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차별금지법 제정 및 논의 관련 각 정당 의견 묻는 요구안 전달
시민사회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면 공청회, 토론회 왜 계획하지 않나" 목소리

▲ 16일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이 각 정당에 제출할 입장 공개 요구안을 들고 '차별금지법이 먼저다'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함께 서 있다. 해당 요구안은 이날 오후 각 정당에 전달됐다©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국회가 '나중'을 이야기하는 동안 우리는 '지금'을 산다. 그럼 이 수많은 목숨들은 지금 살면 안 되고 나중에 살아야 한다는 거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당초 이달 11일까지 진행할 것으로 고지했던 차별금지법 제정 심사를 2024년 5월까지 연기한다고 밝힌 가운데, 시민사회가 최근 대선국면에 들어선 각 정당에 관련 입장 공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갈등을 극화하는 방식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논의"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사실상 법 제정 연기에 동의했다.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있다.

16일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등 시민단체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 정당에서 차별금지법을 '지금' 제정하라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정혜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치며 부산에서 서울까지)30일을 걸었다. 하루하루 걷는 동안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왔겠나"라며 "국민청원 10만 명, 그리고 그 이상의 국민들이 원하는 '차별의 해소'를 긴급사안으로 보지 않는 대선후보는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도구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역시 "오늘 발언을 준비하면서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분노가 일어나더라"며"차별금지법이 마치 소수자만을 위한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이 법으로 포괄되고 구제받을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국민의 대다수다. 그 국민들이 바로 유권자"라고 유권자의 권리에 대해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제정에 앞서 '논의' 자체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소주 집행위원은"필요하다고 인정했으면, 토론에 부치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제정하면 된다. '필요한데', '필요하지만' 처럼 '꼬리표' 같이 달라붙는 말은 변명거리"라며 "토론도 논의도 하지 않고 그 상황을 해결하려 하는 것이 어떻게 갈등이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이냐"고 지적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은 "여당의 대통령 후보는 사회적 대화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면, 사회적 대화를 하기 위해 어떤 공청회, 토론회, 대담회를 하겠다는 약속이 따라와야 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나중'으로 미루겠다면) 투표도 나중에, 지지도 나중에 하겠다"고 꼬집었다.

이날 시민단체는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각 정당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입장 공개 요구안을 전달했다.

요구안에는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동의하는지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가 법에 명시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는지 ▲차별금지법에 논의가 필요한 쟁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지 ▲해당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정기국회 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등 질의와 함께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쟁취 농성단과의 공개 면담' 요구가 담겼다.

요구안에 기재된 회신 시한은 오는 22일까지다.

한편, 국제앰네스티, 국제법률가위원회, 국제인권연맹 등 국제 인권단체는 지난 11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담은 공동서한을 국회 법사위에 전달했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을 미루는 것은 제도화된 차별과 낙인을 단단히 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심화하는 일일뿐"이라며 "(한국이 가입한)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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