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등 5개 민간 기업에도 시정조치 및 손배소 제기... "시각장애인도 소비자"

▲ 14일 참여연대 및 9개 장애인단체 주최한 '시각장애인 키오스크 관련 의무 위반에 대한 국가인권위 진정 및 손해배상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이경석 실로암장애인생활센터 활동가(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서울시내 키오스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시각장애인의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오후 참여연대와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9개 장애인단체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각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는 키오스크 설치는 장차법 위반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한편, 일부 민간 기업에 시정조치 및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남정한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센터에 찾아오는 학생들이 학식을 못 먹는다고 하더라. 왜인가 들어봤더니 키오스크로 주문받아서 혼자 식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라며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성 해설 등 기능이 없는) 키오스크는 '유리장벽'과 같다.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애원하고 외쳐도 반응하지 않는다"고 불편을 증언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19년 공공기관 및 민간에 설치된 800대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이 인식할 수 있도록 시각정보를 음성정보와 함께 제공하는 키오스크의 비율은 27.8%에 그친다.

최근까지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4~6월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서울 시내에 위치한 무인민원발급기, 민간 매장 단말기 등 공공·민간 키오스크 245곳을 '공공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키오스크가 음성지원이 되지 않거나 장비는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참여한 이경석 실로암장애인생활센터 활동가는 "(대상 무인민원발급기) 137대 가운데 71대는 음성지원이 가능하지 않거나 시끄럽다는 이유로 음량을 줄이거나 꺼둔 상황이었다. 직원도 어떻게 켜는지를 몰라서 실제 시각장애인이 왔을 때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서울시 내 법원이나 국공립 병원에서도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는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2016년 '공공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개편한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제작 및 배포하고, 국회에서 키오스크 접근성 보장 책임을 적시한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개선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권리가 유예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경석 활동가는 "지난 6월 장차법(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이 제정돼, 키오스크 설치 시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법안이 규정하는 시행 시기는 2023년"이라며 "공백기간에 만들어질 키오스크에 대해서는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는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닌 만큼, 신속한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스마트폰이나 은행 ATM 기기 등에는 시각장애인용 화면 음성 설명 기능이 탑재돼 있다. ATM 기기는 이어폰 연결을 통해, 스마트폰은 터치 횟수를 통해 메뉴를 읽고 선택할 수 있다.

남정한 소장은 "은행 가면 이어폰만 꽂아도 모드가 변환되는데, 주민자치센터에 가면 적용이 안 돼 있다. 어떤 공공 키오스크는 이어폰을 꽂으면 스피커로 소리가 나고, 점자 키패드가 무용지물인 곳도 있다"며 "키오스크 이용은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고 권리다. 언제까지 애걸복걸해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이날 당사자 단체 등은맥도날드, 롯데지알에스(롯데리아 운영), 비알코리아(배스킨라빈스 등 운영), 케이에프씨코리아, 이마트24 등 5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정조치 및 손해배상소송 역시 제기했다고 밝혔다.

함윤택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여기가 바뀌면 다른 곳도 바뀌겠다'고 생각되는 곳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기고 지고를 넘어서, (시각장애인 소비자에게) 이런 불편이 있구나, 기업이 바뀌면 시각장애인들의 삶이 나아지겠구나,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그래서 기업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가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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