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반려동물센터, 4월부터 동물관리사 등 자격 갖춘 시민과 함께해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만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짝꿍)'라 고백하기도 합니다. 가족과 친구. 이 두 단어에는 아무래도 '사랑'과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 하나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 다른 생명을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짝 히어로]는 이처럼 사람과 동물 간의 특별한 사연들로 채워 나갑니다. 동물 관련 유의미한 일을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들도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기록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과 동물의 '온전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 고양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강아지.(사진=고양시 동물보호센터 홈페이지 입양홍보 글 갈무리) © 팝콘뉴스


경기도 고양시가 '고양 희망-내일 공공일자리 사업'을 통해 모집한 주민 두 명과 함께 더욱 섬세하고 깊이 있는 유기 동물 돌봄 및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14년 개소한 고양시 동물보호센터는 지난해 7월 완전 개방 및 시민 주도 운영체계를 선언했다. 종전까지는 시민의 자율출입이 쉽지 않아 일부 동물애호가 및 단체들로부터 '폐쇄적 운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고양시는 아예 동물보호센터 2층에 시민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뒷마당에는 동물들의 산책이 가능한 놀이터를 조성하는 등 시원하게 대문을 열어젖혔다. 특히 산책로에는 원추리, 비비추, 장미, 선인장, 돌단풍, 철쭉, 맥문동, 코스모스, 유채꽃, 옥잠화 등의 식물을 심어 동물들의 정서까지 고려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자원봉사 등이 일시 중단된 상황이다.)

고양시 동물보호센터(이하 센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4월부터 동물관리사 및 애견훈련사와 같은 전문자격을 가진 주민 2인을 공공일자리 사업으로 구인해 입소해 있는 동물들의 기본적이 돌봄 활동은 물론 온라인 입양 홍보 등과 같은 일들을 분담하고 있다. 현재 고양시 동물보호센터 내에는 고양시청 농산유통과 동물보호팀 소속 직원 4인이 상주해 있다. 이 중 3인은 수의사다.

관련 자격증을 가진 주민들의 참여로 센터는 달이 더해질수록 활기를 띠고 있다. 공공근로사업 참여자(이하 공공근로자)들은 동물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높은 사람들. 당연히 센터 동물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하는 태도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온라인을 통해 홍보하는 방식도 종전과 분위기부터 확 달라졌다. 공공근로자 충원 후 입양 홍보 창구는 기존 다음카페 하나에서 네이버 블로그를 비롯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로까지 확대됐다. 아이들의 가장 사랑스럽고 귀여운 순간을 사진으로 찍고 이를 손봐 입양에 필요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공공근로자들의 몫이다.

고양시 농산유통과 동물보호팀 관계자는 "컴퓨터만 잘해서는 이 일을 할 수 없다"며 "이름, 나이, 성별만 적고 마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성격은 어떻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쩌다 센터에 들어오게 됐는지 그런 것들을 자세히 스토리텔링 하신다. 이런 일은 동물과 깊은 교감 없이는 불가하다. 이미 상처를 입고 센터에 들어온 아이들이다 보니 아무에게나 곁을 내주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고 그만큼 마음과 정성이 있어야 한다. 이분들은 그런 중요한 일을 하시는 거다"고 말했다.

▲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보다 동물과 교감하는 것이 입양을 위해 더 필요한 일이라는 고양시 동물보호센터.(사진=고양시 동물보호센터 홈페이지 입양홍보 글 갈무리) © 팝콘뉴스


공공일자리에 새바람...반려동물 관련 직종 전문성 더해질 듯


사실 동물관리사나 동물장례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가졌더라도 사업체를 차리지 않는 한 관련업종에서 일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고양시 동물보호센터와 같이 지자체가 직영하는 센터에서 동물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주민을 공공근로사업 형태로 채용한 일은 전국 지자체에 본보기가 될 만한 사례다.

고양시가 공공일자리 부문에 동물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주민을 불러들임으로써 앞으로 동물산업 관련 직종에는 전문성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양시에서도 지난 8월 보도자료를 통해 "반려동물 관련 전문인력들이 공공일자리 사업 참여 경력을 바탕으로 민간 일자리에도 취업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양시는 센터 운영의 투명성과 발전 등을 위해 운영위원회도 갖추고 있다. 지난 3월에는 2021년 제1차 고양시 동물보호센터 운영위원회가 개최됐다. 이날 회의 중에는 센터 현황 등에 대한 보고를 비롯해 사업계획 및 예산 등의 안건을 두고 논의가 이뤄졌다. 그중에는 길고양이 TNR(중성화) 지침, 철거지역 집중 TNR, 입양자 쏠림에 대한 선정기준 등이 논의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마당 개 중성화는 신규사업으로, 100마리를 우선해 시범사업을 시행하자는 데에도 의견이 모였다.

고양시는 또 지난해 6월부터 반려동물 분야 뉴딜일자리 창출을 위한 '반려동물 문화교실-전문 교육과정'을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교육은 '반려견 전문 훈련교실'과 '멍냥이를 부탁해' 등 2개 과정으로 나뉘어 운영됐다. 이는 시민들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반려동물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해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하는 사업이다.

당시 고양시 관계자는 "고양시는 기초단체 중 전국 최대 규모의 반려 인구와 반려동물 사업체를 보유하고 있다"며 "반려동물 연관 일자리 발굴에 매우 유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2021년부터 반려동물 창업 스타트업 지원, 반려동물 매개 치료사 양성, 시니어와 여성을 위한 펫시터 양성 등 반려동물 전문 일자리 교육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고양시에서 반려동물 관련 자격을 가진 주민을 관련 공공사업에 투입하거나 반려동물 관련 교육 및 일자리 연계 사업을 벌이는 데 대해 많은 반려인은 환영하고 있다.

▲ 유기 동물 사진을 찍는 최경선 씨의 사진 © 팝콘뉴스


반려인 P씨(43)는 "사실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래도 고양시에서 시민들에게 센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이지 않나 싶다"며 "그동안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들도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동물들 학대하고 사망하게 해 민간단체들이 투입된 일이 많다. 청주시에서 냉동실에 살아있는 개를 넣어 얼어 죽게 만든 일은 아직도 생각만 해도 어지러울 지경이다. 고양시의 공공일자리 사업처럼 어느 정도 전문성과 동물에 대한 애정이 확인되는 사람들이 보호소에 들어간다면 그나마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길고양이 등 유기 동물 사진을 주로 찍는 최경선(46) 씨는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진즉에 고양시와 같이 지자체에서 직영 및 개방식으로 동물보호센터를 운영했어야 한다"며 "동물을 돈으로 보고 시설을 운영하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 때문에 마음을 다해 돈과 시간 써가며 사설 보호소 운영하시는 분들이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후원 없이는 자립하기 어려운 사설 보호소 같은 경우 당사자도 후원자들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심정일 때가 많은 것으로 안다"라며 "이번에 고양시 동물보호센터의 공공근로사업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들이 그런 곳에 취업해 어느 정도 생활의 안정도 찾고 인정받으면서 일하실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잠시 해봤다"고 밝혔다.

* 독자 여러분 주변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주저 말고 아래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동물의 개인기나 생김 등에 대해서는 제보받지 않습니다. 박윤미 기자 yoom1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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