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대한 잘못된 습관·두려움 없애기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그동안 많은 학생을 지도하며 학생들의 최대 고민인 '공부 잘하기'에 관해 교사인 나 역시 늘 고민해 왔다. 한 해에 내가 만나는 학생 중 공부를 못하고 싶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학교 공부를 해 나간다. 당연히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고,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를 익힌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는 동안 공부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잘 배우게 된다.

반면, 어린 시절에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와 관련한 활동을 자주 접하지 못하고, 다양한 경험도 하지 못한 학생들은 배경지식의 부재로 공부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특히 처음 중학생이 된 1학년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와는 다른 교육과정과 평가를 접하며 공부에 겁을 먹고 어려워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나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라는 부정적 자아를 인식한다.

그런데 교사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공부를 못한다'는 건 학생이 '공부를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해진 교육과정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 공부는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아 잘 다루기만 하면 공부와 성적 관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을 텐데 많은 학생이 공부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잘못된 방법으로 공부하거나, 공부를 어려워만 하며 아예 엄두를 내지 않아 '공부 못하는 학생'으로 전락하고 만다.

시험을 앞두고 자기주도학습 시간을 마련해 시험공부를 시키며 예상 문제를 만들어보게 하거나 공부하는 것을 봐주다 보면, 시험 범위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까지 열심히 외우느라 고생하며 헛된 시간을 쏟는 학생들을 본다. 또, 실행 불가능한 잘못된 시험공부 계획을 짜놓고 자신의 게으름이나 의지가 부족함을 탓하며 공부 자긍심을 상실하기도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당연한 일이다. 학생들은 이제까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나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공부를 못하는 습관'인 줄도 모른 채 잘못된 방법으로 공부를 대하며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있지 않은지, '공부'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모님과 학생들은 곰곰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저학년 때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놀이와 활동을 통해 재미있는 학교생활을 경험하게 하고, 공부도 재미있게 하도록 한다. 그래서 저학년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는 활동이 그저 즐겁고 재미있기만 하다. 그런데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중학교 공부를 위한 기초 학력을 다지며 본격적인 공부를 하게 되는데 이때부터가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습관'을 들이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부모는 자녀의 공부 상황이나 자녀에게 맞는 공부법 등을 고민하기보다는 어려워지는 공부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좋다는 학원을 찾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고, 참고서와 문제집 등을 사주며 비효율적이고 고생스러운 공부의 길을 걷게 한다. 다행히 이 방법들이 자녀에게 잘 맞아 효과를 보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데도 '잘하겠지...' 적당히 믿으며 어영부영하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버리고 자녀의 공부는 점점 더 힘든 길을 걷게 된다.

10월도 중순을 훌쩍 넘어 올해도 자녀가 50여 일 정도 학교에 다니면 또 한 학년을 마무리하게 된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로 국가 전체가 분주하고 아슬아슬한 시간을 보내느라 각자 처한 환경과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성장에 주력하는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후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자녀의 공부를 걱정하는 부모님들의 학습 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음을 교육 현장에서 절실히 느낀다.

자녀의 공부를 걱정하는 부모님이라면 가장 먼저 자녀가 만성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확인했으면 좋겠다. 불필요한 공부에 시간을 쏟거나 비효율적인 공부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시험 결과 때문에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해 방황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공부 자존감을 계속 깎아내리며 공부로부터 멀어지고 있지 않은지도 자녀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관찰을 통해 확인했으면 한다.

학생들이 '나다운 공부'를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대입 수능이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입시이기 때문에 고등학교는 입시에만 전념하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중학교 시기에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발견하고 익혀두어야 한다. 중학생들은 자유학년제를 통해 내가 하는 공부가 나의 흥미와 맞는지를 판단할 줄 알게 됐다. 그래서 자기관리를 하며 공부 성과를 내는 자기 모습을 강력히 원한다.

이쯤 되면 부모님들은 '내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은 무엇일까?', '내 아이는 제대로 된 자기주도 학습력을 갖고 있을까?', '내 아이의 공부 자존감은 어떤 상태일까?' 등 생각이 많아질 것이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고, 스스로 실천하며 자신만의 공부 감각을 찾는 것이 맞다. 그러나 자녀가 조금이라도 공부에 대한 어려움을 안고 있다면 누군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 자녀의 공부에 대한 조언을 통해 자기만의 공부법을 찾아 나가도록 해주어야 한다.

부모와 자녀가 학습법과 관련한 책을 함께 읽으며 방법을 찾아봐도 좋고, 교과 선생님과의 학습 상담을 통해 자녀의 공부 상황을 정확히 알고 더욱 성장할 방법을 듣는 것도 좋겠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동안 많은 자녀교육법 관련 책들을 찾아 읽고, 선생님들과 학습 상담하면서 아이들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찾고, 적용하고 시도해 봤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마음만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도 그러하지만, 반드시 '자녀와 함께 자녀에게 맞는 공부법 찾기'를 해야 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부모님들과 학생들이 '공부법에 대한 고민'을 통해 '나다운 공부를 할 수 있는, 나만의 공부법'을 찾아 '공부 자존감'을 세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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