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학개론] 단언컨대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취미

열아홉 번째 취미, '커피 핸드드립'

강나은 기자 | 기사입력 2021/09/09 [16:48]

[취미학개론] 단언컨대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취미

열아홉 번째 취미, '커피 핸드드립'

강나은 기자 | 입력 : 2021/09/09 [16:48]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 직접 내린 핸드드립 커피 (사진=풀잎문화센터 울산대지부)  © 팝콘뉴스


어떤 가을날, 여유로운 오후를 느끼고 싶을 때, 커피만큼 가을과 어울리는 것이 있을까? 따뜻하고, 고소하면서도 향기로운 커피는 가을날의 풍요로움과 여유는 물론 쓸쓸함과도 닮아 있다. 이번 가을은 내가 직접 내린 핸드드립 커피와 함께 더 진하게 느껴보자.

 


값비싼 카페 커피음료 대신 나만의 홈 카페에서 마시는 드립 커피


 

요즘에는 풍경이 좋은 곳, 교통이 좋은 곳 등 어디나 카페가 즐비하긴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자주 외부 출입이 어려운 요즘, 그런 카페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커피 한 잔을 곁들인 조용한 나만의 시간은 웬만한 카페에서는 불가능해진 지 오래다.

 

그렇다면 요즘 유행이라는 홈 카페를 집 안에 차려보자. 거창한 커피머신도, 특별한 기술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스테인리스로 된 주전자인 드립 포트, 커피 액이 담기는 도구인 서버, 커피 가루가 담겨서 추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드리퍼까지 세 가지만 있어도 핸드드립 커피는 언제든 가능하다. 만약 좋아하는 원두가 있다면, 핸드드립용으로 분쇄해 사 와도 좋고, 그마저 직접 하고 싶다면 원두를 갈아줄 그라인더까지 갖춰두면 된다. 여기에 소모품으로 사용되는 종이필터까지 더해보자.

 

이제 홈 카페의 기본은 모두 갖췄다. 그다음으로는 핸드드립에 직접 도전해볼 차례다. 드리퍼 안에 종이필터를 깐 뒤, 설탕 입자 정도의 크기로 분쇄된 커피 가루를 붓는다. 커피를 내릴 물은 80도 중반 온도로 맞춘다. 그 뒤에는 '뜸 들이기'라고 부르는 과정이 필요하다. 커피를 내리기 전 커피 가루에서 커피가 잘 우러나도록 물을 살짝 끼얹어주는 작업이다. 이후에는 세 번에 나눠서 원하는 양의 커피를 추출한다.

 

▲ 원두를 가는 그라인더 (사진=풀잎문화센터 울산대지부)  © 팝콘뉴스


더 맛있는 커피, 내가 원하는 커피를 향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비결은 물을 가늘고, 일정하게 커피 가루 위로 붓는 것에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할지 몰라 물을 때려 붓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렇게 물을 많이 부으면 많은 커피 가루를 사용하더라도 싱거운 커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물을 세게 부었다가 가늘게 부었을 때는 들쭉날쭉하게 커피가 추출되면서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커피 가루가 아닌 종이필터에 스며드는 물이 많다면, 이 역시 커피가 싱거워지는 이유가 된다. 이렇듯 작은 실수가 반복되면, 커피 특유의 고소함이 약하고, 끝맛에서 떫은맛이 올라올 경우도 있으니 주의할 것. 그래서 핸드드립 커피는 물을 가늘고, 일정하게 붓기 위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이렇게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즐길 때에는 내가 원하는 원두를 골라 마실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좋아하던 카페에서 사 온 원두 일부와 예전부터 좋아했던 원두를 섞어서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좋아하는 원두를 고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지역의 원두를 좋아하는지, 커피를 볶는 정도는 어느 정도를 좋아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역마다 신맛과 쓴맛은 물론 향도 모두 다르며 로스팅에 따라서도 그 맛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카페인에 취약한 이들 역시도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약하게 내려서 마실 수 있고,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그것도 가능하다. 추출할 때 물의 양을 조절하거나 원두를 내린 후에 물을 더 타서 연하게 마시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개인 취향에 따라, 핸드드립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원두를 내려도 모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 핸드드립 커피 수업 모습(사진=풀잎문화센터 울산대지부)  © 팝콘뉴스

 


짧은 시간 집중력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취미


 

핸드드립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5분 내외이다. 소요 시간이 워낙 짧다 보니 평소 집중을 잘 못 하거나 산만하다고 해도 이 시간만큼은 집중하기 좋다. 또한, 물줄기를 조절해서 천천히 해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절로 집중력이 높아진다.

 

더 좋은 점은 조금 서투를지라도 커피가 내려진다는 점이다. 잘못했다고 해서 냉정하게 그 결과물이 나타나는 다른 취미와 비교하자면, 핸드드립은 포용성이 있는 편이다. 또한, 이번에는 잘 안 내려졌다가도 다음에는 잘 내려질 수 있는 것이 핸드드립의 묘미이다.

 

커피가 대중화된 만큼, 커피 핸드드립을 통해 가족과 친구, 연인 간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풀잎문화센터 울산대지부 김윤미 실장이 핸드드립을 가르치며 수강생이 가장 많이 전해준 후기도 바로 이것이었다. 한 노인복지관에서 강의했을 때의 일이다. 80대 할머니 한 분이 "내가 커피 취미를 가져보고 싶은데, 혹시 여기 있는 젊은 70대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래도 욕심을 부려서 이렇게 왔다"며 첫 수업 전에 모든 수강생에게 떡을 나눠줬다.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 카페에 가곤 하는데, 커피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서 궁금증이 생겼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할머니는 핸드드립 강의 내내 열정적으로 참여하셨어요. 또 수업이 진행되면서 자식들과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되어 기쁘다는 후기를 전해주셨죠. 이제는 카페에 가면 '여기 커피 맛있다', '이러저러한 맛이 나네'라고 자신 있게 말씀하실 수 있다고요."

 

커피라는 매개체로 가족과 더 깊은 마음을 만든 예는 또 있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커피를 굉장히 좋아하는 딸과의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 핸드드립을 배우기 시작한 뒤, 다정한 아버지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기도 하고, 혼자서 자신의 여유시간을 즐길 때도 더없이 좋은 핸드드립 커피, 이제 내 손끝에서 내려지는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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