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릿이 만든 반려동물용 로봇가전 '퍼에어(PURR AIR)'

▲ 밸리언텍스 김태현 대표. 사무실은 부천에 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고양이는 냄새 안 나는 깨끗한 동물은 맞는데, 고양이 배설물에서 나는 냄새는 상상 이상이더라고요. 문득 우리의 기술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만든 것이 '퍼에어(PURR AIR)'입니다. 저희는 쉽게 '고양이 똥내 잡는 공기청정기'라고 소개합니다."

로봇에 진심인 청년들이 모여 만든 반려동물용 공기청정기 '퍼에어'. 예전 사무실 창고에 예고 없이 놀러(?) 왔다가 눌러앉은 고양이와의 인연에서 비롯된 이 기계는 지금 고양이 반려인들, 즉 집사들 사이에서 잇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주말 3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는 케이펫(k-pet) 박람회에서도 '퍼에어' 부스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퍼에어'는 같은 대학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한 선후배들이 대기업 엔지니어, 연구원, 대학원 등 각자의 길을 걷다 10년 만에 만나 만든 회사 (주)밸리언텍스에서 개발한 반려동물 전자제품이다. 이 제품을 개발하면서 밸리언텍스는 '퍼릿'이라는 반려동물 제품 브랜드를 별도로 론칭했다.

'촬영 로봇' 만드는 회사에서 느닷없이 '반려동물용 공기청정기' 개발을 위해 의기투합한 사연은 이랬다.

촬영용 로봇팔을 개발하는 밸리언텍스 사무실에는 사람 직원 말고도 고양이 직원 두 마리가 더 있는데 둘은 모두 스트릿 출신이다. '누렁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전 사무실 창고에 예고 없이 들어온 것을 인연으로 며칠 보살피다 아예 직원으로 채용했다. '오리'는 스카우트된 케이스인데, 이 회사 김태현(38) 대표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서 몇 번 봤던 새끼 고양이를 손수 입양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당시 아기 '오리'는 어미에게서 도태된 상태였던 것 같다고.

수컷인 누렁이, 오리는 사무실 직원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으며 별도로 마련된 안락한 숙소에서 온갖 희귀문물(?)을 씹고 뜯고 맛보는 등 얼리어답터 묘로 건강하고 발랄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나 사람 직원들의 고민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출근 시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맡아야 하는 고양이 배설물 특유의 냄새였다. 차마 그것까지 반기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그 때문에 탈취력 강하다는 모래와 각종 탈취제 등을 사용해 봤지만 대부분 그때뿐이었으며,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 고양이 배설물 냄새 해결책을 찾았지만, 비슷한 고민의 글들만 수두룩할 뿐 속 시원한 답변은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우리가 가진 (로봇)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누군가의 말이 있었고, 그렇게 앉은자리에서 대화가 오간 끝에 '퍼에어' 밑그림이 그려졌다.

▲ 밸리언텍스 김태현 대표와 사무실 전경(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고양이를 반려하는 집사라면 퍼릿 직원들이 했던 고민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는 자고 먹고 노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종일 그루밍을 하는 깔끔이들인데, 희한하게도 배설물에서는 지독히도 냄새가 난다. 그때그때 치우지 않으면 옷은 물론 침구류, 신발에까지 냄새가 배 이를 없애려면 꽤 오래 환기하거나 강한 탈취제를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탈취제들이 고양이와 사람 모두에게 그다지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는 것.

목표와 필요 기술력의 적정선이 분명하다 보니 제품 개발은 빠르게 이뤄졌다. '1000만 반려인구를 위한 프리미엄 헬스케어 솔루션'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제품 개발에 몰두한 퍼릿은 몇 개월 만에 '고양이 똥내 잡는 공기청정기'를 출시했고, 1년도 채 안 돼 입소문만으로 집사 필수템 리스트에 '퍼에어'를 올릴 수 있게 됐다.

▲ 고양이 누렁이와 퍼릿이 만든 '퍼에어'(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퍼에어(PURR AIR)', 간편하게 냄새 제거


'퍼에어'는 고전압 방전으로 이온을 발생시키면서 공기 중에 떠도는 유해 물질을 분해한다. 갈아 끼우는 필터 없이 3주에 한 번 정도 가볍게 닦아내기만 하면 되기에 경제적 부담도 필터 청소에 따르는 번거로움도 없다.

또한 '퍼에어'는 플라스마를 이용해 공기 입자를 이온화하는 '이오나이저' 방식으로, 냄새는 당연하고 각종 유해 물질까지도 제거한다.

기계 안에는 작은 팬(FAN)이 있는데, 청각이 매우 예민한 고양이들도 거의 반응하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라, 생활 중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 정도의 소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냄새 잡는 정도는, 실험 결과 '삭힌 홍어' 특유의 향을 없앨 만큼 효과를 입증했다는 설명. 아무리 고약하다고 해도 고양이 배설물 냄새는 홍어 삭힌 냄새보다는 덜하다.

사용법 또한 매우 간단해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다룰 수 있다. 터치만으로 슬립, 노멀, 부스트 세 단계 중 원하는 성능을 선택하는 것이 작동법 전부다. 기계 자체도 워낙 가벼워(270g) 구성품 중 하나인 자석으로 어디에든 붙여 사용할 수 있다.

고양이나 개를 반려하지 않는 집에서도 퍼에어를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은 다양하다. 매일 분리수거 할 수 없다면 쓰레기가 있는 곳 주변에, 신발이 많다면 신발장에, 재택근무하는 직장인이라면 책상 주변에 붙여두면 금세 주변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실사용자들이 남긴 후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퍼릿 식구들. 퍼에어 앞에 고양이 오리, 누렁이도 있다.(사진=퍼릿) © 팝콘뉴스


제품이 출시되고 퍼릿은 '퍼에어'를 들고 제일 먼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찾았다. 아무래도 와디즈에는 개, 고양이를 반려하는 반려인구도 많고, 얼리어답터들도 많다 보니 퍼릿으로서는 냉정한 평가를 받기에 이만한 곳이 없었다. 첫 펀딩에서 '퍼에어'는 예상보다 크게 주목받았다. 396명이 펀딩에 참여해 3000만 원 가까운 금액을 모은 것이다. 요즘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까닭도 있지만, KC 인증서를 비롯해 유해가스제거능력 시험성적서, 오존발생 시험 성적서와 같은 '기술력'으로 정면 승부한 퍼릿의 정통함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끌어당긴 것이다.

두 번째 시장에서 퍼릿은 두 배의 대박을 터트렸다. 그리고 세 번째는 3억 원이라는 대박을 터트렸다.

'퍼에어'의 인기에 요즘 밸리언텍스는 전에 없던 경험을 하고 있다. 동물 관련 박람회에 나가 상품 설명을 한다거나 현장 결제를 진행하고, 택배를 포장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간혹 구입을 위해 전화 문의하는 소비자를 응대하는 일도 기꺼이 하고 있다. 지난 3년 로봇만 보고 살던 사람들이 고양이 그리고 사람을 보며 그들과 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태현 대표는 "우연히 우리 삶으로 들어온 누렁이, 오리 덕분에 '퍼에어'를 개발할 수 있게 됐고, '퍼에어'를 통해 전국의 많은 반려인과 소통하고 있다"며 "로봇 만드는 기술로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깨달은 한 가지는, 결국 모든 기술은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퍼릿의 순수 기술로 만든 '퍼에어'에 이어 앞으로 반려동물 그리고 반려인들을 위한 로봇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며 "처음 로봇 기술로 사람들이 가진 고민과 어려움을 해결해 보고자 했던 의지와 마음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밸리언텍스는 미국에 법인을 두고 있다. 미국 시장을 개척해 보고자 하는 것이 김태현 대표와 직원들의 꿈인데, 그 꿈을 실현하는 날 누렁이도 오리도 함께할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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