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명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에게 눈(Snow)은 어떤 의미인가요?"

10일, 서울에 첫눈...설렘과 호기심의 시절을 사는 청춘들 '반색'

박윤미 기자 | 기사입력 2021/11/12 [15:04]

[O명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에게 눈(Snow)은 어떤 의미인가요?"

10일, 서울에 첫눈...설렘과 호기심의 시절을 사는 청춘들 '반색'

박윤미 기자 | 입력 : 2021/11/12 [15:04]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골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습니다. 그동안의 일방향 보도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들과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뉴스입니다. 예민한 사안의 경우 의견을 주신 분들의 성함을 닉네임으로 대신하거나 블러 처리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첫눈이라는 건 상징적인 의미 아닌가요? 눈이 내리면 누군가 생각나기도 하고, 보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하고 싶고, 좋아하는 이에게 고백할 마음을 갖게 되는 거. 그런데 이런 것까지 귀찮고 싫은 존재라면 삶이 너무 팍팍해지지 않을까 싶은데..." -간호사로 일하는 김희민 씨(여·38)

 

"일산에서 자유로 타고 마곡 가게로 출퇴근하는데, 작년에 눈 왔던 날마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올해는 제발 눈 좀 안 봤으면 하는 게 소원입니다. 소원. 그런데 무슨 첫눈이요. 첫눈에 관심 전혀 없습니다." -마곡에서 자영업 하는 김정현 씨(남·44)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어느 날을, 혹은 옛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타임머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짝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할 용기를 갖게 하는 '타이밍'인 그것. 그러나 먹고사는 일에 치이다 보면 그저 하늘에서 떨어지는 차갑고 하얀 물질,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그것 '눈(Snow)'.

 

그런데도 눈은 '그저 그런' 쪽보다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선물' 쪽에 가깝지 않나 싶다. 특히나 첫눈은 더욱 그렇다. 첫눈 내린 날 카카오톡 같은 채팅 앱 사용량이 급격히 늘고, 동 시간 SNS에 '첫눈'을 태그해 달린 글이 쏟아지는 것만 봐도 그렇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무엇이든 답해 준다'는 한 포털사이트 지식in에도 근래 '올해 첫눈 내리는 날'이 언제쯤일지를 궁금해하는 질문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한 질문자는 자기 손톱에 봉숭아 꽃물이 남아 있다며 "첫눈 내릴 때까지 (봉숭아 꽃물이) 남아 있으면 짝사랑이 이뤄진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지"를 묻고 있다. 이 글 작성자에게 '첫눈'은 마법인 것이다.  

 

비와 바람, 그리고 우박까지. 자연은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선물을 주건만, 유독 인간은 눈에 환호하는 것 같다. 흔한 것이 아니라 그럴 것이다. 명품도 한정판이 훨씬 고가이며 인기 있는 것처럼. 화이트 크리스마스일지 아닐지를 걸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이벤트를 여는 것 또한 그만큼 눈에 대한 사람들의 설렘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자고로 청춘은 '설렘'과 '호기심'을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시절이므로.

 

이쯤에서 궁금하다. 어린이와 청소년, 연애 중인 성인을 제외하고, 눈을 반기는 어른은 얼마나 될까.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한 어른들도 내리는 눈을 보면서 설렘을 느낄까. 그래서 물어봤다. "당신에게 눈은 어떤 의미인지"를.

 

본 기자(43·여)의 경우 겨울과 눈을 매우 좋아하지만, 길고양이 어미와 새끼가 눈을 피하지 못한 채 맞고 있던 모습을 본 날 생각이 달라졌다. 이후로는 내리는 눈을 보면 '와' 하고 좋아하다가도 이내 '아휴' 하고 한숨을 쉬게 된다. 그래도 눈이 영 싫다고는 말할 수 없다. 유기 동물이 모두 사라지면 다시 첫눈 인증샷을 찍고 눈을 기다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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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최의서(33·여) 씨는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눈을 바라봤다. 그는 "사람들이 눈을 고결한 이미지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했다. 첫눈 내리는 날 고백을 한다거나, 그래서 그 타이밍에 사랑이 이뤄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인 것 같다는 해석이다. 그는 또 영화에 등장하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 그곳에 떨어진 붉은 핏방울 등은 '고결'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부연까지도 전해왔다. 정작 본인이 느끼는 눈에 대한 감정은 밝히지 않았다.

 

가정주부인 송세영(47·여) 씨는 "눈 내리는 날은 집안이 초토화된다"고 했다. 송 씨는 아이 셋을 기르는데 다섯 식구 다 같이 외출했다 돌아오기라도 한 날은 일단 현관에 기본으로 신발 다섯 켤레 이상이 놓여 있고 눈을 밟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지저분해진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차 안과 밖 또한 엉망이 된다고. 세영 씨는 "애들은 신이 나서 눈싸움하러 나가자고 조르는데 한 번 나갔다 오면 현관 닦고 걸레 빨고 이걸 몇 번이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은 세영 씨에게 그야말로 일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세영 씨에게도 한때 눈이 로맨스일 때가 있었다. 지금의 남편과도 눈 내리는 날 특별한 기억이 있는데, 남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나. 

 

유관형(41·남) 씨는 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시를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남성들에 비해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다. 자신도 알고 있다. 지난해에는 눈이 올 때 낮잠 자는 아내를 깨워 같이 눈을 보며 차를 마시는 게 일상의 행복이었다는 관형 씨는 "꼭 첫눈이 아니더라도 눈이라는 건 누군가와 같이 바라보며 추억하고 싶은 그림"이라고 말했다. 관형 씨의 꿈은 영원히 소년으로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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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한라산에도 눈 소식…18일 수능일에는 가을 날씨


 

올해 누군가에게는 설렘이고 누군가에게는 일감이기도 한 '그것'이 시작을 알렸다.

 

11월 10일,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기상청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야말로 '서프라이즈'한 이벤트였다.

 

기상청은 9일까지만 해도 이달 19일까지는 서울에 첫눈이 내릴 가능성에 대해 '희박하다'고 전망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올해는 지난해보다 무려 30일이나 일찍 첫눈이 내린 것이다.

 

참고로 케이웨더(K-weather) 사이트에서 과거 날씨를 찾아보면 2020년 지난해에는 12월 13일 첫눈이 내렸으며, 닷새 뒤 18일 한 차례 더 눈이 내렸다. 달력을 한 장 넘겨 2021년으로 넘어가서도 1월 6일과 12일, 17일 18일, 28일, 30일의 엿새나 눈이 내렸다. 5일에 한 번꼴로 내린 셈이다.

 

2월이 돼서도 눈은 3일, 4일, 16일 세 차례나 더 내렸다. 그야말로 지난겨울은 '겨울왕국'을 방불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올해 첫눈이 관측된 곳은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있는 기상관측소.

 

내린 눈의 양이 워낙 적어 바닥에 쌓이지도 않은데다, 내리는 눈을 육안으로 확인한 사람도 많지 않다. 대부분 사람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올라온 첫눈 인증샷을 보고서야 첫눈 소식을 알게 됐다.

 

기상청에서는 "우리나라 대륙의 기온이 낮은 상태에서 구름대가 유입되면서 평년보다 빠르게 첫눈이 내렸다"며 "전날까지만 해도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상권으로, 눈이 내리지 않으리라고 예상됐다. 그러나 서해상에서 만들어진 구름대가 대기 하층 기류를 타고 유입되면서 서울 기온이 떨어졌고 그 과정에서 비가 눈으로 바뀌어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첫눈 내리는 날은 일정하지 않아 11월 첫눈 현상은 이례적으로 볼 수 없다고. 쉽게 풀이하자면 첫눈이라는 건 겨울 시작되고 아무 때고 내려도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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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을 놓고 보면 서울에 첫눈이 내렸던 것은 11월 21일 즈음이다. 가장 빨리 첫눈이 내렸던 해는 1981년으로, 이 해에는 무려 10월(23일)에 눈이 내렸다. 가장 늦게 첫눈을 만났던 해는 1984년. "올해는 눈이 안 오나 보다" 했는데 12월 16일이 돼서야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울보다 앞서 눈이 내린 곳도 있으니, 지난 9일에는 지리산 천왕봉 등 고지대에 올해 첫눈이 내렸다.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에 따르면 지리산 천왕봉과 주 능선 일대는 9일 낮부터 영하의 기온(최저 영하 5.6도)을 보였으며, 바람을 동반한 눈이 내리기 시작해 밤사이 4cm가량의 눈이 쌓였다.

 

제주도 한라산에는 9일 오후 1시 첫눈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곧바로 대설특보가 내려졌다.

 

12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눈은 나흘째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대부분의 한라산 탐방로는 입산이 통제되고 있다.

 

한라산 꼭대기에는 이처럼 많은 양의 눈이 내리고 있지만 낮은 곳에는 단풍이 여전해 가을과 겨울 운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여행객들의 여행기가 SNS에 쏟아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주말인 내일부터는 조금씩 평년기온을 회복하고, 수능일인 18일까지 대체로 늦가을 맑은 날씨가 지속될 전망된다. 예전처럼 '수능 한파'는 없을 것이라는 반가운 예보다. 이때 아침 최저기온은 0~10도, 낮 최고기온은 11~18도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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