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지역 청년시민단체 '구로 청년채움'의 이학준 대표 인터뷰
여전히 청년단체가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정치적 입김에 많은 영향 받아
정부 직속 청년청 설치해서 청년들 위한 지속적인 기반 마련해야

(팝콘뉴스=김재용 기자)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코너는 '느린 뉴스'의 가치를 찾고자 합니다. 우리는 속보성 뉴스의 빠른 가치에만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의 눈은 선정성, 흥미위주, 자극적인 스트레이트 고발 기사로만 채워집니다. 때문에 독자들은 금세 피로감을 느끼고, 뉴스는 소장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무의미한 소비 거리로 전락합니다.

본 코너는 뉴스를 통해 사건을 보기보다 인물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인물을 통해 사건을 보면 우리 일상이 총체적으로 파악됩니다. 총체적으로 파악되면 인간적인 가치를 우선시하게 됩니다.

▲ 청년시민단체 '구로 청년채움' 이학준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구로 청년채움'은 서울 구로 지역에서 자생한 풀뿌리 비영리 청년시민단체이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항상 청년을 캐스팅보트로 여긴다며 강조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는 순수하게 청년으로만 구성된 비영리 정책시민단체의 토양이 매우 척박한 편이다. 현 정부는 그동안 풀뿌리 민주주의 힘을 시민단체로 여겨 시민단체에 지원을 강화했다지만, 순수 청년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 기반은 서울에서도 여전히 빈약하다. 그중에서도 서울 서부권 지역에서의 청년 아이디어 시민단체는 그동안 없었다. 이 분야에선 작년에 결성된 구로 청년채움이 처음이다.

구로 청년채움은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함께 구성하고 이끌어가고 있는 청년단체이다. 구로구 지역 내 청년이슈와 정책들을 모아 다양한 콘텐츠로 청년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구 의회에 청년 정책을 제안한다. 또한 자발적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청년 정책을 현실화하고자 한다. 청년들끼리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어 지역 청년들끼리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우리 삶을 바꿀 정책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더 나은 청년들의 삶과 터전을 만들자는 가치에 기반한다. 구로 청년채움의 이학준 대표를 만나 현장의 생생한 청년 목소리를 들어봤다.

구로 청년채움을 만들고 이끌어가고 있는 이학준 대표는 22세이다. 현재 성공회대학교에 다니며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학준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토론대회에 나가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는 전교 학생회장을 맡아서 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업을 기획하고 꾸려가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교에 와서도 학생회 활동하면서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우리 언제까지 학교에 있을 거냐, 졸업하면 이제 독립인데 그럼 우리의 자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냐. 우리가 대학생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그러면 학교 밖으로 나가보자." 청년이니까 청년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청년만이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

▲ 이학준 대표는 단체 운영비 마련을 위해 편집디자인 일을 하기도 한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구로 청년채움은 2020년 9월에 임의단체로 등록했다. 처음에 400만 원의 자금으로 시작했다. 2020년 후반에 구로구청에서 실시한 구로 일자리 정책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최근에 MZ세대라고 해서 2030을 하나로 묶지만, 구로 청년채움은 그 점에 문제의식이 좀 있었다. 20대도 초반, 중반, 후반 세대의 관심 분야가 다 다른데 게다가 30대까지 하나로 그냥 묶어 버린다는 것은 지리멸렬해 보였다. 일자리 정책도 30대 정책 단체들이 모두 주도하는 분위기여서 20대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들이 묻혀버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 20대만의 시선으로 일자리 정책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것. 지금 구로 청년채움은 임의단체지만 민간단체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기부금을 받아서 자본금을 쌓아가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이학준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모의 국회·모의 유엔 토론회를 많이 했었다. 각국 대사 역할을 해서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책을 도출하는 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제일 좋은 게 정책이었다. 정책 사업을 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문화, 예술, 펀(재미) 등을 접하면서 20대 초반 지역 청년들만의 문제의식을 모아보자는 의도로 단체를 만들게 되었다. 모인 활동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펀을 추구하자는 것이었다. 영국의 세계적인 사업가 리차드 브랜슨은 펀 경영을 강조하고 펀 경영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업가다. 그도 펀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미 속에서 창조적 아이디어가 도출되기 때문이다.

순수한 청년 아이디어 단체라 자금도 없고 도와주는 외부의 자원도 없다. 그래서 이학준 대표는 활동을 이끌어가는 동력은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놀면서 즐거움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도 점점 더 모이고 그러면서 추진력도 얻고 그 동력으로 다양한 사업도 할 수 있게 되었다.

▲ 구로 청년채움 활동가들의 활동 모습(사진=구로 청년채움) © 팝콘뉴스


지금까지 진행한 사업 내용 중 흥미로웠던 것은?

먼저 '지역 소상공인 소비촉진 프로젝트'가 있는데 지역 맛집 탐방하면서 소비를 촉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구로 지역에는 이북 출신들이 운영하는 평양 냉면집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역사적 스토리를 엮어서 만들면 지역 관광산업도 촉진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문라이트 사업이 있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니까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활동가들이 들어왔습니다. 구로에는 놀 공간이 적습니다. 청년들이 즐기고 참여할 문화공간이 없다는 의견을 취합해서 문라이트라는 사업을 통해 지역 청년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표할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역에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서포터즈를 모집했는데 100명 가까이 신청했습니다. 고마우신 분들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10명 정도만 뽑았습니다.

100명 지원은 상당히 많은 숫자네요.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근데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기존에 문화재단에서 하는 사업의 경우 장벽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청년들이 자기가 지닌 예술 감각을 발휘할 기회가 없습니다. 지역 청년들이 예술적 표현 충족에 목말라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구로살롱이라고 한 달에 한두 번씩 구로 청년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관심사를 소통하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허심탄회하고 조건 없이 서로 모여서 관심사를 토론했습니다. 우리 지역은 타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많은데 그래서 정보가 필요하다 보니 서로 지역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문제의식들이 하나씩 나왔습니다. 그런 문제의식들을 모아서 정책 제안서를 만들어서 구로구 의회에 전달했습니다.

구로구청에서 '구로 청년채움' 사업에 대해 좋은 평가를 했다고 들었어요.

우리가 구로구에 어필한 것은 활동력 부분이었습니다. 기존에 하던 단체도 지속성이 없어서 하다가 그만두곤 했죠. 우리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이 상가도 행복주택과 함께 지어진 상가인데 위탁받아서 임대료를 내지 않는 공간으로 선정돼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직접 구청에 가서 협의하기도 하고 청년특화시설로 위탁을 요청해서 작년 10월경에 선정됐습니다.

현재 대선 시즌인데요.

우리 단체는 이재명 후보 직속 위원회에 속해 있기도 합니다. 미래정치기획위원회에 들어가 있다가 지금은 좀 구성이 바뀌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구 출신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입니다. 사실 그동안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약자들이 배려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것이 반복되는 게 싫었습니다. 잘되는 사람들이 더 잘되는 사회로 가는 게 싫었습니다. 약자에 시선을 더 두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 희망했던 정책이 잘 실현이 되었나요?

확실한 것은 뭔가 분명한 정책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과거 정권의 구조적인 문제를 청산하는 과도기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할 수 있음에도 못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의문입니다. 청년정책들이 너무 많아서 제가 감히 모두 다 평가할 수는 없지만, 세계적으로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핑계로 너무 안이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현 정부가 아무리 잘한 게 많다고 가정해도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고 인정해야 함에도 반성 부분에는 소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것에 대한 심판이 작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래서 서울시장 선거 때 여당 쪽으로 뛰지 않았습니다. 그때 내 생각은 '후보를 내는 게 맞나'는 것이었습니다. 잘못한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 구로 청년채움 활동가들의 활동 모습(사진=구로 청년채움) © 팝콘뉴스


현 정부 정책의 문제점, 개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20대 초반의 관점에서는 청년정책들이 너무 일자리 분야로만 몰린 느낌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일자리 정책들도 청년들이 만족할만한 정책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본질적인 것이 아니고 그냥 마케팅 차원의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대부분입니다. 일자리 만들기 위해서 공무원만 무작정 늘리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너무 불균형합니다. 우리나라는 지역 간 격차가 큰 것이 국가적 해결 과제이기도 합니다. 지역 격차가 커지면 국가의 자원과 에너지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해서 국가 동력이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역 청년들의 목소리도 중요합니다. 수도권보다 환경이 더 열악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역 청년의 목소리는 거의 소외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같이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순수 청년단체에 대한 지원이 너무 없습니다. 지역구에서 사회단체 하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서울시에서 시비 지원받아서 사업하기 어렵습니다. 요건이 아주 까다로워요. 그나마 있는 정책 사업도 일관성이 없습니다. 새로운 청년단체가 설 공간이 없고, 기존 청년단체도 대부분 대표들이 재력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입김이 센 기득권 청년단체가 지원금을 다 가져가는 형편이라고 봅니다.

운영 자금이 많이 부족할 텐데요?

우리 같은 아이디어 순수 청년단체 회원들은 모두 20대 초반이고, 회비를 모아서 운영하고 별다른 수익은 없습니다. 문화재단하고 사업하면서 약간 생기지만, 사무실 관리비 내면 다 될 정도로 얼마 안 됩니다.

지금 오세훈 시장이 시민단체 예산을 줄인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면 그건 정말 남의 이야기입니다. 우리처럼 순수 아이디어 청년단체는 아예 지원받은 게 없어서 그동안 시민단체 예산이 다 어디로 갔던 건지 의아합니다. 이것이 과연 그동안 순수한 시민단체 예산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단체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들은요?

일부 큰 법인 기업이 지원 공간을 대부분 독점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 지역에서 자생하고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아니라 외부 소속 사람들이 지역 단체로 임명되다시피 내려오니까 정작 지역의 목소리는 잘 반영이 안 되는 거죠. 기존 정부는 시민을 우선시한다고 했지만, 정작 순수 아이디어 청년단체가 성장할 여건이 안 된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지역 단체의 텃세도 느꼈습니다. 어떤 청년단체 대표는 자신들이 9년 된 단체인데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기득권층 같은 말이었죠. 그분도 20대였는데 씁쓸했습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가치가 있기에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순수한 시민단체가 활동하는 데 장애가 여전합니다.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요?

독일처럼 지역에 청년청을 만들어서 순수한 청년 시민단체를 관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구청, 시청에 청년단체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있지만, 과로 존재하는 것은 관악구에 불과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나마 대부분 팀제로 운영되다 보니 담당 공무원들이 자주 바뀝니다. 그리고 이 청년팀이 통합되지 못하고 각기 다른 과에 예속되어 있어서 업무의 효율성의 문제, 소통의 문제도 여전히 발생합니다. 정부에서 독립적인 청년 부서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청년정책 중에서 가장 시급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청년 기본소득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청년들에게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 주면 민주주의, 자치 기반이 살아날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청년들에게는 역시 기본소득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중요한 건 청년부서가 필요합니다. 정부 부처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자체에서 적어도 구청에 청년과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구로구만 해도 행복주택, 청년주택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도시과 소속 팀에서 모두 관리하고 있고, 서로 통합이 안 되고 축적이 안 돼서 지속성,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체가 지키고자 하는 신조가 있다면요?

저는 역사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원래 역사학과에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 치열한 역사 인식에 바탕해서 활동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지리멸렬해지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청년단체답게 권위주의는 배제합니다. 되도록 서로 편하게 대하고, 자기가 일을 더 하려는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굳이 신조라고 한다면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공자님 말씀을 신조로 합니다. 대학교 다니면서 학내에서 일종의 정치 투쟁하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습니다. 우리는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순수한 청년단체의 이념을 고수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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