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음악 앞에서 '하나'...페스티벌 나다

올해로 10회차를 맞은 배리어프리 축제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1/10/25 [18:50]

[르포]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음악 앞에서 '하나'...페스티벌 나다

올해로 10회차를 맞은 배리어프리 축제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1/10/25 [18:50]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이제 암전공연이 시작됩니다. 휴대폰이나 불빛이 나올 수 있는 전자기기는 가방 안에 넣어주세요."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일 것"이라는 무대 위 밴드의 멘트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장 안의 모든 불이 꺼졌다. 문틈으로 비치던 빛줄기도 공연장 바깥 복도 불이 꺼지면서 차례차례 사라지자 공연장 안은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

 

사방이 캄캄한 가운데, 기타 소리와 드럼 소리가 정적을 뚫고 나왔다. 여기저기서 함성 대신 공연장에서 미리 나눠준 '삑삑이' 소리가 터져 나왔다.

 

▲ 23일 페스티벌 나다에서 밴드 바투와 수어해설사가 암전공연 시작 전 유의사항을 알리고 있다  © 팝콘뉴스

 

지난 23, 24일 이틀간 배리어프리 축제 '페스티벌 나다(NADA Art & Music Festival)'가 서울 성북구 꿈빛극장에서 열렸다. 올해로 10회차를 맞은 페스티벌 나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 같이 즐기는 축제를 목표로 하는 밴드 공연 행사다.

 

밴드 바투, 배희관밴드, 위아더나잇, 크라잉넛 등 네 팀이 오른 23일 공연은 음악에 맞춤한 미디어 아트, 우퍼조끼, 무대 위 수어해설 등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도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장치와 함께 꾸려졌다.

 

한편으로는 밴드도, 관객도 암전 상황에서 공연을 즐기는 '암전공연' 등으로 '함께하는 경험'이 공연장 바깥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 '극복'하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노는' 사람

 

두 번의 체온측정, 한 번의 소독과 두 번의 손 소독, 온라인 문진표 작성을 거쳐 입장한 공연장은, 앞서 티켓과 함께 배포한 공지에 따라 'KF94 마스크'를 코 위까지 단단히 올려 쓴 관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 공연장에서 나눠준 뼈다귀 모양 '삑삑이'를 한 손에 쥔 채였다.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한 칸씩 띄어진 관객석 한 편 지정된 좌석에 앉아 공연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휠체어를 탄 관객, 시각장애인용 흰지팡이를 손에 든 관객 등이 저마다 자리에 앉았다. 좌석은 제가끔이었다.

 

페스티벌 나다는 비장애 관객과 장애 관객이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같은 구역에 함께 앉도록 하고 있다.

 

공연은 재깍 시작됐다. 무대에 올라 팀을 소개하는 '밴드 바투'의 보컬 가까이에서 낯선 얼굴이 함께 섰다. 수어해설사였다. 밴드 소개를 마치고 첫 곡이 시작할 시간이 되자 수어해설사 역시 자세를 고쳐잡았다.

 

"제 5의 멤버"라는 밴드 보컬의 농담처럼, 수어해설사는 곡 내내 가사와 함께 공연의 '투'를 온몸으로 전달했다. 밴드의 기타연주에 맞춰 '에어 기타'를 연주하고, 드럼 박자에 맞춰 보이지 않는 스틱을 두들겼다. 박자에 맞춘 수어해설이 보컬의 '어투'로 펼쳐졌다.

 

수어해설사가 밴드의 기타리스트와 마주 보고 격렬한 연주를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관객석에서 환호의 '삑삑이'가 속출했다. 이날 공연에 참여한 네 명의 수어통역사 모두가 공연을 마칠 때쯤 비 오듯 흐르는 땀을 훔쳤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작가와 협업해 곡마다 제작한 미디어 아트 역시 무대 배경으로 펼쳐진 여러 대의 스크린을 통해 곡의 색깔을 풀어냈다.

 

배희관밴드의 리더 겸 기타리스트 겸 보컬이면서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배희관 씨 역시 수어통역사와 함께 격렬한 퍼포먼스를 그려냈다.

 

이날 배희관 씨는 "장애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며 "비장애인 중심으로 꾸려진 현실에서 잠시라도 함께 '공감'할 수 있다면, 이퀄리티(평등)를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 23일 페스티벌나다에서 크라잉넛과 수어해설사가 미디어 아트를 배경으로 공연하고 있다    ©팝콘뉴스

 

특히, 밴드마다 한 곡씩 진행된 '암전공연'이 '공감'의 경험을 더했다고 관객들은 입 모았다.

 

암전공연은 진행하는 밴드가 시작 전 "곧 암전공연이 시작한다"고 고지한 후 시작됐다. 공연감상 중 불편을 느끼는 관객의 경우 손을 틀면 특수장비를 통해 시야를 확보한 직원들이 퇴장을 돕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청각장애인 관객의 경우, 촉수어를 통해 가사를 전달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우퍼 조끼로 대신했다.

 

공연을 주최한 클럽 네스트나다의 관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 씨는 "페스티벌 나다에 온 것은 처음이다. 그냥 밴드 공연을 보러왔는데, 울림이 있는 공연이었다"며 "(시각장애인의)고충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관객 혜주 씨 역시 "(시각장애로) 행동이 느린 게 있다. 이걸 이해해주는 분들도 있고, 오래된 친구라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다"며 "뮤지션분들도, 관객도 암전공연을 통해 이런 걸 다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배려 아닌 평범한 풍경 되길"

 

이날 공연장에서는 공연을 마치고 나온 관객들이 네스트나다 관계자 등에게 '다음 공연'을 묻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점자를 읽을 수 없는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AI로봇 '나다랑'도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기 바빴다.

 

동시에 '페스티벌 나다'가 '평범한 공연'이 될 언젠가를 그려보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날 관객으로 참석한 무빙트립 신현오 대표는 "많은 공연을 다녔는데, 장애·비장애에 따라 좌석을 떨어뜨려 놓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배려라는 걸 알지만 아쉽더라"며 "'구분하지 않고', '같이' 즐길 수 있는 곳이 (더 많이)만들어졌으면 한다"고 희망을 전했다.

 

또, "수어통역(해설)도 대중들에게 더 알려져서 (배리어프리 도구들이)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또 이런 행사뿐 아니라 (어디서든) 당연한 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페스티벌 나다의 총괄감독을 맡은 독고정은 HB기획 대표이사는 "(배리어프리 공연이) 되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공연 전 안내문이나 가사집이라도 전달하면 함께 즐길 수 있다"며 "페스티벌 나다가 완전히 모두에게 불편하지 않은 건 아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불편한 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보완해나가면 된다. 그렇게 보급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나는 널 신경 쓰지 않아, 그냥 같이 노는 거야'가 가능한 문화"를 위해 "소규모 공연이라도 불러주신다면 가겠다"는 페스티벌 나다는 내년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 공연을 벌써 그려보고 있다.

 

올해는 '삑삑이'로 대신했지만, 다음 공연에는 함성을, 앙코르를 직접 외칠 수 있기를, 그때는 가까워진 거리만큼, 비장애인와 장애인간 마음의 거리도 가까워지기를, 더 많은 공연을 함께할 수 있기를 페스티벌 나다와 관객들과 함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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