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취미, '들꽃공예(크리스탈 야생화)'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 (사진=한국문화센터 처인교육원) © 팝콘뉴스


꽃이 질 때면, 괜스레 서러워지는 마음을 피할 길 없다. 게다가 나만 그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듯, 흔한 꽃집에서는 만날 수 없는 야생화라면 그 슬픔은 더욱 크다. 그렇게 지는 꽃을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꽃을 꺾지 않고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취미를 추천한다. 크리스털 야생화 만들기, 들꽃공예라고도 불리는 활동이다.


꽃집에서 파는 꽃다발 대신, 야생화 작품 한 다발


꽃 가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식물을 잘 키우는 이들도 쉽사리 도전하기 어려운 것이 꽃 가꾸기이다. 우선은 꽃을 따와서 심는다고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씨앗부터 자라게 해야 하며, 꽃을 피울 수 있을 만한 여건을 맞춰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꽃을 선물할 때 흔히 꺾은 꽃을 선물하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꽃을 꺾어 선물한다는 것이 마음이 걸린다면, 직접 꽃을 만들어보자. 게다가 꽃집에서 볼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야생화를 주인공으로 해보자.

들꽃공예는 일반 종이가 아닌 특수 주름 종이인 크리스털 페이퍼로 우리나라 들판이나 산속에서 자생하는 토종 야생화를 만드는 취미로, 주재료가 되는 크리스털 페이퍼는 탈색이 거의 없는 특수 염료로 가공된 것은 물론, 기계가 아닌 사람이 붓칠해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이 특징이다. 게다가 크리스털 페이퍼로 꽃을 만든 뒤에는 코팅 작업을 거쳐 은은하게 반짝거림을 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크리스탈 야생화'는 실사와 가깝게 표현되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꽃 속에 LED를 접목해서 또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크리스탈 야생화'는 영구적으로 보관하고, 감상할 수 있으며, 심지어 먼지가 쌓이면 물을 뿌려 먼지를 씻어낸 뒤에도 감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선물용으로도 굉장히 좋다.

▲ (사진=한국문화센터 처인교육원) © 팝콘뉴스


꽃잎을 자르고, 줄기를 엮어 내가 피워내는 꽃송이


'크리스탈 야생화' 만들기는 꽃잎과 잎사귀, 줄기, 꽃받침을 각각 만든 뒤, 이를 조립하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우선은 크리스털 페이퍼를 풀로 합지해야 한다. 이는 원재료인 크리스털 페이퍼로 단단하게 모양을 잡는 작업으로, 풀칠로 종이 두 장을 마주 붙인다. 풀이 다 마른 뒤에는 도안을 대고 꽃잎과 나뭇잎을 오린다. 예를 들어 꽃잎이 다섯 장인 꽃 한 송이를 만든다고 하면 다섯 장의 꽃잎을 오린다. 잎사귀도 마찬가지다. 이후에는 더욱 생화처럼 보이도록 전기인두로 꽃송이나 잎사귀에 있는 잎맥을 재현한다.

이번에는 꽃술을 만들 차례다. 철사에 종이를 짧게 감아 암술을 만들고, 수술은 삼각형으로 가위질해서 만든다. 수술에는 꽃가루가 필요하므로 합지하고 난 종이를 잘게 부숴서 만든다. 꽃받침 역시 삼각형으로 잘라 이를 목공 접착제로 붙인다. 마지막으로 철사를 녹색 테이프로 감아 줄기를 만들어 이를 조립하면 끝이다. 이제 이 작품을 액자에 붙이거나 도자기에 꽂는 등 필요에 따라 연출하면 된다.

▲ (사진=한국문화센터 처인교육원) © 팝콘뉴스


아무나 만들기에는 어려워 보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공예


'크리스탈 야생화' 작품을 보면, 난도가 굉장히 높아 보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혹여 눈이 밝지 않아 작은 꽃을 만들기가 걱정스럽다고 해도 염려할 필요가 없고, 손재주가 없다고 해도 꽤 멋진 꽃을 피워낼 수 있다.

또한, '크리스탈 야생화'를 만드는 과정은 심리적 안정을 얻고,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물론, 집중력 향상 효과도 높다. 대근육, 소근육 사용도 만만치 않다. 꽃잎을 한 장, 한 장 붙여야 하고, 잎사귀도 집중해서 조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일에 바로 완성되기 때문에 직접 자신이 만든 완성품을 집에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국문화센터 처인교육원 오수화 강사는 들꽃공예로 학교나 기업은 물론, 복지관, 장애인센터 등에도 활발하게 출강하고 있다. 오수화 강사는 '들꽃공예를 통해서도 생화 꽃꽂이처럼 원예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집중하시는 모습과 뿌듯해하시는 얼굴을 보면, 들꽃공예를 통한 원예 치료 효과가 눈에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한 번 수업하신 뒤에 어르신들께서 언제 또 이 수업이 있는지 물어보실 때 가장 보람이 큽니다."

2018년에 진행했던 한 장애인복지관 수업에서 남자 수강생 몇 명이 따로 모여 추가로 들꽃공예를 배울 방법을 묻기도 했다. 장애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사회생활을 많이 하다가 이제 도움만 받는 처지가 되었는데, '크리스탈 야생화'를 통해 평소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면서 제주 한란을 작게 만들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오수화 강사는 별도로 수업을 진행해 이를 도왔다.

"70세가 넘은 자신이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직접 만들어 선물한다는 것을 이전까지는 상상도 못 하셨다면서 수업 이후에도 두세 번 더 전화를 주셔서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얼마나 감사해하시는지, 저 역시 그때의 감동을 잊지를 못하죠."

오수화 강사는 현재 68세지만, 여느 30~40대보다도 더욱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동네 뒷산의 구절초부터 백두산 두메양귀비꽃까지 꽃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한 덕분에 우리나라 야생화로 220여 점을 수업할 수 있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외부 출강이며 전시회, 박람회 등에 작품 출품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의욕적으로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에는 들꽃공예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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