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장사법' 연고자 '친족'으로 한정... 확대한 '장사업무 안내' 법적 구속력 없어 지자체별 차이 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매년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해 '무연고자'로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혈연 중심의 무연고자 장례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총 2947명으로, 이중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는 약 29%에 그친다. 나머지 약 70%는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 혹은 기피한 경우다.

2019년의 경우에도 전체 무연고 사망자(2656명) 중 연고자의 시신 인수 거부로 무연고 시신으로 파악된 사례는 전체 약 69%로 집계됐다.

7일 기준하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원은 보고서 '무연고 사망자 장례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통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 ▲'연고자' 개념을 혈연 중심으로 규정하고 ▲장례 절차를 최소화해 공동체의 애도 기회를 제한하는 등 문제점이 발견된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현행 장사법은 연고자를 배우자, 자녀, 부모,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의 순서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친족'이 아닌 사실혼 관계, 지속적 간병을 제공한 경우, 동거인 등은 시신 인수가 어렵다.

지난 2019년 복지부가 동거인 및 친구가 장례식을 치를 수 있게끔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장사법 개정이 아니라 '2020 장사업무 안내'에서 개선을 '권고'하는 데 그치면서, 현장의 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기준하 연구원은 "'장사업무안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규정으로 한계가 존재한다"며 "장사업무를 담당하는 기초자치단체의 재량에 따라, 또는 담당자의 오해로 (동거인 등이) 연고자나 장례주관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또한, 장사법이 무연고 시신에 대해 매장이나 화장 등 '처리' 방법은 정하고 있지만, 별도의 장례 절차는 정하지 않아 시신이 소속된 공동체에 충분한 애도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다.

현재 서울특별시, 경기도, 대전광역시, 공주시 등이 자체 '무연고자 공영장례 지원 조례' 등을 가지고 있고, 최근 경남도 등이 지원조례를 논의하고 있으나 여전히 조례를 마련한 기초자치단체는 절반에 그친다.

기 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제정 현황 및 실정이 다르다 보니, 단체장의 의지나 담당자의 상황에 따라 지원이 달라질 수 있고, 업무에 대해 문의하거나 상담할 수 있는 창구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고독사' 등 무연고 사망자에 관한 고민에 나섰던 일본의 경우 '묘지법' 및 '행려인취급법'을 통해 무연고 사망자의 매장을 시·정·촌장이 담당하도록 정하는 동시에, 민법, 생활보호법 등으로 지인, 장례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연고자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선, '민법'에서 고인 본인이 상주를 별도로 지정한 경우, 장례, 화장, 납골 등 장례 절차에 대한 권리를 승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생활보호법을 통해고인이 장례를 치를 부양 의무자가 없고 고인의 유류품으로 장례비용 충당이 어려운 경우, 누구든 고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나선다면 그에게 '장례 부조'를 지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부조는 검안, 시체 운반, 납골 등의 비용을 포함한다.

기 연구원은 "혈연이나 가족관계가 아니더라도 애도하고 싶은 사람이 연고자가 돼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및 국민인식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인식에서도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장례에 있어 사망자의 의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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