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 등록금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으로 서민 청년에게 큰 부담돼
인재 육성 혜택은 국가가 받는데 등록금 부담은 오로지 개인 책임이라는 건 모순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재용 기자)지금 고등학교에서는 대입 수시 모집이 한창이지만, 최근에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 미달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각되면서 교육 현장에서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정원 미달이 되는 지방대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학은 그 지역사회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폐지라는 것을 그렇게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참에 오래전부터 논의됐던 '반값 등록금' 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자.

프랑스와 일부 유럽에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프랑스의 무상 교육 철학은 왕정 시대의 라트랑 공의회(1179년)가 천명한 '무상 교육'의 원칙에 따라 오래전부터 시작했다.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모든 국민에게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지금 프랑스 대학 학부 과정의 학비는 1년에 170유로(한화 약 23만 원)로 완전 무료에 가깝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등록금이 꽤 높은 국가다. 한국인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OECD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고, 학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보다도 높다. 우리나라보다 잘사는 나라도 우리보다는 낮은 등록금을 내는 것이다. 미국의 등록금이 높다고 해도 미국은 국·공립대학이 많고 여러 가지로 대학생들이 지원받기 때문에 국·공립대 비율이 훨씬 낮은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미국에서도 사립대의 높은 등록금에 대해서는 가정 경제 파탄 주범의 하나로 인식되며 지속해서 비판받고 있다.

인재 육성은 국가적 과제인데 등록금 부담은 오직 개인 책임?

우리나라 대학교의 1년 등록금은 10년 전에 1000만 원에 육박한 후 지난 10여 년간 대학 등록금 동결로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았다. 그 액수가 전공마다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1년에 평균 1000만 원이면 4년에 4000만 원이므로 일반 서민 가정에는 이 또한 큰 부담이 되는 액수이다. 옛날에는 등록금이 없어서 대학 입학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정부 학자금 대출 제도가 있어서 원한다면 당장 입학은 가능하다. 물론 가정형편이 너무 가난해서 당장 취업해야 하는 형편이 아니라는 전제가 있지만 말이다. 대학 졸업 후에도 등록금 상환을 고려하면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이 문제다. 대학 졸업 후 당장 취업을 못 하면 등록금 상환을 못 해서 신용에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등록금이 부담되는 형편이라면 뭐하러 대학교에 가냐고 한다. 대학은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니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다. 한국 사회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학력에 대한 상징 자본을 아주 중요시하는 사회다. 1000년 전 서긍의 '고려도경'에도 "고려인은 독특한 점이 있는데, 누구나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것을 부끄러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공부를 중시했다. 이런 풍토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학 졸업이라는 상징 자본이 없으면 좋은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고 한 편으로는 비정상 취급받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멀쩡한 청년이 왜 대학을 안 갔을까' 하는 시각이 존재하는 거다. 이런 실태기 때문에 경제 형편이 어려운 집안 출신의 청년일수록 대학은 더욱더 나와야 하는 게 한국 사회다. 이런 구조 속에서 '가난한 사람이 대학을 왜 가냐' 하는 얘기는 모순적인 시각인 셈이다.

또한 자기가 원해서 갔으면 등록금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 부담을 온전히 학생에게만 지우는 것은 타당할까? 한국은 국토 면적도 좁고, 지하자원이 풍부하지 않아서 오직 인재 육성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어려운 여건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이 정도 발전한 것은 오직 '인재 육성'에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인재는 스스로 육성되는 게 아니라 대학을 통해서 배출된다. 인재가 배출되면 그 수혜는 궁극적으로 국가, 지역사회, 기업에 간다. 그러니 생각해 보면 대학 졸업의 수혜자를 오직 학생 개인에게만 국한하는 것도 모순이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지방대 미달 사태의 대안이 될 수도

우리나라 등록금이 높은 이유는 사립대학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구조라서 대학 운영의 대부분이 민간의 재원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를 지닌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등록금 문제 해결이 근본적으로 어렵다. 결국 해결책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립대학 중심 체제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고등교육 예산을 늘려 사립대학 재정의 50% 이상을 정부가 지원하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을 대안의 하나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대학의 본래 자율성에 제약받거나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완벽히 불식하기 어렵다. 또한 전체 대학의 87%가 되는 사립대학 운영자들은 대부분 대학을 자기 개인 소유물로 생각하는 형편이라 기존의 사립대학 중심 체제를 깨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반값 등록금 도입이 그나마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재 등록금을 서민들 부담이 적은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은 결코 이상주의라든지 터무니없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캐나다나 일부 유럽 국가들의 등록금 수준도 1인당 국민소득의 1/10 수준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1/3에 육박한다. 우리도 1인당 국민소득의 1/1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정부 예산을 세밀히 검토해서 불필요한 부분을 절감하거나 조세제도를 조절해서 교육 예산을 책정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말이다.

처음 학교 무상급식 정책을 도입할 때는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무상급식 정책이 과연 실현 가능한가?'라는 의문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학교가 있다면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당연한 문화가 됐고, 선진국의 표준처럼 됐다. 반값 등록금 제도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반값 등록금 정책은 교육 평등화를 실현함과 동시에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지방대 정원 미달 사태도 극복할 수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교육계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참고자료

1. 2011년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대학생의 88.6%가 등록금 마련으로 고통을 느낀적이 있으며, 60%는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

2. 『OECD 교육지표 월간 『Education at a glance 2019』. 자료에 따르면 등록금 액수는 미국이 1위(2만 9478달러)고 2위가 호주(9360달러), 3위는 일본(8784달러), 한국이 4위(8760달러)로 한국은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이다. 노르웨이, 멕시코, 체코 등의 나라는 등록금이 아예 없다.

3. 구신자 세계문화연구소 소장, 「무상 교육’의 대명사, 프랑스 대학의 대변신」, 교수신문, 2021,10,11

4. 김영식 외, 『대학등록금 실태조사 및 책정 모델 개발 연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06

5. 김현국,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에 관한 비판적 연구』,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정책연구개발과제, 2009

6. 류방란 외, 『교육격차:가정 배경과 학교교육의 영향력 분석』, 2006

7. 이주호, ‘대학등록금 반으로 줄이기’ 정책토론회, 한나라당정책위원회, 2006

8.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미친 등록금의 나라』, 개마고원, 2012

9. 앤드류 해커,클로디아 드라이퍼스, 『비싼 대학』, 김은하,박수련 (옮긴이),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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