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발견] 그것은 '비겁'이라 불려야 한다

익명의 힘 빌려 별점테러하는 배달 음식 이용자들의 민낯

박윤미 기자 | 기사입력 2021/10/13 [11:31]

[고민의 발견] 그것은 '비겁'이라 불려야 한다

익명의 힘 빌려 별점테러하는 배달 음식 이용자들의 민낯

박윤미 기자 | 입력 : 2021/10/13 [11:31]

▲ (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고민의 발견]에서는 살면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 가운데,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부분을 다룹니다. 때로는 핫이슈를, 때로는 평범한 일상에서 소재를 채택합니다. 마지막 단락에는 고민과 닮은 책의 한 페이지를 소개합니다.

 

불 향기가 취향에 맞고 음식 맛도 있어 좋아하던 낙지 덮밥 집에 오랜만에 방문했다. 이사로 거리가 멀어진 까닭도 있지만 작정하고 찾아갔던 두 번 다 무슨 이유에선지 가게는 공지해 놓은 영업 종료 시각보다 일찍 문 닫아 허탕을 쳐야 했다.

 

이 음식점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면서도 스트레스받았거나 희한하게 매운 게 당기는 날이면 여지없이 떠올리게 되는 곳이었는데, 마침 그런 날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음식점은 다행히도 성업 중이었다. 드디어 매운맛(?)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웠다.

 

하지만 좋았던 기분도 잠시. 음식을 먹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일행이 입에서 날카로운 소주 병뚜껑 고리 조각을 꺼냈다. 식사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이런 고민은 무의미하다. 당연히 주인이나 주인이 부재중이라면 종업원에게라도 알려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고민을 한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음식을 다 먹어놓고는 돈을 내지 않으려 머리카락 같은 이물질을 몰래 그릇에 넣었다가 CCTV에 제대로 걸린(?) 사람들이라던지, 별점으로 음식점을 테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목에 걸린 것이다. 앞에 앉은 일행은 동네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배달 음식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 3년간 '배달 음식 플랫폼으로 주문한 음식에 이물질이 들어있다'며 신고한 사례가 3.5배나 늘었다고 한다.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민정 위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물신고제'가 시작된 2019년 7월부터 6개월 동안의 신고는 810건으로 집계돼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신고 건수가 대폭 증가했는데 올 6월 상반기까지만 무려 2874건이라고 한다. 참고로 지난해 1년 총 신고 건수는 1557건이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수요가 늘면서 배달 시장의 덩치가 함께 커졌기에 이물질 사고 또한 자연히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 감독은 동반성장 하지 못했다. 배달음식 플랫폼이 2.6배 증가하는 동안 담당 인력 수는 그대로라니 어쩌면 터질 게 터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 배달의민족 별점테러 리뷰.(사진=배달의민족)  © 팝콘뉴스


잘못된 것을 신고하는 것이야 문제가 될 수 없지만, 진짜 문제는 이 판에도 '가짜'가 있다는 것이다.

 

한 커뮤니티에는 '돈 내지 않고 음식점 이용하기'라던가 '배달음식집에서 환불받는 방법' 등을 노하우라며 자랑하는 글이 등장한 적이 있다. 이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이야기는 철부지 어린애들의 리그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뉴스로까지 보도돼 공분을 일으켰던 이물질 사건의 당사자들은 청소년기 자녀를 두었을 법한 중년이었다.

 

며칠 전 같은 커뮤니티에 "음식을 주문하고 직접 찾으러 갔다가 종업원의 태도 때문에 기분이 상해 별점 한 개를 줬다"며 이에 항의하는 가게 사장의 댓글을 캡처해 공개하면서 "누구의 잘못인지"를 묻는 한 작성자의 글이 화제가 됐다.

 

글 작성자는 원래 좋아하는 음식점이기도 하고 배달을 기다리느니 빨리 찾아오고 싶은 마음에 직접 음식점에 방문했다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려면 4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귀찮다는 듯 응대하는 종업원의 태도에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게는 글쓴이의 별 한 개 평가를 용납하지 못했다. 음식을 준비하는(배달 예상) 시간이 앱을 통해 고지 된데다, 음식을 준비하기 전이라 30~40분가량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안내했을 뿐인데 주문자가 마스크 쓴 종업원의 눈빛만을 보고 기분을 지레짐작해 별점을 낮게 매겼다며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가게 주인은 글쓴이의 리뷰 아래에 "코로나19로 다 힘들 때에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를 묻는 댓글을 달았다.

 

네티즌들의 의견은 양분됐다. 한쪽은 손님 한 사람이 귀한 시대에 손님이 불쾌한 기분을 느꼈을 정도라면 가게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배달할 때 음식 준비 시간이 안내돼 있는데도 이제 막 문 연 가게에 찾아간 것은 가게 입장에서는 재촉받는 기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음식점을 옹호했다.

 

'배달 음식' 리뷰에는 음식 맛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물론 업소를 직접 이용했을 때라면 상황은 다르다. 맛은 기본이고 거기에 종업원의 응대와 같은 서비스가 당연히 포함된다. 이러한 오프라인 이용자들을 위한 생긴 것이 '영수증 리뷰'다.

 

그러나 요즘 맛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를테면 배달직원의 태도라던가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별점 테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의 리뷰 사건도 마찬가지다. 평소 좋아하는 음식점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맛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종업원의 행동 때문에 별점 한 개를 준 상황이다. 앞뒤 정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다음 주문자는 별 한 개짜리 리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기대하면서 고르고 골라 주문한 음식이 기대 이하의 맛이라거나 음식 고유의 온도를 잃었을 때는 누구라도 실망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 끼 식사를 망치지 않기 위해 리뷰를 탐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배달 음식 리뷰는 실제로 음식을 시켜 먹은 사람에게만 작성 권한이 있어 거짓일 가능성도 적다. 때문에 주문자 입장에서는 이 리뷰야말로 맛 그리고 품질과 비례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새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들이 인증하는 별 한 개짜리 리뷰의 배달 주문서를 보면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 주문하면서 단골이니 음료를 업그레이드해달라는 정도는 양반이다. 아이와 먹을 음식이니 양을 많이 달라거나, 두 번에 나눠서 먹을 수 있도록 포장을 나눠서 해달라는 경우까지도 있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배달 음식 리뷰가 양날의 검과 같다고 토로한다. 별점을 믿고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별점 관리만 잘해놓으면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효과를 누리기도 하지만,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분풀이하듯 낮은 별점을 주거나 악의적인 리뷰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리뷰 서비스가 과연 시장의 순기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네티즌은 자신의 엄마가 "'존맛탱'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카톡을 캡처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했다. 부모님이 음식점을 개업했는데 '존맛탱'이라는 리뷰가 달린 일 때문이다. 딸이 공개한 카톡 메시지에서 엄마는 "아빠가 맛탱구리가 없다는 뜻 같다며 온종일 의기소침해 있다"며 '존맛탱'의 정확한 뜻을 묻고 있다. 많은 네티즌이 글 작성자의 아버지를 응원하거나 귀엽다는 댓글을 달았지만, 이 사연은 고객 한 명의 한 줄 리뷰가 자영업자들에게 얼마나 큰 위력을 행사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익명의 힘을 빌려 악의적인 리뷰를 다는 이들은 평소 멀쩡하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욕을 입에 담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소심하게 복수하고, 분노를 터트리며 서비스하는 상대에게 군림하려 드는 마음. 그것은 '비겁'이라 불려야 할 것이다.

 

소주 뚜껑 고리를 씹은 일행은 다른 손님들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종업원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후 계산대에서 음식값을 받지 않겠다고 손사래 치는 종업원에게 "나도 장사하는 사람이다. 그저 조심하시라고 알려드리는 것이다"며 함께 손사래 쳤다. 결국 그날 그 화끈하게 매운 음식점에서의 해프닝은 음식점에서 음식값의 1인분만을 계산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하는 행동이 곧 그 사람이라고 한다. 오래전 양반들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태도와 자세를 더욱 신중히 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혹시 모른다. 인터넷이 발달한 덕에 요새 유명인들이 학창 시절 친구들을 괴롭힌 과거가 드러나는 것처럼, 익명 뒤에 숨은 글들이 곧 이름을 되찾을 날이 올지도.

 

 

우리가 서로에게 '말'이라는 무시무시한 흉기를 무신경하게 휘둘러대는 대신 조금만 더 자제하고 조금만 더 친절할 수만 있다면, 세상은 훨씬 평화로운 곳이 될 것이다.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_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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