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화 칼럼] 청년들의 미래, 신중한 판단과 연습이 필요하다

파이어족? 욜로족? 청년 세대들의 새로운 생활방식

한경화 편집위원 | 기사입력 2021/11/03 [15:10]

[한경화 칼럼] 청년들의 미래, 신중한 판단과 연습이 필요하다

파이어족? 욜로족? 청년 세대들의 새로운 생활방식

한경화 편집위원 | 입력 : 2021/11/03 [15:10]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며칠 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큰아이가 "엄마, 나 '이말삼초' 세대야"라는 말을 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내 물음에 '이말삼초'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시기를 이르는 말이라고 핸드폰 화면을 보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말삼초'는 보통의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좌충우돌하며 시도하는 시기라는 말도 덧붙였다.

 

예전에는 없었던 말과 새로운 개념들이 참 많이도 생겨나고 있다. 각종 기술의 발달과 사회·문화의 발전이 이끌어 내는 신조어와 신개념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조어와 신개념들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잠시 신조어와 신개념을 구분 지어 알아보면, 신조어는 새로 생긴 말이나 새로 귀화한 외래어를 일컫고, 신개념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지식이나 관념을 일컫는다.

 

일전에 텔레비전의 한 프로그램에서 '파이어족'의 라이프와 조기 은퇴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매우 인상 깊게 보았다. 이 '파이어족' 또한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새로운 개념이며, 밀레니얼 세대, 3040세대, MZ세대, 이말삼초, 파이어족과 같은 신조어와 함께 기존과는 다른 생각과 관점으로 새로운 지식이나 개념을 생산하며 새로운 삶과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은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을 토대로 자발적인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추진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30대 후반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회사 생활을 시작하는 20대부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며 은퇴 자금을 마련한다고 한다.

 

나와 나이가 같거나 비슷한 세대들은 대부분 청년 시절에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소망했고, 한 번 가진 직업은 정년퇴임을 하는 그날까지 좋고 싫고를 따지지 않고 그저 성실하게 다니면서 힘듦이나 고난·역경 등을 이겨내는 것이 당연한 의무처럼 여겨졌었다. 내가 몸담은 직장이 설령 위기에 놓여도 함께 고통을 분담하여 위기를 극복하거나 견디면서 끝까지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조기에 은퇴하자며 재테크에 몰두하는 '파이어족'이 국내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파이어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조기 퇴사'를 목표로 수입의 70~80% 넘는 액수를 저축하는 등 극단적 절약을 실천하며 은퇴를 준비한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YOLO)'가 (청년들 사이에) 유행했었다. '욜로(YOLO)'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말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며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욜로족들은 미래나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며 사는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했었다.

 

따라서 욜로를 추구하는 욜로족은 내 집 마련이나 노후 준비보다 지금 당장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생활, 자기 계발 등에 더 많이 투자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대신 현재를 즐기기 위해 사표를 내고 세계여행을 가고,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고가의 취미생활도 맘껏 즐기는 청년들도 많았다.

 

'욜로'라는 개념은 당시 자판기에서 뽑는 200원짜리 믹스커피도 감사히 마시던 부모 세대와 절약이 몸에 밴 노인 세대들에게는 큰 문화적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처음엔 질타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지만, 자기 만족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출생한 사람)의 특징을 부러워하는 노인 세대들은 흔들리는 걸음으로 그 문화를 따라가려는 움직임도 꽤 있었다. 

 

그러던 청년들 사이에 갑자기 '조기 은퇴'를 준비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미리미리 은퇴 설계하는 '파이어족'이 늘고 있다는 말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다. 최근에 발표된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 성인남녀 41%가 '파이어족'이라고 한다. 이들은 평균 4억 3000만 원을 모아 은퇴하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고 한다.

 

'파이어족'은 소비를 줄이고 투자나 저축을 많이 한 뒤. 그 자산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으면 그때부터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거나 직업을 갖는 게 아닌, 자신이 하고 싶거나 즐기고 싶은 일을 하며 삶을 살겠다는 취지를 갖는다. 자신의 인생을 구속하는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원하는 일 하며 살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삶의 철학이 반영된 새로운 개념인 것이다. 

 

'욜로족'이든 '파이어족'이든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청년 세대들이 선택하는 삶의 방식이고 문화라면 나는 얼마든지 지지해주고 싶다. 그런데 100세 시대를 표방하고 있는 지금, 우리 청년들에게는 은퇴 이후 50년 이상의 시간이 남게 된다. 물론 지혜롭고 현명한 우리 청년 세대들은 은퇴 전에 미리미리 철저한 준비를 해 둘 것이다.

 

그러나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과연 조기 은퇴가 바람직한 방향인지, '파이어족'의 인생 철학이 옳은 건지는 알 수가 없다. 일부 '파이어족'이 설계한 것처럼 은퇴 이후 펼쳐질 미래가 무지개길이 되어줄 것인지 역시 미지수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이 '파이어족'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며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청년들의 미래가 불안하므로 이런저런 신개념과 신문화가 탄생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기성세대의 한 어른으로서 청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러나 우리 어른들도 청년 세대들에게 밝은 미래를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그리고 섣부른 결단으로 유행의 대열에 오르기보다는 신중한 판단과 연습을 통해 은퇴 이후의 미래를 설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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