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학개론] 마음을 눌러 담은 단어 하나, 글귀 한 문장

스물두 번째 취미, '캘리그라피'

강나은 기자 | 기사입력 2021/09/30 [16:28]

[취미학개론] 마음을 눌러 담은 단어 하나, 글귀 한 문장

스물두 번째 취미, '캘리그라피'

강나은 기자 | 입력 : 2021/09/30 [16:28]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 (사진=글씨 쓰는 젠야)  © 팝콘뉴스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글씨를 쓰지만, 조금은 특별한 순간, 특별하게 보이고 싶은 글씨를 쓰고 싶은 순간이 있다. 마음을 눌러 담아 단어 하나를 적고 싶을 때, 글귀 한 문장을 쓰고 싶을 때이다. 이럴 때 내 글씨가 저 상표명에 쓴 글씨처럼, 혹은 TV 프로그램 제목처럼 멋스럽다면 얼마나 좋을까?

 


배울수록 새로워 오래 즐길 수 있는 캘리그라피


 

캘리그라피는 처음 시작할 때의 부담감이 다른 취미보다 적으며, 배워본 적이 없어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크다. 메모할 때, 자기 생각을 짧게나마 전달할 때, 늘 글씨를 쓰기 때문이다. 그림에 소질이 없다고 해도 캘리그라피에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은 여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캘리그라피는 평소에 쓰던 글씨와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일반적인 글씨보다는 디자인 요소가 훨씬 가미되어야 캘리그라피가 될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캘리그라피에 이미 발을 들여놓았다면, 이는 부담이 아닌 흥미로 작용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도 막상 시작하면 조금 더 특별한 글씨를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생각 없이 오랫동안 취미로 즐기기 좋다.

 

게다가 도구에 따라, 쓰고 싶은 글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쓸 수 있는 도구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캘리그라피의 재료가 된다. 종이마저도 크기나 재질에 따라 다른 느낌을 내고, 필기구 역시 마찬가지다.

 

수업 시간에도 서예 붓으로 시작할 수도 있고, 붓펜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필기구가 가장 우선으로 쓰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펜촉에 잉크를 찍어서 쓰는 D펜, 펜 심이 가로로 납작한 지그 펜이나 패러럴 펜,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기는 만년필도 있다. 그 외에도 나뭇가지나 칫솔, 롤러 등 글씨 쓰는 용도로 써본 적 없었던 물건들 역시 각자의 분위기를 풍기는 좋은 도구가 된다. 글씨를 표현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도구도 필기구가 되며, 어떤 종이도 캘리그라피의 배경이 된다.

 

▲ 캘리그라피 수업 (사진=글씨 쓰는 젠야)  © 팝콘뉴스

 


글씨 써본 지 오래되신 어르신도, 스마트폰이 익숙한 아이도 즐기는 취미


 

글씨 쓰는 제냐 이정은 대표는 사랑채노인복지관에 출강해 어르신들께 캘리그라피의 즐거움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시범으로 글씨를 써드리면 하나하나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너무 예뻐요', '너무 멋있어요' 해주시고, '저도 이렇게 쓰고 싶어요'라고 표현해주시는 어르신들도 많았고요. 한 어르신은 '지금 보니 길거리에 캘리그라피가 정말 많아요'라고 말씀하셨어요. 실생활에서도 캘리그라피가 보이신다는 얘기는 저한테도 의미가 있는 얘기라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죠."

 

또한, 어르신들은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캘리그라피 수업에 집중하면서 많은 작품을 써 내려가기도 했다.

 

"어르신들께서 배움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세요. 자신이 잘하지 못할까 봐 써놓은 글씨를 숨기시기는 하셔도 강의 시간에 다른 생각을 하시거나 집중 못 하시는 분들은 단 한 분도 안 계시더라고요."

 

글씨를 어렸을 때 배우지 않아서, 혹은 글씨를 쓴지 너무 오래돼서 악필인 어르신들 역시도 자신의 글씨를 교정하기 위해 캘리그라피에 취미를 붙였다가, 자신만의 글씨체로 자신감을 얻기도 한다.

 

이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일찍부터 시작해 필기를 낯설어하기도 하는데, 글씨 교정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또한, 캘리그라피를 배우면서 디자인에도 관심을 둘 수 있어 꼭 그림이 아니더라도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서예와 마찬가지로 자기 수양의 효과도 좋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선을 하나 긋는 순간에 최고로 몰입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아도 순수하게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어려울 때 캘리그라피가 해답이 될 수 있다.

 

▲ 캘리그라피 작품 (사진=글씨 쓰는 젠야)  © 팝콘뉴스

 


마음을 전하는 글씨로 주는 감동


 

캘리그라피를 잘하려면,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듯 연습이 답이다. 혹여 초보자인데, 캘리그라피를 수강할 여력이 없다면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찾은 글씨를 많이 써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손목으로 글씨를 쓰지 않고, 어깨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손목만 쓰면 모양이 한정적이고 글씨 크기가 아주 작아질 수 있다.

 

캘리그라피를 해보기에 앞서 캘리그라피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아야 한다. 무조건 예쁜 글씨, 무조건 휘날림이 많은 글씨가 캘리그라피가 아니다. 그 문장이나 단어의 뉘앙스에 따라 무서운 글씨, 쓸쓸한 글씨도 잘 써야 캘리그라피 작품이다.

 

"캘리그라피의 목표는 그 단어나 문장을 내가 담고 싶은 뉘앙스로, 나다운 글씨로 훌륭하게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서도 '귀여운 글씨가 캘리그라피다', '예쁜 글씨가 캘리그라피다' 이런 고정관념을 갖지 말고 글씨 그 자체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캘리그라피는 선물을 전달할 때, 특히나 배우길 잘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편지는 당연하고, 선물할 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기 발 도장 액자에 직접 쓴 글씨로 아기 출생 당시의 마음을 적는다면 어떨까?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때도 계좌이체로 해드리거나 그냥 흰 봉투로 드리는 것보다 밋밋한 봉투 위 그동안 전하지 못한 마음을 짧은 한 두 문장 정도라도 표현한다면 더욱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축의금을 낼 때 봉투에 친구에게 축하하는 마음을 전한다면, 다른 누구보다도 눈에 띌 것이다.

 

이를 넘어 자신의 글씨를 인쇄하는 방식으로 개인적인 소품에 정체성을 담을 수도 있다. 머그잔이나 텀블러는 물론, 자신의 글씨가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개된다면 상호, 패키지 등에 사용될 수도 있으며, 상업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순수 예술로 작품 활동에 매진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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