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효 사상, 부모님에 대한 경애뿐만 아니라 자기 수양의 의미도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재용 기자)즐거운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은 가장 큰 우리 고유의 명절이다. 추석을 그저 휴일이라고만 생각하기에 앞서 우리의 현재 모습을 성찰하고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가족 기능이 파괴되는 경우가 많다.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이는 반인륜적인 친족살해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 가족은 인간 존재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가족이 파괴되면 인간의 정체성이 심각한 위기를 겪는다. 필자는 어렸을 때 우리 고유의 효 사상을 매우 고루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효 사상에 기반한 혈연적 가족주의는 폐쇄적 가족이기주의를 유발하는 사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싫어했다. 하지만 살면서 경험해 보니 우리의 전통적 효 사상을 그저 고루하다고 비판할 게 아니라고 재인식하게 됐다. 우리 고유의 효 사상에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가치들이 너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휴일에 효 사상을 한번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공자는 "효가 모든 덕행의 기본이며 인간 교화의 근원"이라고 말씀했다. 효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지켜야 할 도덕규범으로 자식으로서 부모를 경애하는 마음으로 행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부모님 편안하게 해드리기, 부모님 말씀 거역하지 않기 등등. 하지만 한국 고유의 효 사상은 단지 부모님을 경애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차원만이 아니다. 효 사상은 사회 공동체의 화목과 인성 윤리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인간성의 상실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 사회에 인간성의 최후의 보루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회 생활하면서 겪어보면 알 수 있지만, 효자치고 인간성이 나쁜 사람이 없고, 인간성이 나쁜 사람치고 효자인 경우는 없다. 따라서 효 사상은 우리 사회의 인성 회복을 위해서도 계승되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특히 우리 역사에서 퇴계 이황(1501~1570)은 효자로도 유명했다. 그래서 현재도 효 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퇴계 이황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퇴계 이황은 1501년 11월 25일에 경상북도 안동군 도산면 온혜도에서 진보이씨 가문의 부친 이식과 모친 박씨 사이에서 8남매의 막내로 출생했다. 퇴계 생후 7개월 만에 부친이 병으로 별세하면서 퇴계의 집안은 어려워졌다고 한다. 특히 어머니가 농사와 양잠으로 8남매의 생계를 꾸려나가게 되면서 많은 고생을 했다. 그래서 퇴계는 어머니에 대한 효를 더욱 중시하게 되었을 것이다. 퇴계는 어렸을 때부터 손윗사람에게 공경하고 주변 이웃에게 단정하고 충직하고 지성을 다했다고 한다.

퇴계는 모든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덕목으로 '경'을 주축으로 하는 수양론을 강조했다. 자기 몸을 공경하는 것과 사람을 공경하는 마음가짐도 효라고 여겼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 효 사상이라는 것이 단지 부모님을 공경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한 가지에 집중해 일체의 잡념을 없애고 몸을 단정하고 엄숙히 하며, 말은 진중하게 하고 심신을 닦아 몸을 소중히 하는 것이 효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즉 우리 고유의 효 사상은 곧 자기 수양론이다.

또한 공자 사상의 핵심인 인(仁)은 인간다움, 사람을 편견 없이 사랑하는 마음, 자신의 욕망을 누르고 예로 돌아가게 하는 마음 등의 의미를 지녔다. 이처럼 인은 인간의 근원적인 도덕 정감에 해당하고 이를 가정에서 실천하는 것이 효 사상이다.

퇴계는 효를 실천하는 방법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과거에는 예식을 강조하다 보니까 허례허식으로 빠진 감이 있었다. 지금은 현대 사회에 맞게 방법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부모님 앞에서 행동을 삼가고, 부모님을 기쁨으로 맞이하고, 부모님이 병환이 났을 때는 나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치료하고, 돌아가실 때는 엄숙히 제사 지내며 부모님의 뜻을 잘 이어가며 사는 것이다.

퇴계는 일상의 효를 중시했다. 다음은 그의 효 사상이 잘 나타나 있는 자작 시 한 편이다.

영지산 끊어진 기슭 곁에 새집 지었더니

그 모습 달팽이 간차 몸 겨우 감출 수 있네

북쪽으로는 낭떠러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남쪽으로 안개와 노을 휘감아 운치 넘쳐나네

아침저녁 어머님께 문안드리기 가까우니 좋을 뿐

어찌 방향에 따라 춥고 더움을 가리랴?

달 바라보고 산 쳐다보는 꿈 이루었으니

이밖에 어찌 좋고 나쁨을 저울질하랴?

퇴계는 30살에 권씨를 둘째 부인으로 맞고 그다음 해에 양곡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다. 새집은 겨우 몸이 들어갈 정도로 좁은 집이었지만, 어머니 거처와 가까워 문안드리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퇴계는 일상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살펴 항상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며, 어머니 앞에서 안색을 부드럽게 하고 잠자리를 보살피고 정성껏 보살피는 것이 일상의 효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퇴계의 효 사상은 '주자가례'를 기본으로 해 인본주의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 예의 기본적 원칙을 벗어나지 않으며 사회의 관습 또한 경시하지 않는 바른 효의 실천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퇴계는 일상의 효로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를 실천했다.

효는 부모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부양하는 것이다. 내게 생명을 주신 부모를 공경하고 부양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감을 지니고 있다. 이는 낳아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근원적으로 지니는 보은의 마음이며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다.

효는 부모님에 대한 도리 차원뿐만이 아니다. 이기심과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가족의 해체를 막고 노약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강화해서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복지기능도 한다. 또한 과도한 업무에 지치고, 쾌락주의로 인해 과도한 외적, 성적 쾌락을 추구하면서 피폐해지는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수양의 기능도 있다. 이제 효를 과거의 고루한 사상이라고만 여기지 말고 효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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