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난이 연고 끊는 일 그만"...무연고사망자 합동 위령제

지난해 '연고자 있는 무연고자' 전체 80%... "고인에 맞게 장례 치를 수 있도록 개정 필요"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1/10/15 [16:36]

[현장] "가난이 연고 끊는 일 그만"...무연고사망자 합동 위령제

지난해 '연고자 있는 무연고자' 전체 80%... "고인에 맞게 장례 치를 수 있도록 개정 필요"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1/10/15 [16:36]

▲ 15일 무연고사망자 합동 추모 위령제에서 한 주민이 헌화 후 이웃이었던 무연고사망자에게 절을 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잠시 굵어지는가 싶더니 위령제가 시작되면서 그쳤다.

 

스님의 선창으로 시작된 위령가가 동자동, 양동 등에서 모인 스무 명 남짓의 조문객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먼저 떠난 이웃들의 이름이 그에 관한 기억과 함께 불려 나왔다. 어두운색 점퍼를 입은 조문객 한 명이 제사상을 차린 단상에 꽃을 올리면서 소리 내 울었다.

 

15일 오전 2021 제5차 무연고사망자 합동 추모 위령제가 17일 빈곤퇴치의날을 앞두고 경기도 파주시 무연고사망자 추모의집 앞에서 열렸다.

 

무연고사망자 합동 추모 위령제는 지난 2017년부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 등과 함께 매년 한 차례 진행되고 있다. 위패에 적힌 이름은 '무연고사망자' 한 줄이지만, 발언에 나선 주민들은 사망자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읊었다. 

 

먼저 간 이웃을 제대로 보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주민들은 매년 한 번 위령제로 마음을 달래고 있다. 고인의 장례를 제때 치를 방도가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홍관수 양동쪽방주민회 장례위원은 "양동 쪽방촌에서 (무연고자로) 돌아가신 분들이 열다섯 분이다. 이 중 가족이 데려간 걸 본 건 한 번뿐이다. 나머지는 서울시 무연고 공영장례로 우리 주민회가 참석해서 장례 치렀다"며 "가난이 연고를 끊는다는 걸 주민들 장례를 보면서 알게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돌아가신 분들에게 정성으로 술 한 잔 올리는 것뿐"이라고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 지몽스님이 추모 문화제 중 '무연고사망자'라고 적힌 위패를 불에 태우고 있다  © 팝콘뉴스

 

장례 절차를 정하는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은 시신 인수가 가능한 연고자를 혈연관계의 자녀, 배우자 등으로 좁게 규정하는 동시에, 연고자가 장례비용을 부담할 수 없을 때의 대안은 공백으로 남겨두고 있다.

 

연고자가 비용 부담 등 다양한 이유로 시신 인수를 거부해 '무연고자'로 분류된 사망자는 지난해 기준 2165명이다. 전체 무연고사망자(3052명)의 70% 수준이다.

 

연고자가 있지만 무연고자로 분류된 이들에 대한 대책이 공백으로 남겨져 있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장사법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만을 일정 기간 봉안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고자가 있는 무연고자'의 유골은 산골 후 집단 매장된다.

 

'연고자가 없는 무연고자'는 공영장례절차를 거쳐 무연고사망자 추모의 집 등 별도 공공시설에 안치되지만, 매년 한 차례 문을 여는 데 그쳐 애도의 장소로 활용되기에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공영장례절차를 규정한 조례를 가진 시도도 현재 서울시, 경기도, 대전시 등 9곳에 그친다.

 

이에 시민사회는 사망자의 실질적 연고자인 이웃들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하고, 지원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날 위령제에 참가한 주민들은 결의문을 통해 "장사법이 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 조항을 통해 무연고사망자를 보건위생상의 과제로 다룰 뿐, 적정한 수준의 장례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사회적으로 유대가 깊은 사람이 장례를 치르거나 생전 고인의 뜻대로 장례를 치르기도 어렵다. 가족 대신 장례, 내 뜻대로 장례를 통해 존엄한 마무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