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소음 단속기준 105㏈, 기차 운행 시 발생하는 소리와 비슷한 수준

▲ 배달 오토바이(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대도시에 밤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적막을 가르는 '오토바이 소음'이다.

코로나19로 음식 등 각종 배달 서비스가 성행하면서 일상의 편리함은 더해졌지만 그만큼 오토바이 또한 많아지면서 소음으로 인한 불면 등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A씨는 지난 5월 서울 강서구의 한 대단지 신축아파트에 입주했다. 새집에 살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여름 내내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살 수가 없었다. 잠시라도 창문을 열면 밤새 오토바이 소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가 넓은 까닭에 동시에 여러 대 오토바이가 동시에 지상을 누비는 것도 매일 보는 장면이다.

A씨는 "여름이야 더우니까 창문 닫고 에어컨 켜면 그나마 참을 만했는데 선선한 날씨에도 창문을 열고 잘 수 없다는 게 너무 짜증이 난다"라며 "나도 음식을 배달시켜 먹던 사람이라 할 말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야밤에 음식 시켜 먹는 집들이 많더라. 야식 배달 오토바이 때문에 새벽 내내 잠을 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다 이사 왔는데 이곳에서는 오토바이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 고통을 모른다"고 토로했다.

A씨와 같은 고통을 느낀 사람들이 뜻을 모아 단체 행동을 한 일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적도 있다.

지난 9월에는 부산 해운대구의 B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배달 오토바이 소음 단속에 앞장서 B 아파트 단지는 물론 다른 지역의 아파트 입주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단속은 각 동에서 20명씩 자원한 주민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굉음을 내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인천 송도의 한 국제도시에 있는 C 아파트에서는 오토바이로 인한 입주민들의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오토바이 배달업 종사자들의 지상 출입을 제한했다. C 아파트의 이러한 결정에 배달업체들은 배달거부로 C 아파트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일이 이슈가 됐을 때 배달업체 쪽에서는 "지하 주차장은 미끄러워서 사고 위험이 크고, 만약 사고가 나면 모든 피해에 대한 책임을 라이더들이 떠안아야 한다"며 "오토바이는 자차보험이 없다. 이런 부담을 감당하면서 지하 주차장으로 다니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 그리고 B, C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과 같이 오토바이 소음 피해를 겪었던 사람들은 경찰서나 구청 민원 게시판에 오토바이 소음을 단속해 달라며 현행 단속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오토바이 소음을 호소하는 민원이 누적되면서 오토바이 단속 권한을 가진 경찰에서도 환경부에 소음 기준을 조정해 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다. 부산 해운대구 구청장은 지난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토바이 소음 기준을 80㏈(데시벨)로 낮춰달라"는 청원을 직접 작성해 화제가 됐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현황보고에 따르면 2020년에 등록된 이륜차는 228만 9900대다. 2019년 223만 6895대보다 5만 2000여 대 늘었다. 올해는 2020년보다 더 많은 오토바이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소음진동민원현황 통계를 보면 배달 오토바이를 포함한 도로교통 민원은 2019년 139건이었으며, 2020년에는 217건으로 56%가량 증가했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서는 자동차관리법 등에 따라 이륜차의 정기점검 시 소음까지도 측정하게 했으나, 규정 기준을 넘지 않은 이륜차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벌금이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는 없어 사실상 이 방법은 소음을 줄이는 데 효과가 없다.

현행 오토바이 소음 단속기준은 105㏈이다. 기차가 운행할 때 내는 소리가 10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 소리라야 단속 대상이 되는지를 알 수 있다.

길에서 흔히 보이는 일반 중소형 오토바이들이 운행할 때 내는 소음은 90㏈ 수준이다. 문제는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가 오토바이를 튜닝 할 때 소리 크기를 103~104㏈에 맞춰 단속에 걸렸더라도 행정 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토바이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속기준을 낮추는 것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환경부에서는 지난 5월부터 '이륜차 소음 허용 기준에 대한 연구 용역'을 실시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만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 용역의 주요 내용은 ▲이륜차 소음 관련 해외 기준 ▲국내 이륜차 현황 ▲이륜차 소음 특성 및 단속기준 등이다.

환경부는 결과를 토대로 이륜차 소음 기준의 적정선을 논의한다는 계획으로, 이륜차 소음 기준 하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연구 결과를 가지고 개정안이 발의되면 관련법을 1년 내 정비할 수도 있다는 태도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이달부터 연말까지 17개 시·도를 비롯해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등과 함께 '불법이륜차 및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한다. '자동차관리법'에 해당하는 ▲미사용 신고 ▲번호판 미부착 ▲번호판 훼손·가림 ▲불법 튜닝(LED, 소음기), '도로교통법’을 적용하는 ▲보도 통행 ▲신호·지시 위반 ▲헬멧 미착용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중앙선 침범 등이 단속 대상이다.

오토바이 소음 및 안전 위협 등에 따른 시민 불만이 늘면서 자체적으로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는 이들도 있다.

한 누리꾼은 포털사이트에 "가까운 곳은 미리 음식을 주문하고 걸어가서 찾아온다. 조금 먼 곳은 차를 가지고 포장한 음식을 찾아오는데 그러면 대기 시간이 훨씬 줄어든다. 소음이 싫으니까 나 한 명이라도 배달을 자제하자는 마음에서다. 배달비 아끼는 것도 꽤 기분이 괜찮다"는 글을 작성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웃기는 게 소음 측정은 경찰이 아니라 지자체에 권한이 있어 지자체가 동행하지 않으면 경찰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다"며 "정말 꼭두새벽에 오토바이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 뜬 눈으로 날 새우면 다음 날 일에도 지장이 있고 컨디션도 엉망이다. 전기 오토바이 도입이나 소음단속 같은 확실한 방법만이 오토바이 소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한 지역 맘카페에서는 오토바이 소음을 참지 말고 112에 신고하라는 글이 등장했다. 글 작성자는 "아기가 오토바이 소리에 자다 깨서 엄청나게 울어 진정시키고 다시 재우면서 화가 나 112에 오토바이 소음 민원을 넣었다. 정신적 고통이 너무 심해 단속만 할 게 아니라 '수시로 순찰 중이니 소음을 줄여달라'는 현수막이나 표지판도 달아달라고 민원을 넣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 작성자는 관할 지구대로부터 "순찰 중이며, 거점근무도 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한편 우리나라 오토바이 소음 기준(105㏈)은 1990년대 일본의 기준을 그대로 가져다 적용한 것이다. 일본은 이후 기준을 96㏈까지 낮추는 등 시대변화에 맞춰 행정적 규제를 손봤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105㏈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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