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0년 일해도 임금 그대로"...시민사회, 이주여성노동자 임금차별 시정 촉구

이주여성노동자 중심 직군 급여 '인건비' 아니라 '사업비'서 충당... 호봉제, 수당 등 적용 안 돼
"여가부 예산 부족 문제도... 중앙정부 의지 뒷받침돼야" 목소리도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1/09/27 [16:45]

[현장] "10년 일해도 임금 그대로"...시민사회, 이주여성노동자 임금차별 시정 촉구

이주여성노동자 중심 직군 급여 '인건비' 아니라 '사업비'서 충당... 호봉제, 수당 등 적용 안 돼
"여가부 예산 부족 문제도... 중앙정부 의지 뒷받침돼야" 목소리도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1/09/27 [16:45]

▲ 27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공운수노조 등 시민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내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임금차별문제 해소에 실질적인 사용자인 여성가족부 등 관계 당국이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여성가족부가 산하 기관의 이주여성 종사자와 선주민 종사자 간 임금차별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 공공운수노조 등 2개 시민단체는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여성노동자가 자격요건을 갖추고 일하는 '노동자'임에도 여전히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등 차별받고 있다며 관계 당국의 시정을 촉구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여성가족부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산하 기관이다. 인건비를 포함한 사업비가 여가부 예산으로 운용되는 만큼, 여가부가 종사자의 승진 최소소요 연한, 시간외근무수당을 포함한 수당 기준 등을 정하고 있다.

 

다만, 이주여성종사자 중심의 통·번역사 및 이중언어코치 등의 직군의 경우, 여가부 예산으로 운용되는 것은 임금에 그친다.

 

호봉제 적용 및 수당 여하는 지자체 역량으로 미루고 있어, 시민단체로부터 사실상 선주민 종사자와 이주여성종사자 사이 임금차별을 묵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주여성 노동자이기도 한 한가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미 이주여성들이 다양한 사업에 배치돼 10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일에 익숙해졌고,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호봉제가 인정되지 않아) 선주민 노동자들과 임금차별이 있다"며 "임금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해 대학원까지 공부하는 사람도 있다. 자격증 때문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문제는 양 직군의 급여를 '인건비'가 아니라 '사업비'에서 운용하는 데서 기인한다는 설명이다.

 

사회복지사 등 선주민 중심 센터 종사자는 사업별 '인건비'가 별도로 책정되지만, 통·번역사 및 이중언어코치의 인건비는 '통번역사업', '이중언어 가족환경조성사업' 등 각 사업비 안에서 배분된다.

 

시민사회의 요구로 여가부는 지난해 양 직군에 대한 급여 예산을 기존 '최저임금 이상'에서 '최저임금 대비 7.0% 이상 또는 지난해 대비 3.0% 이상'으로 개선했다.

 

하지만, 계속 사업비 안에서 인건비가 운용되면, 수당 삭감을 통해 급여 동결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종걸 차제연 공동대표는 "경력을 인정하기에 (임금 최저 기준 개선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통·번역사, 이중언어코치(의 급여)는 인건비가 아닌 사업비에 편성돼 있는데, 이런 편성 아래서는 유사한 업무를 하는 종사자 간에 처우가 달라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짚었다.

 

▲ 발언자, 이주여성노동자 당사자 등이 국가인권위 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여가부로 이동하고 있다  © 팝콘뉴스

 

아울러, 여가부뿐 아니라 지자체, 중앙정부 등 관계 당국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은 "작년 서울시 25개 권역 다문화센터 관련한 문의 및 질타를 했다. 그런데 서울시에 돌아온 얘기는 '기본급이 여가부 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수당 관련해서 역할을 찾아보겠다'였다. 올해 서울시는 연장, 명절, 정액급식, 가족수당 등을 지급하고 있지만, 호봉이나 기본급 관련해서는 서울시도 똑같이 여가부 탓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권 의원은 "얼마 전 여가부 모든 예산이 기획재정부에서 깎였다. 여가부가 의지를 갖고 예산반영 목소리를 내도 중앙정부의 의지가 없으면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투쟁 중인 장애인 노동계 역시 목소리를 보탰다.

 

정명호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동조합지부 지부장은 "이주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정책적으로 정해진 것처럼 장애인 노동자 차별도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최저임금법 7조 조항(장애인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효력을 적용하지 않는다)이다"며 "저항할 수 있다는 것, 소수자들과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더 나은 삶을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자를 포함한 시민단체 관계자, 이주여성노동자 당사자 등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 이후 여성가족부, 청와대까지 행진해 항의서한 및 요구안을 전달했다.

 

한편,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통·번역사 및 이중언어코치 직군에는 일정 조건을 충족한 이주여성이 배치되고 있다.

 

2021년 보령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중언어코치 채용공고는 응시자의 필요 자격으로 ▲대졸 이상의 학력 ▲TOPIK(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 ▲결혼이민자면서 한국 거주 기간 2년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취업희망자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중언어코치 양성 교육 수료 후 근로계약 체결이 가능하다고 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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