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화 칼럼] 카페에서 읽고 쓰는 가족문화 만들기

자녀는 부모가 제공하는 환경과 경험에 영향받으며 성장한다

한경화 편집위원 | 기사입력 2021/09/08 [11:27]

[한경화 칼럼] 카페에서 읽고 쓰는 가족문화 만들기

자녀는 부모가 제공하는 환경과 경험에 영향받으며 성장한다

한경화 편집위원 | 입력 : 2021/09/08 [11:27]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내 아이가 평생 지닐 수 있는 가장 좋은 습관을 꼽으라고 질문한다면 세상의 부모들은 어떤 대답을 할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말하고 싶다. 독서와 글쓰기는 '남다른 뇌를 만드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읽고 쓰면 뇌가 달라진다'는 말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머리는 타고난다'고 하지만 부모와 아이의 읽고 쓰는 노력으로 신의 영역으로 간주하던 뇌의 변화를 얼마든지 훌륭하게 끌어낼 수 있다.

 

자녀교육 과정에서 부모님들은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함께 공부도 하고 책도 읽기를 원한다. 하지만 도서관이 보유한 좋은 프로그램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도서관 가기를 꺼리는 부모님이나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나와 내 아이의 성향과 특성을 먼저 살펴보고, 도서관이 싫다면 카페를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대학 선배 부부와 저녁 식사 후 카페에 갔다. 독서광인 선배가 안내한 곳은 입구부터 화분에 각종 식물을 잘 가꾸어 미니 화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단아하고 예쁜 카페였다. 실내로 들어서자 진한 커피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며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자리를 잡기 위해 카페 곳곳을 둘러보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꽂이와 책에 시선이 머물렀다.

 

나도 북카페를 좋아하는 터라 책꽂이 앞 테이블에 앉았다. 차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60대쯤 된,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들어왔다. 다른 손님들도 들고 나는데 유독 그들이 내 눈에 들어온 까닭은 각자 손에 한 권의 책을 들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자리에 앉은 그들은 한 시간이 넘도록 책을 읽었다. 차를 마실 때 간간이 눈을 들어 서로에게 눈빛과 고개 끄덕임을 교환하는 것 외에는 거의 대화 없이 오롯이 독서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우리가 대학 시절 중간고사 기간에 일어난 해프닝과 논문발표 등의 추억 소환 대화를 나누는 동안 다른 테이블에서는 노트북으로 누군가 열심히 글을 썼고, 또 다른 테이블들에서는 누군가 태블릿이나 패드, 휴대폰을 보며 열심히 공부했다. 이제 카페는 도서관과 같은 기능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혼자서든 여럿이든 책을 읽고, 공부하고, 토론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다.

 

카페에서의 '식후 커피 한 잔'은 대한민국에서 이미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를 잡았다. 계절, 연령, 계층을 막론하고 각종 모임 장소로, 대학생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여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공부와 탐색을 하기 위해 찾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낮에 카페에 들르면 종종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들도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은 아이들에게 케이크나 우유 등을 시켜주고 먹도록 한 후, 엄마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아이들의 일탈이나 안전 등을 살핀다. 간혹 아이와 그림책을 함께 보거나 읽어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은 시간과 상관없이 볼 수 있다.

 

가족이 카페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흔한 일상이 되었다. 예전에는 집에서 밥을 먹고 과일이나 커피를 즐겼지만, 외식문화가 발달하면서 밖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 들러 맛있는 빵이나 케이크와 함께 부모는 커피를 마시고 자녀는 우유나 차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각자 핸드폰을 보거나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엄마 아빠와 함께 카페에 온 아이들이 케이크를 먹고 차를 마시는 단순한 여가나 놀이 시간을 넘어 부모님과 함께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고, 대화를 나누며 간접 경험을 확장하는 기회의 장으로 만들고 이를 자녀교육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나의 경험으로 집에서는 텔레비전이나 게임 등의 방해 요소가 있어 아무래도 책 읽기와 글쓰기가 쉽지 않다. 분위기도 환기할 겸 카페로 장소를 바꿔 잠시나마 방해 요소들에서 벗어나 자녀와 함께 책 읽기나 글쓰기,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수고스럽겠지만 책을 갖고 가거나, 패드나 노트북을 활용해 전자책을 읽어도 좋겠다.

 

자녀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라고, 부모가 제공하는 환경과 경험에 영향받으며 성장한다. 부모가 먼저 하루 중 일정 시간을 핸드폰 대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좋은 생각을 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녀는 저절로 그 모습을 따라 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라면서 같은 경험을 한 아이들은 역시 자기 자녀에게 똑같은 모습과 경험을 갖게 할 것이다.

 

1년에 천 권의 책을 구매하고, 선물 받은 500권의 책을 1년에 모두 읽는다는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란 시를 읽으며, 수많은 인고의 시간과 자극을 받으며 대추 한 알이 영글 듯이 자녀와 함께하는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야말로 내 아이의 뇌를 훌륭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시 '대추 한 알'을 선물한다.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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