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9일 위드코로나 방안 발표…헬스장 등에 '코로나패스'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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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코로나19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지 652일. 백신접종이 시작된 지 249일째 되는 11월 1일, 드디어 코로나19와 상생의 길이 열린다. 그러나 여전히 굳게 닫힌 문을 두드려야 하는 이들이 있다.

정부는 11월 1일부터 백신접종 유무 관계없이 수도권에서는 10명까지, 비수도권에서는 12명까지의 사적모임 등을 허용하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들어간다고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밝혔다.

이날 회의에 따르면 카페나 음식점 헬스장 등에 적용됐던 영업시간은 전면 해제된다. 예전처럼 가게를 통째로 빌린 회사들의 회식 장면은 볼 수 없지만, 코로나19 전과 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가족, 친구 여럿이 마주 앉아 식사하는 모습은 얼마든지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흥시설이나 헬스장, 목욕탕 등은 백신을 맞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백신패스’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위드코로나' 시대만을 기다린 이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황당하다 못해 실망할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지난 25일 위드코로나 가이드라인이 알려지자마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반발했다. 한국목욕업중앙회는 즉각 목욕장을 백신패스 적용 대상에서 빼달라는 건의서를 정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오늘 발표 나온 것을 보면 그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6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비합리적이고 강압적인 실내체육시설 등에 관한 백신패스 폐지를 간곡히 청원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29일 오후 2시 기준 이 글은 6800여 명으로부터 동의를 얻었다.

청원 당사자는 "백신 못 맞고, 두려워서 안 맞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정부제도 절대 안 된다. 위드코로나는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최대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지 백신 맞은 사람과 맞지 않은 사람 간의 무자비한 차별이 아니다"며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들은 오히려 본인들의 안전을 더욱 걱정하며 방역 수칙을 철저히 따르는 것으로 자기 삶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백신패스를 무자비하고 광범위하게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적용한다면 개인이 백신 맞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이 작성자 외에도 백신패스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은 9건이나 더 있다. 이 중 10월 1일 '백신패스 반대합니다'는 제목으로 달린 글은 11만 7554명이 동의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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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을 운영하는 관장들은 그야말로 분통 터트리기 일보 직전이다. 고객이 PT를 끊어야만 수입이 보장되는 트레이너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형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헬스장 백신패스'를 입력해 검색하면 그들이 쏟아낸 울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는 "사회적 규제, 특히 방역 조치를 한꺼번에 풀 수는 없다"며 이해를 구하면서도 "가이드라인은 최소한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회적 규제와 방역조치 때문에 실행할 수밖에 없다. 연기나 폐지는 없다"는 단호한 태도다.

이처럼 11월 1일부터 위드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고위험 다중이용시설에 백신패스가 적용되고, 이에 따라 유흥시설이나 헬스장 같은 실내 체육시설, 노래방, 목욕탕 등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백신접종 증명서 또는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14일이 경과되지 않은 사람은 출입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본인의 백신접종 경과 일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29일 정부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부의 새 방역 수칙에 불편을 느끼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안다"면서 "이것은 우리 공동체를 지켜가기 위한 시민으로서 서로에 대한 최소한도의 믿음과 최소한도의 지켜야 할 예의인 만큼 반드시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 25일 백신패스 가이드라인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뒤 특정 기저질환으로 반드시 운동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백신접종을 하지 않아 헬스장에 다닐 수 없게 됐다며 억울해하는 한 누리꾼의 글이 화제가 됐다.

그는 "OOO를 앓고 있어 (무서워서) 도저히 백신을 맞을 수가 없다. 같은 병을 가진 이가 백신을 맞고 사망했다"며 "우리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은 꾸준하게 운동해야만 살 수 있다. 그래서 죽기보다 귀찮아도 매일 헬스장에 다니며 운동하고 있는데 백신패스로 이제 이조차도 하지 못하게 된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글 작성자처럼 각자의 사정이나 신념으로 백신접종을 하지 못한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음성확인서를 받으면 되지만, 48시간 이내에 받은 확인서만 유효해 헬스장 다니겠다고 이틀에 한 번꼴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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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물었다. 헬스에 진심인 20~40대 남녀들은 헬스장 '백신패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짧게는 한 달 보름, 길게는 22년까지 운동경력이 다양한 이들만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졌다. 여섯 명 중 여아름(27·여) 씨만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였으며 나머지 다섯 명 모두는 2차까지 모두 백신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박재율(43·남) 씨는 본격적으로 웨이트 한 지 3년째다. 앞서 몇 년은 그저 헬스장에 돈을 갖다 바쳤다고. 그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며 거부하는 사람들을 존중한다고 했다. 따라서 그들도 안전하게 운동하고 싶은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씨는 "이건 논란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헬스장은 어쩔 수 없이 호흡이 거칠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장소라고도 볼 수 있다. 몸이 아프니까 운동하기 위해 헬스장에 온다?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이 맞다. 헬스장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니는 곳이다"고 말했다.

고선우(27·남) 씨는 잠시지만 트레이너로 활동했다. 지금은 복학해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백신을 맞긴 했지만 맞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고 씨는 "젊은 사람들이 백신을 기피하니까 접종률 올리려고 우리 같은 애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백신패스 적용하는 거 같은데 진짜 머리 쓰는 거 하고는..."이라며 말을 흐렸다.

김현성(33·남), 김달걀(22·남) 씨는 사촌인데 두 사람 다 운동에 미쳐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져 산다.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일 때 헬스장 영업이 중단된 것도 이 둘에게는 거의 쇼크에 가까운 이슈였다. 이 때문에 김 씨 형제는 더 이상 헬스장이 타격받는 것을 견디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현성 씨는 "운동을 꼭 해야만 하는 처지라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운동할 수 있다. 우리도 체육관 못 갈 때 그랬다. 물론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달걀 씨는 "물도 못 마시고 진짜 죽을 거 같을 때도 마스크 못 벗는데 그렇게라도 운동하려고 백신 맞는 사람도 있으니까 백신 맞기 싫은 사람은 밖에서 하면 되고, 체육관 꼭 다녀야 하면 오늘이라도 맞으면 되는 거 아닌가. 고민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운동 20년 차인 조우현(41·남) 씨는 "운동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만든 정책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접종을 마친 데다 의료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이들이 헬스장 출입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여섯 명 응답자 중 유일한 여성인 여아름 씨는 백신 미접종자로, 백신접종을 모두 끝내고 2주 뒤부터는 정상적으로 헬스장에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 씨는 이제 막 운동에 재미를 붙여가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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