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화 칼럼] 스토리텔링과 글쓰기의 위대한 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야기'

한경화 편집위원 | 기사입력 2021/09/22 [14:22]

[한경화 칼럼] 스토리텔링과 글쓰기의 위대한 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야기'

한경화 편집위원 | 입력 : 2021/09/22 [14:22]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며칠 전 한 대선 후보가 '집사부일체'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담아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겁게 보았다. 그동안 그의 정치 횡보를 보며 솔직히 좀 비호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 그에 대한 호감도가 바뀌었다. 그가 들려주는 그의 젊은 시절 이야기나 실패담이 진솔하게 느껴졌고,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것도 너무 재미있었다. 그의 털털하고 재미있는 입담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TV를 장악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중 출연자나 진행자들의 '스토리텔링의 힘'으로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이유다. 그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높은 것을 보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자신의 지식과 재능에 이야기를 입혀 그럴듯하게 들려주면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혹하고 감동한다. 명실공히 아이디어를 파는 데에도 이야기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자신의 소소한 일상부터 관심 있는 분야나 특기 등을 소개하는 수많은 영상을 만날 수 있다. 필자는 스토리텔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영상을 선호한다. 마음의 끌림과 보고 난 뒤 감동과 여운이 남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러'는 자신이 전달하려는 내용을 이야기로 만들어 재미있게 전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스토리텔러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분명 현대 문화와 산업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선견지명으로 미국의 기업가이며 애플사(社)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일상생활에서의 독서와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일까? 그는 강연할 때마다 '아이폰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탄생했다'는 말과 함께 인문 독서의 중요성을 상기시켰고, 애플 직원들은 토론에서 시작해 토론으로 일과를 마감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기업인이자 투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가로 평가받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자라나는 학생들이 배워야 할 단 한 가지는 의사소통 기술이며, 그것은 글쓰기다"라는 말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투자하는 사업가가 의사소통 기술로 글쓰기를 강조했다는 사실에 의아했는데, 글쓰기 역시 스토리텔링임을 감안하면 왜 그가 이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된다.

 

스토리텔링과 글쓰기의 공통점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를 포함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작은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 입시를 며칠 앞두고 아이의 합격을 기원해 줄 특별한 이벤트를 찾던 중 마트에서 발견한 '합격 사과'에 얽힌 아오모리현의 기적이라는 사연에서도 스토리텔링의 힘을 발견한 적이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과 생산지인 아오모리현은 수확을 앞둔 어느 날 불어닥친 태풍으로 대부분의 사과가 익기도 전에 땅에 떨어져 한 해의 사과 농사를 망치게 되었다. 주민들은 대부분 절망에 빠졌고, 회복할 수 없어 보이던 그때, 한 농부가 제시한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아오모리현은 반전의 기회를 얻게 된다.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고 남아있던 사과들에 스토리텔링을 입힌 것이다. '풍속 53.9m/s의 강풍에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사과', 이 사과가 합격과 행운을 가져다줄 거라는 내용이었고, 사과에 합격이라는 단어를 새겨 선보였다. 그렇게 '합격 사과'가 탄생했고, 이 사과는 우리나라만큼이나 대학 입시가 치열한 일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과가 출시되자 너도나도 이 사과를 사려고 했고, 사괏값이 10배 이상으로 치솟는 이변이 발생해 아오모리현에 있는 농가들의 손실을 만회할 정도로 큰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만약 아오모리현의 태풍에 의한 낙과 소식과 떨어지지 않은 사과들에 입힌 '스토리텔링'이 없었다면 '합격 사과'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힘'이 작용했기에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었다.

 

'스토리텔링의 힘'의 예는 다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필자가 두 번째 일본 여행을 갔을 때, 도쿄 인근에서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하코네의 오와쿠다니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오와쿠다니의 수증기 폭발로 발생한 누런 유황 연기와 냄새가 진동하는 길을 따라 걷다가 관광객들이 모여 앉아 호호 불어가며 먹던 '쿠로 타마고(검은 달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쿠로 타마고(검은 달걀)는 펄펄 끓는 유황물에 담가 놓아 까맣게 된 달걀이다. 당시 5개에 500엔을 주고 사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좀 비싸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까서 먹어보니 구운 달걀이나 삶은 달걀과 별반 다른 맛은 아니었다. 살짝 실망하던 그때, 가이드가 "'쿠로 타마고를 먹으면 장수를 한다'는 말이 전해진다"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별것 아닌 것들에 재미있는 이야기나 감동적인 이야기가 곁들여지면 독특하고 이색적인 것으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거나 희망을 전해주기도 하며 강력한 믿음을 마음속에 심는다. 그래서 이미 광고계에서는 '이야기'를 입힌 광고 제작을 선호하여 스토리텔링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제는 일상생활 전 영역에서 이야기를 담는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업무가 없다. 그래서 미국의 37시그널의 창업자인 제이슨 프리드가 한 말이 더 와닿는다. 

 

"이왕 인력을 고용할 거라면 최고의 작가를 채용하라. 마케팅, 판매, 디자인, 프로그램, 그 어떤 자리에서도 글쓰는 기술은 빛을 발한다. 명쾌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명료한 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공감 능력, 불필요한 것을 빼는 편집 능력이 뛰어나다."

 

그렇다. 현대는 이야기와 글쓰기가 필요한 시대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자녀를 재미있는 '스토리텔러'나 '글쓰기'를 잘하는 인재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스토리텔링과 글쓰기를 생활 속에서 즐겨 실천해보자. 그리고 뛰어난 스토리텔러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많은 이야기를 접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