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99.5% 줄인 프리미엄 고양이 모래 '셀꾸'...백승걸 대표 인터뷰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만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짝꿍)'라 고백하기도 합니다. 가족과 친구. 이 두 단어에는 아무래도 '사랑'과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 하나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 다른 생명을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짝 히어로]는 이처럼 사람과 동물 간의 특별한 사연들로 채워 나갑니다. 동물 관련 유의미한 일을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들도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기록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과 동물의 '온전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 부평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승걸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유명한 수의사나 연예인을 모델로 앞세울 수도 있다. 많이들 그렇게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제품이 좋으면 홍보는 알아서 된다. 유명한 맛집들 보면 광고 하나도 안 하는데 사람들 길게 줄 서 있지 않나. 나는 셀꾸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단기간에 많은 매출을 올리지는 못해도 제품을 써보신 집사님들이 만족하시고 재구매 해주고 계시기 때문이다. 늦더라도 정직하게 사업하고 싶다."

고양이 발바닥에 전해지는 자극을 최소화한 고양이 모래 '셀꾸'는 '셀렉트(select)'와 '꾸러미' 두 단어를 조합한 이름으로, 온라인 게임회사 기획자 출신의 백승걸 대표(36)가 지난해 개발한 제품이다.

고양이 모래를 개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백승걸 대표는 고양이 집사는 아니다. 그의 일터에서 매일 마주치는 길고양이를 통해 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알게 된 '간접 집사'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백 대표를 가리켜 '고양이 문외한'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 백 대표 주변의 친한 지인 상당수는 고양이 집사다. 한때 백 대표와 같은 게임회사에서 근무했던 친한 형도 유기묘 두 마리를 모시는(?) 집사. 그는 셀꾸의 캐릭터인 하얀 털 분홍색 코의 고양이를 그린 디자이너이자 셀꾸가 탄생하기까지 조력자 역할을 했다.

"어느 날인가 집사인 친한 지인들로부터 고양이 모래에 먼지가 많아 고양이들이 눈병에 쉽게 걸리고 호흡기 건강도 나빠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무슨 이유에선지 먼지 없는 고양이 모래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백 대표는 고양이 모래 개발을 결심한 뒤 시중에 나와 있는 고양이 모래들을 되는대로 사들였다. 부셔도 보고 물에도 담가봤다. 높은 곳에서 바닥에 쏟기는 수백 번 했다. 문제를 찾기 위한 작업이었다.

저가의 모래에서는 상상 이상의 먼지가 쏟아졌다. 새 제품인데도 이미 사막화돼 배달된 것들도 있었다. 화학제품이 범벅된 모래도 있었다. "이걸 쓰면 고양이뿐 아니라 멀쩡한 사람도 죽겠다" 생각이 들었다.

▲ '셀꾸'를 든 채 웃고 있는 백승걸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백 대표는 고양이 모래 주원료인 벤토나이트 그리고 이를 수입하는 국가들의 지질에 관해 밤낮으로 공부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어떠한 화학 첨가제도 들어있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벤토나이트로만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모래는 중국산이 아닌 미국과 러시아의 것을 선택하고 ‘더스트 제로 기법’을 쓴 덕분에 ‘먼지 날림’은 99.5%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다쳤거나 병을 앓고 있는 고양이들이 사용하는 데도 문제가 되지 않게끔 입자는 최대한 곱게 만들었다. 오염되지 않은 멀쩡한 모래가 유실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었다.

고양이 배설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는 은나노 볼을 넣어 해소하고 '살균'에 특히 힘을 줬다.

이러한 백 대표의 노력과 기술력의 응집은 단순히 고양이를 반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케어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집사들의 니즈와 맞아떨어졌다.

한 집사는 네이버 블로그에 "발바닥을 학대당한 고양이를 수술시킨 뒤 반려하고 있다. 때문에 화장실 모래만큼은 좋은 걸 쓰고 싶었다"며 "마침 체험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입자가 정말 고와 화장실을 편안하게 이용한다. 특히 기존 모래는 고양이가 몇 번 볼일 보고 나면 눅눅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뽀송한 느낌, 마치 모래를 전체 갈이를 한 것 같다"는 후기를 남겼다.

백승걸 대표는 이 같은 집사들의 후기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기술력을 높이는 공부가 되기도 하고 집사들의 니즈를 캐치하는 용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돈이 조금 더 들어가더라도 좋은 원료를 써야겠다"는 고집으로 사업을 끌고 나가고 있다.

▲ 부평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승걸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백 대표는 셀꾸를 출시함과 거의 동시에 강릉, 김포 등지의 고양이 쉼터에 모래를 후원하고 있다.

워낙에 원료비가 많이 드는 탓에 이윤은 많이 남지 않지만, 그는 기업의 가치가 반드시 돈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홍보비를 집행한다는 마음으로 쉼터에 모래를 보내 거기서 피드백을 받는 것이 낫다"는 것은 그의 말이다.

백 대표는 "13년간 함께한 반려견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직 고양이 집사가 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요새 공장 주변 고양이들을 볼 때마다 세상 모든 고양이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며 "동물 관련 산업에 계시는 분 중에 훌륭하신 분들이 참 많다. 그분들에게 비하면 내 역할은 새 발의 피다. 이 산업에 계신 모든 분이 조금씩만 십시일반 하면 지금보다 많은 동물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승걸 대표는 조만간 고양이 관련 제품을 한 가지 더 출시할 예정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아내의 도움으로 패키지 디자인은 거의 끝난 상태다. 이르면 내년 1월 전국의 집사들에게 '맛있는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백 대표는 인터뷰 끝에 이런 말을 했다. "고양이 모래를 만들어 팔면서 희한하게도 자꾸만 눈앞에 고양이들이 나타난다. 오늘도 공장에 있는 새끼 고양이들이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아 인터뷰하러 오는 내내 걱정했다. 빨리 가서 좀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그의 삶에 묘연이 곧 찾아들 모양이다.

* 독자 여러분 주변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주저 말고 아래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동물의 개인기나 생김 등에 대해서는 제보받지 않습니다. 박윤미 기자 yoom1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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