과잉 대표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구조를 여당이 모른 척하는 데 분노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편, 조문 관련 논의도 일부 진행됐다.

 

박주민 의원 평등법은 직접차별과 함께 행위자가 의도치 않았으나 부차적으로 차별을 발생시킨 행위인 '간접차별'을 '차별'로 정하고 있다. 반대 측은 '간접차별'을 인정하면 차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찬성 측은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차별과 간접차별 모두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를 차별행위자가 증명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사실상 현행 중 차별을 제재하는 법률에도 '간접차별'이 인정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은 간접차별을 인정하고 있다.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개념이 '과학적'으로 명료하지 않아 악용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당사자가 아니라 차별행위에 대한 제재"라고 반박했다.

 

조혜인 변호사는 "인종은 과학적 사회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인종'이 있고, 구별되고,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게 대우받는 게 정당하다는 차별적인 믿음만 있다"며 "성별정체성,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대상이)성소수자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아니다. 차별하는 사람의 행위 목적과 생각이 뭐냐에 따라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개념이 확정적이지 않다고 해도 차별금지법 사유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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