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히어로] "구해경을 찾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고려대학교 그 아이 '구해경'..."너, 밥은 먹고 다니니?"

박윤미 기자 | 기사입력 2021/10/06 [17:43]

[반짝 히어로] "구해경을 찾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고려대학교 그 아이 '구해경'..."너, 밥은 먹고 다니니?"

박윤미 기자 | 입력 : 2021/10/06 [17:43]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만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짝꿍)'라 고백하기도 합니다. 가족과 친구. 이 두 단어에는 아무래도 '사랑'과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 하나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 다른 생명을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짝 히어로]는 이처럼 사람과 동물 간의 특별한 사연들로 채워 나갑니다. 동물 관련 유의미한 일을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들도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기록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과 동물의 '온전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 구해경의 모습(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제가 좋아하고 같이 살고 싶었던 반반이가 떠나고, 너무 착하던 동엽이까지 떠나고 이번에는 정말 끝까지 지켜주려 했던 구해경까지 생사를 모르고 있으니 마음이 많이 답답해요. 집에서 식물을 키우기만 하면 다 죽이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고양이가 그런가 봐요. 제가 집에 데려와서 같이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기만 하면 그 고양이들이 다 떠나요. 마음이 너무 괴로워요."

 

여느 캣맘, 캣대디가 그렇듯 매일 거의 같은 시간에 밥을 주면서 그렇게 듬뿍 정이 든 아이였다. 남들 눈에는 흔한 한 마리 길고양이로 보일 수 있지만, 유정 씨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개운사에서 만난 츄르 먹으면서 노래하는 고양이 '반반이'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착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순하던 '동엽이'까지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뒤 상처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에서 만난 녀석이었다.

 

녀석의 이름은 '구해경'. 회색 코트가 모든 계절에 어울리는 크고 잘생긴 수컷이었다.

 

구해경은 풀숲에 웅크리고 있으면 토끼로 착각할 만큼 큰 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유정 씨는 인스타그램에 구해경 게시물을 올릴 때면 고양이 대신 회색 토끼 이모티콘을 종종 사용했다. 구해경의 눈은 양옆으로 찢어지듯 올라간 모양이었다. 유정 씨는 그런 구해경의 눈을 좋아했다. 구해경을 만나면 늘 "10시 10분!" 하고 부르며 놀렸다.

 

둘은 금세 친해졌다. 취업 준비 중인 유정 씨는 구해경을 만난 뒤로 거의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구해경의 밥을 챙겼다. 면접 같은 아주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친구에게 구해경의 끼니를 부탁했다.

 

고양이 구해경은 이렇게 매일 유정이 누나가 주는 애정과 밥을 삼키면서 느긋하고 여유로운 고양이가 됐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주변을 경계하던 녀석의 눈빛은 누나와의 만남이 길어지면서 자신감 있게 변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나도 엄마 있다" 하는 것처럼.

 

▲ 구해경의 모습(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구해경은 누나의 거친(?) 손길을 좋아했다. 누나가 엉덩이를 두드려 주는 것도, 뱃살을 만지려고 기회를 엿보는 것도 싫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날은 먼저 누나에게 다가가 몸을 가까이 대며 꼬리를 세우며 부르르 떨었다. 친해지고서는 매일 골골송도 불러줬다. 동물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아 쟤는 저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가 봐" 느껴질 만한 행동이 구해경에게서 자주 보였다.

 

유정 씨도 알고 있었다. 밥 터에 난데없이 놓여있는 목장갑들을 보면서, 그것이 구해경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고 마음이라는 것을. 유정 씨는 이렇게 구해경으로부터 반반이와 동엽이를 떠나보낸 슬픔을 위로받았다.

 

구해경에게 밥을 주면서 유정 씨는 본격적으로 캣맘이 됐다. 구해경과의 약속 시간보다 일찍 집에서 나서는 것도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서다. 도살 위기에 놓인 성견 뭉이를 구조해 입양 보내는 수고스러움도 그랬다. 같은 경험이 있던 터라 "다시는 하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결국 해야 했다. 하고 말았다.

 

유정 씨는 구해경을 끝으로 더는 길 아이들에게 마음 쓰는 일을 하지 않겠노라, 또 한 번 다짐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구조하고 입양 보내는데도 그 숫자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느는 것만 같았다.

 

또다시 동물과의 이별을 견딜 힘도 없었다. 고단한 삶을 사는 길 아이들에게 질병과 사고는 언제나 도사리는 위험. 유정 씨는 반반이와 동엽이 때의 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곧 계약이 만료되는 집을 떠나 새 보금자리를 찾을 때는 동물을 반려해도 되는 곳으로 갈 작정이었다. 구해경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캣타워도 하나 사고 마약방석도 예쁜 디자인으로 하나 고를 참이었다.

 

그런데 구해경이 사라졌다.

 

▲ 고양이 구해경을 찾는 전단(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구해경은 유정 씨뿐 아니라 고려대학교 안에서도 그리고 SNS에서도 유명한 '인싸 고양이'다. 유정 씨가 구해경을 만난 첫날부터 지금까지 1년여간의 모든 상황을 공유하면서 유정 씨만큼 구해경에게 마음을 쏟은 사람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구해경의 사진과 영상을 보고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료와 간식 등을 유정 씨 편에 보내거나 일부러 구해경을 보기 위해 고려대학교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구해경이 밥 터 '동구냥'에서 모습을 감춘 것은 9월 19일 무렵. 유정 씨는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었다. 밥 터를 지키며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대개 길고양이들이 그렇듯 구해경 역시 '영역을 확장하거나 잠시 장소를 옮겼겠거니' 생각하며 기다렸다. 그런데도 애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구해경 찾는 글을 쓰고 전단을 만들었다. 고양이 습성을 잘 아는 사람들이 "길고양이는 몇 주, 몇 달 지나 나타나기도 한다"며 유정 씨를 위로했다.

 

일주일이 지나도, 열흘이 지나도 구해경은 동구냥 밥 터에 나타나지 않았다. 고려대학교와 안암역 인근에는 구해경을 찾는 전단이 몇 번이고 새로 붙었다. 전국 각지에 사는 랜선 집사들이 자발적으로 먼 길을 달려와 함께 전단을 붙이고 구해경의 이름을 부르며 골목골목을 누볐다.

 

유정 씨는 직접 찾는 데 한계를 느껴 고양이를 전문으로 찾아준다는 고양이 탐정과 고양이와 영적 교감을 한다는 '애니멀커뮤니케이터'에게까지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소원 프로젝트 중인 이은결 일루셔니스트에게는 '고양이 구해경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처럼 구해경을 애타게 찾는 유정 씨의 이런 모습은 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있다. 전단과 함께 올라온 유정 씨의 글은 인스타그램에서 수백 번 이상 리그램 됐으며,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여전히 리그램 되는 중이다. 아직도 주말 밤 안암역 근처에서 '구해경'을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은결 일루셔니스트도 유정 씨의 메시지에 즉각 응답했다. 그는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구해경 실종을 알리며 다 같이 고양이를 찾을 수 있도록 관심 가져달라는 부탁을 글로 남겼다. JTBC 시사프로그램 '사건반장'에서는 앵커가 직접 유정 씨에게 연락해 구해경을 찾는 전단과 사진을 요청해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다.

 

길고양이 한 마리를 찾기 위해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마음을 모으고 있다. 

 

동물에게 사랑받아 본 사람들은 안다. 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사랑과 용기의 힘을.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도 안다. 아무리 울어도 마르지 않는 눈물을. 그래서 이토록 많은 사람이 매일 유정 씨가 구해경을 그리워하는 게시물에 댓글을 달며 함께 울고 기도하는 것이리라.

 

▲ 구해경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고양이 너굴맨에게 밥을 주는 유정 씨(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며칠 전 유정 씨는 자신의 팔로워들을 향해 이런 글을 썼다.

 

"(집에 있다가) 너무너무 답답해서 (고려대학교) 법대 후문 쪽으로 가서 다시 찾아봤습니다. 후문 옆 수풀 우거진 곳이랑 담벼락 옆 수풀 속, 평소 다니던 우체국 뒤편, 원래 밥자리 등등 다 돌아다녀 봤는데도 다른 고양이 한 마리 본 것 제외하고는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같이 살고 싶어 했던 반반이가 떠나고 그 이후 너무 착하던 동엽이까지 떠나고 이번에는 정말 끝까지 지켜주려고 했던 구해경까지 생사도 모르고 있으니 마음이 많이 답답합니다."

 

유정 씨는 구해경을 기다리면서도 매일 구청에 전화를 걸어 길고양이 사체를 확인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구해경의 모습을 그렇게라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구해경이 올 것 같아서 마음이 들떴다가 또 혹시나 잘못되거나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나 우울했다가 그렇습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을 품고 있어요. 똑똑하고 영리한 고양이니까 돌아오는 길도 잘 기억할 거고 저도 열심히 부르고 다닐 거라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많이 아파도 좋으니 제 눈에 보이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많이 걱정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해경이 돌아오면 얼마나 많은 집사님께서 함께 기뻐해 주실지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구해경한테도 이런 마음들이 전해져서 빨리 돌아오면 좋겠어요."

 

"구해경 어디에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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