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 잔꾀 없이, 한눈팔지 않고 이어온 건어물 장사법

날카로운 눈으로 살펴 고른 건어물의 짭쪼름한 이야기, '동원건어물'

강나은 기자 | 기사입력 2021/10/05 [15:24]

[백년가게] 잔꾀 없이, 한눈팔지 않고 이어온 건어물 장사법

날카로운 눈으로 살펴 고른 건어물의 짭쪼름한 이야기, '동원건어물'

강나은 기자 | 입력 : 2021/10/05 [15:24]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 백년가게: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평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

 

가까운 곳, 어쩌면 허름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왔고, 어쩌면 100년 넘게 이어질 우리 이웃은 가게를 운영하며 어떤 사연을 쌓아 왔을까요. 힘든 시기에 몸도 마음도 지친 소상공인은 물론, 마음 따뜻한 사연 있는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 동원건어물 강신환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장사는 잔꾀를 부리면 안 된다'고 배웠다. 좋은 상품을 잘 골라, 가게를 믿어준 고객에게 보답하는 것이 장사의 밑천이자 노하우였다. 아주 어렸을 때, 20대의 어머니가 과일 장사를 하던 순간부터 배워온 단골손님 유치법이었으니, 머리로 알기 전에 가슴으로 배웠다. 시장 한 편에 번듯한 건어물 가게가 생기고 나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고객을 대했다. 또 한편으로는 대학생 때부터 1톤 용달차를 빌려서 아버지, 옆집 사장님과 같이 건어물을 사러 다니면서 건어물 보는 눈을 키우고, 건어물을 사는 방법을 익혔다. 제대로 경영수업을 한 셈이다. 투기라고는 욕심도 없고, 겁이 많아 몰랐던 부모님처럼 그렇게 우직하게 지켜온 가게가 백년가게가 되었다. 처음 생겼던 그때처럼 바르고, 정확하게, 믿음직스럽게 이어왔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플라스틱 대야에서 팔던 과일로 가게를 마련하다


 

강신환 대표의 어머니는 건어물 가게 앞 난전으로 과일 장사를 시작했다. 4km를 큰 플라스틱 대야 여러 개에 과일을 담아 이고 지고 와서는 맨바닥에 풀어놓고 팔았는데, 그 와중에 장사가 잘돼서 새벽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하루에도 무거운 과일을 지고는 먼 길을 오고 가길 반복했다. 고작 20대,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어린 나이였지만, 자식이 있기에 억척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후 강신환 대표의 어머니는 그 돈을 모아 1979년 강릉 중앙시장에 네 칸짜리 가게를 얻었고, 그 자리가 건어물 코너였기에 건어물 장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지금은 어머니께서 과일 장사하셨던 것처럼 지금 건어물 가게 한쪽에 제수용 과일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먹거리용 과일을 파셨는데, 많이는 판매하셨어도 마진이 적었어요. 그래서 지금 저희는 기존 먹거리용 과일이 아니라 마진을 높일 수 있는 과일로 제수용 과일을 다루게 되었지요. 강릉에서는 제수용으로 올리는 과일은 가장 좋은 과일을 찾으시거든요."

 

어렸을 때 강신환 대표는 장사하는 어머니, 농사짓는 아버지의 일을 돕는 것이 일상이었다. 학교에 다녀오면 농사일을 돕고, 해가 지면 어머니 마중을 나갔다. 버스도 없이 먼 길을 걸어오는 어머니를 위해서였다. 또한 명절이나 여름방학 때는 어머니의 가게에 나가 장사를 돕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건어물 장사를 맡게 되었던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장사를 습득하게 됐으니까요."

 

▲ 동원건어물에서 판매 중인 건어물(시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건어물을 보는 올바른 눈을 키우다


 

부모님이 함께 30년을 지켜오던 가게를 그가 물려받게 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도 어느 정도 해본 이후였다. 연세 있으신 부모님이 가게 운영에 힘에 부친 모습을 보자 장남인 강신환 대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가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어렸을 때 배웠던 그대로,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그대로 건어물 가게를 이어갔다. 강신환 대표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장사 철칙은 '건어물 장사는 잔꾀를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흔히 '눈탱이 친다'라고 말하곤 하잖아요. 100원에 사 온 물건을 1000원에 파는 게 눈탱이 치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단기간에 이윤은 남을지 몰라도 오래 못 가요. 한두 번 오던 손님도 한 번 이런 경험을 하고 난 뒤에는 잘 안 와요. 큰 마진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많은 손님에게 팔 생각을 해야죠."

 

또한 강신환 대표는 평생 투기라는 걸 몰랐던 부모님처럼 자신 역시 가게 이외에 다른 곳에 눈 한 번 돌리지 않고 살아왔다고 자신한다.

 

"어머니, 아버지가 가진 것이라고는 얼마 없어요. 자기 농토 없이 남의 소작을 하다가 돈 모아서 마련한 집 앞 논밭, 마찬가지로 대야에 과일 팔아서 모은 돈으로 산 가게가 전부였어요. 다 먹고 살려고 하는 투자뿐이었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에 좋은 물건을 잘 사 올 수 있는 눈썰미도 물려받았다. 현재 건어물 중 70% 이상은 모두 수입품이다. 과거에는 너무도 흔한 생선이었던 명태 역시 러시아에서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미역이나 오징어 등 몇 가지 안 되는 국산 건어물을 잘 매입하는 것에 집중한다. 

 

"옛날에는 차가 별로 없는 시절이었는데, 제가 1985년, 대학 다닐 때 면허를 따서 1톤 용달차를 빌려서 아버지, 옆집 사장님과 같이 물건을 사러 다녔어요. 그때부터 따라다니면서 좋은 물건 보는 눈이 생겼죠. 예를 들어 오징어 건조를 제일 많이 하는 때가 12월이에요. 그럼 1월에 건조장, 덕장에 가서 좋은 물건을 사 오는 거죠. 요즘도 일 년에 한 번씩 오징어 사는 데만 2억 원 정도를 써요. 요즘에는 오징어를 뜨거운 바람으로 말리는데, 그러면 색도 예쁘게 나고, 좋아 보이긴 해요. 그런데 태양에 말린 오징어는 하얗게 마르죠. 눈으로 보기에는 열풍 건조한 오징어가 더 좋아 보여서 다른 건어물 가게에서는 그걸 쓰죠. 그런데 저는 생물을 태양 건조한 오징어를 판매해요. 왜냐하면, 맛이 다르거든요. 씹으면 씹을수록 오징어 특유의 맛이 나요."

 

▲ 동원건어물 전경(시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단골의 믿음에 부응하며 오래 관계를 지속하다


 

강신환 대표는 동원건어물을 찾는 고객들에게 항상 최선을 다한다. 자신이 손해가 있더라도 돈 몇 푼보다는 단골손님 하나가 더 소중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아무리 제가 잘하려고 해도 실수할 때가 있잖아요. 한 번은 쥐포 11마리짜리 물건을 사간 손님이 집에 와서 보니 7마리밖에 안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11마리짜리 한 팩을 택배로 보내드린 적도 있어요."

 

심지어 이는 고객의 불찰로 물건이 상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건어물을 구매하시는 고객들에게 '건어물은 반드시 내일이나 모레까지는 냉동실에 넣어두고 드세요'라고 말하는데, 집에 가지고 갔다가 일주일이 지나면 다 곰팡이가 나버려요. 그러면 전화를 하셔서 '곰팡이가 난 물건을 팔았다'고 하실 때가 있죠. 그럼 제가 '냉동실에 넣으라고 말씀드렸는데 안 넣으셨죠?'라고 물어요. 그럼 '그렇다'고 대답하세요. 그래도 '이번에는 바꿔드릴게요. 꼭 냉동실에 넣으세요'라고 말해요. 손해긴 하죠. 제 잘못도 아닌데. 그래도 이렇게 하면 그 손님이 다음에는 다른 손님도 데리고 찾아오세요. 저는 이것이 저희 가게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SNS를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강신환 대표지만, 중앙시장 건어물을 검색하면 항상 상위에 '동원건어물'이라는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2만 원 이상 구매하면 반드시 서비스와 함께 명함을 넣어주곤 하는데, 고객은 이 명함을 보고 택배로 주문하는 동시에, 인터넷에 생생한 후기를 남긴다.

 

그러니 동원건어물 가게에서만 건어물을 사는 단골도 적지 않다. 수입·수출을 하는 한 회사의 대표는 명절 때마다 동원건어물에서 오징어를 100축, 200축 주문하고는 했다. 그런데 사업이 잘 안 되면서 주문이 뜸해졌을 때, 모녀가 함께 가게를 찾았다. 강신환 대표는 특별히 모녀에게 더 챙겨주면서 고마움을 표현했고, 이후 회사 대표는 사정이 나아지자마자 다시금 동원건어물을 찾았다.

 

'머리로 살면 안 된다.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자주 이런 말을 듣는다. "강 사장, 알지?" 매번 보내던 것처럼 보내달라는 그 말에 그는 뿌듯함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낀다.

 

"그동안 믿음을 주면서 장사해왔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기대감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죠."

 

물론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던 아버지가 버스와 사고가 나서 크게 다치셨을 때도 있었고,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집과 가게만 남은 상황에서 집을 팔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게를 지켜왔기에 백년가게라는 이름을 걸 수 있게 되었다.

 

동원건어물은 앞으로 더 많은 고객을 더 좋은 환경에서 만나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재 가게에서 판매대나 냉동시설을 차별화하고 싶으나, 예산도 많이 들뿐더러 일주일간 가게도 닫아야 하고, 시장 내 다른 상인들의 눈총도 있을 것 같아 주저하고 있다.

 

"앞으로 몇십 년 더 가게를 이어간다고 봤을 때, 어느 정도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시장 백화점 같은 가게를 만들어서 마트와 경쟁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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