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화 칼럼] "힘든 합격 무색하게"...자발적 퇴직 늘어나는 청년 공무원

비효율적 기성세대 조직과 청년 세대 충돌

한경화 편집위원 | 기사입력 2021/11/10 [17:18]

[한경화 칼럼] "힘든 합격 무색하게"...자발적 퇴직 늘어나는 청년 공무원

비효율적 기성세대 조직과 청년 세대 충돌

한경화 편집위원 | 입력 : 2021/11/10 [17:18]

▲ (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올여름만 해도 코로나19 이후 대기업의 공채 취소·축소와 함께 들려온 청년 취업 한파 소식에 청년들의 한숨은 그 어느 때보다 깊었다. 청년들의 위축된 심리는 자존감과 삶의 질을 떨어뜨렸고, 한정적으로 열려있는 취업의 문턱에서 2030 세대들과 그 부모 세대는 큰 시름을 겪었다.

 

그런데 며칠 전 '청년 공무원이 사라진다'는 보도를 접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힘들게 입사한 청년 공무원들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발적으로 퇴직을 한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하늘의 별 따기'라 불리는 공무원 시험 합격이 무색해지는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인사혁신처,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에서 제공한 '최근 10년간 연도별 공무원 퇴직 및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본인의 의사로 퇴직한 4급과 5급 공무원 중 의원면직자(자발적 퇴직자)가 무려 7078명에 달한다. 다른 직급의 공무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기획재정부에서는 수습 사무관의 퇴직이 큰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지난해 5급 공개경쟁 채용시험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올해 초 입사한 사무관이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국내 굴지 IT 기업으로의 이직을 위해 공직을 떠난다는 소식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한 해 공무원 시험을 통해 300~400명의 청년이 공직에 몸을 담고 꿈에 부푼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다. 그런 청년 공무원의 자발적 퇴직자 수가 선발 숫자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취업난 속에, 그것도 노후가 보장되는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 자리를 스스로 그만둔다는 것은 실로 큰 충격이다.

 

무엇보다 국가 정책을 책임지는 공직사회에서 '젊은 피'가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주요 정책을 수립하는 실무의 질이 떨어지고 정책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도대체 무엇이 몇년을 피땀 흘려 공부해 합격한 공무원직에서 청년들을 자발적 퇴직자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 원인은 물론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을 안고 있다. 편안하고 안정된 노후를 위해 선택한 공무원이 일반 기업에 비해 급여가 적다는 것도 실망스러운 일이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50~60대)의 업무 처리 능력의 격차로 인한 업무 수행에서의 답답함과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직장 내 세대 갈등도 한몫한다.

 

구시대적인 업무시스템으로 인한 낮은 업무 효율성, 상명하달식 업무추진 과정이나 무사안일의 업무 처리 방식, 민원인의 폭력과 욕설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저자세를 요구받는 모멸감, 일부는 세종청사로 옮긴 후 서울을 오가야 하는 업무 일정, 민원 고위공무원이 된 이후 재취업 규제 등이 공직의 비전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공무원 조직이 가장 고민해야 할 지점은 청년들이 공무원이 된 후 수행하는 업무에서 가치와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발적 퇴직을 선택한 한 청년 (전)공무원의 이야기는 우리 공무원의 업무 내용을 냉정하게 점검해보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일반 회사에서는 아무리 업무가 고되고 힘들어도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 나가면서 내가 하는 업무로 인해 회사가 바뀌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람되었는데, 공무원의 업무는 의미 없는 일, 차라리 안 하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너무 많았다. 관행에 의해, 예산을 써야 하기 때문에 그냥 해야만 하는, 이해가 안 가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물론 모든 공무원 조직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몇년 전부터 사회 전체적으로 혁신을 부르짖으며 변화와 쇄신을 도모하는 분위기에 놓여있다. 그러나 창의적 아이디어와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 변화무쌍한 혁신 키워드 등으로 무장한 청년 세대에게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조직 문화는 비효율적이고 답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청년들 편에서만 생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조직은 내가 원하는 바로만 움직이거나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만 일이 추진되기 어려운 복잡미묘한 관계와 일의 복합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발견된 문제점은 분명 합리성과 적합성 여부를 따져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나 계산적인 사고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청년 공무원들이 빠져나갈수록 우리 공직사회는 업무 숙련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또한 공직사회에서는 미래를 도모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공무원 조직에 동요가 생길 것이다. 이는 중요한 정책을 창안하고 실행하는 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나라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선거와 지방 보궐선거가 있는 2022년에도 많은 공무원 채용계획이 잡혀있다. 이제 우리 공무원 조직은 청년들을 스스로 떠나게 만드는 요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아울러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청년들 또한 공무원 조직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나에게 맞는 일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부터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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