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취미, '라탄 공예'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 라탄 공예(사진=라탄 공방 느루) © 팝콘뉴스


여름에는 시원해 보여서 좋았다. 날이 덥지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한 휴양지에서 볼 법한 소품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바람이 시원하게 통해 무엇을 넣어두어도 답답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가을이 되자 라탄 소품은 안락한 느낌을 주기 시작한다. 단단하게 엮인 나뭇가지들은 이 공간이 더없이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임을 드러내 주었다. 게다가 이 예쁜 소품을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다니. 나뭇가지를 단단히 엮어 쌓아 올리는 동안 나의 고양감도 점차 쌓여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두 잊고 편안하길, 라탄이 말한다


라탄을 엮는 과정이 손에 익을수록, 힘들었던 일 역시 머릿속에서, 손끝에서 하나하나 정돈되는 기분이다. 모두 잊고 편안하길. 라탄이 나에게 말하는 것만 같다. 라탄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라탄을 만지고, 엮는 감각 자체가 나에게 위로가 된다. 너무 뻣뻣해서 부러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너무 탄력이 좋아 내 손을 때리지 않을 만큼 믿을만한 나뭇가지인 라탄은 딱 내 손에서 구부리기 좋을 정도로만 휘어지고, 다시 제자리에 돌아온다.

게다가 1시간 안에 작은 티 코스터 하나를 만들 수 있고, 3시간이면 꽤 큰 바구니를 만들 수 있으니 시간 대비 만족도 역시 크다. 라탄 공예를 하다 보면, 라탄을 엮는 데에 집중해서 반복적인 작업을 하기 때문에 잡생각이 사라진다. 요즘 같은 코로나19 시대, 어차피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집 안에서 '쓸모있는' 일에 집중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사시사철 인테리어 소품, 패션 소품으로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으니 쓰임새도 꽤 좋은 편이다. 실제로 친환경 바람을 타고 라탄 공예품의 인기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여름 내내 길거리에서 라탄 가방이나 라탄 모자를 쓰고 다니는 이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고, 잘 꾸며놨다는 집에는 라탄 소품이 무심한 듯 놓여있기 일쑤였다. 특히 화분 커버로 라탄 바구니를 쓴 경우에는 푸릇푸릇한 식물을 눈에 띄게 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어 집 꾸미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라탄 바구니가 핫한 아이템으로 떠오르기도 했었다.

▲ 라탄으로 만든 다양한 소품들(사진=라탄 공방 느루) © 팝콘뉴스


라탄으로 완성되는 쓸모 있는 소품


라탄 공예는 눈으로 보이듯 주재료인 라탄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라탄을 담가놓을 수 있는 양동이와 물, 라탄을 자를 가위 정도면 어떤 라탄 작품도 만들 수 있다. 정확한 사이즈를 재야 한다면 줄자도 필요하지만, 라탄 소재는 어디든 딱 맞게 들어가는 것보다는 조금은 넉넉히 들어가는 것이 예쁜 만큼 그냥 손으로 대강 재서 소품을 만들어도 상관없다. 촘촘히 엮어 그 간격을 조정해야겠다면 송곳도 필요하겠지만, 손톱으로도 할 수 있으니 이것 역시 필수재료에 속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재료 준비가 끝났다면, 이제 라탄 공예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자. 라탄 심을 구매하면 라탄 심이 묶음으로 온다. 이를 물이 담긴 양동이에 통째로 넣는다.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면 라탄이 물을 먹는다. 딱딱했던 라탄이 어느새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탄력이 생겼다면, 엮기 좋은 상태가 되었다는 의미다. 그다음으로는 얼마나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서 각 단계에서 쓸 개수만큼 라탄을 나눠둔다.

라탄 공예가 낯선 이들은 티 코스터 등 작은 소품부터 도전하는 것이 좋으며, 만약 능숙하지는 않아도 큰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라탄 바닥판을 구매해 라탄을 엮어 높이를 만들어주는 것에 집중하자. 라탄 공방 느루 진정희 대표는 처음 라탄 바닥판을 만들며 좌절하는 초보자들이 많다고 전한다.

"처음에는 유튜브 같은 영상을 보고 따라 하시다가 예쁘게 모양이 안 잡히니까 공방에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여러 번 라탄 작품을 만들어봐야 노하우가 생기거든요. 어느 정도 힘을 줘야 바닥을 어떤 모양이 잡히는지 아는데, 그게 초보자들에게는 쉽지 않아요."

라탄은 엮는 방법에 따라 기본적인 모양으로 단순하게 엮어 올라갈 수도, 모양을 내며 높이를 만들 수도 있으니 디자인 감각을 펼쳐봐도 좋다.

이렇게 만든 라탄 제품은 내구성도 좋고, 통풍도 잘 되기 때문에 안에 무언가를 담아놓기에 쓸모가 좋다. 다만 유일한 단점은 습기에 약하다는 점. 만약 물에 닿았는데 충분히 말려주지 않으면 곰팡이가 피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소품을 만든 뒤에는 반드시 햇빛이 있는 곳이나 바람이 부는 곳에 잘 말려야 한다. 또한, 장마가 지속될 때는 라탄 제품을 더 주의 깊게 봐주어야 한다. 만약 곰팡이가 생겼다면, 흐르는 물에 그 부분을 살살 솔질해가며 씻은 뒤에 사용하면 된다.

▲ 라탄 공예 수업 모습 (사진=라탄 공방 느루) © 팝콘뉴스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취미


라탄 공예라는 취미는 소외계층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취미 중 하나이다. 특히 라탄 공예는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유행도 타지 않으니 한 번 익힌 손기술만 있다면 오랫동안 행복하다.

"어르신분들도 사실 약간 아이 같으시거든요. 칭찬해 주시면 너무 좋아하세요. 그래서 매번 라탄 수업을 기다리신대요. 내가 오늘은 뭘 만들 수 있을까가 궁금해하시면서요. 지체장애인분들 역시 라탄 공예를 하시면서 속마음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자신이 상처받았던 과거에 대해서도 쉽게 이야기를 해주세요. 다 만들어진 작품을 보면서 스스로 뿌듯해하기도 하시고요. 부모님들 역시도 이런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에 기뻐하시면서 칭찬해 주십니다."

이렇다 보니 라탄을 배울수록 더 일찍 배울 걸 그랬다며 후회하는 어르신도 계시고, 지금이라도 이렇게 배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장애인도 많다. 진정희 대표는 아직도 한 어르신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내 시간이 예뻐지는 것 같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저도 단순히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을 예쁘게 만들어주고 있구나 싶어서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진정희 대표 역시 자신이 편안해지고 싶은 마음에 라탄을 엮었기에 많은 이들이 라탄 공예를 통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라탄, 그 소품을 만드는 시간 역시도 우리에게 휴식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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