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 오랜 단골이 서운하지 않도록, 요즘 세대가 지루하지 않도록

뉴트로 느낌 제대로 나는 빵집, '뉴욕제과'

강나은 기자 | 기사입력 2021/09/07 [15:25]

[백년가게] 오랜 단골이 서운하지 않도록, 요즘 세대가 지루하지 않도록

뉴트로 느낌 제대로 나는 빵집, '뉴욕제과'

강나은 기자 | 입력 : 2021/09/07 [15:25]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 백년가게: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평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

 

가까운 곳, 어쩌면 허름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왔고, 어쩌면 100년 넘게 이어질 우리 이웃은 가게를 운영하며 어떤 사연을 쌓아 왔을까요. 힘든 시기에 몸도 마음도 지친 소상공인은 물론, 마음 따뜻한 사연 있는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 뉴욕제과 이규창 1대 대표(사진=뉴욕제과)  © 팝콘뉴스


레트로가 복고뿐이라면, 뉴트로는 복고풍에 새로움을 더한 유행이다. 뉴욕제과는 레트로가 아닌 뉴트로에 가깝다. 오래된 역사를 지닌 과거의 빵집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지금 시대에 맞는 맛과 재료를 사용해 요즘 빵을 만들어냈다. 뉴욕제과는 오랜 단골이 서운하지 않도록, 요즘 세대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그 균형을 잘 잡고 있었다.

 


오랜 역사에 뉴트로 감성을 더한 빵집


 

요즘 최근 생겨나고 있는 트렌디한 빵집을 살펴보면, 언뜻 규모가 크지 않은 동네 빵집처럼 보인다. 내부 역시 화려하거나 모던한 대신, 목재를 사용해 정갈하게 꾸며놓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유행의 최전선에 서 있는 빵 종류를 자랑한다.

 

뉴욕제과는 1984년에 태어났으나 트렌디한 빵집을 닮아있다. 오래된 스타일의 간판에 깔끔하면서도 포근하게 꾸며진 실내 인테리어, 그리고 국산 밀과 쌀을 활용해 직접 반죽하고, 발효하는 빵까지. 그래서인지 과거부터 최근까지 속초에서 가장 사랑받는 빵집 중 하나로 남아있다.

 

뉴욕제과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서 오랜 제과제빵 경력을 자랑하던 이규창 대표는 속초 설악파크 호텔 제과부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그때 시작된 속초와의 인연은 이규창 대표가 자신의 빵집을 열 때까지 지속되었고, 1984년 뉴욕제과가 세워진다.

 

"아무래도 처음 오픈했을 때는 저희가 외지에서 왔으니 조금 힘들긴 하셨다고 들었어요. 지인도 없는 곳에서 가게를 열었으니까요. 그래도 조금씩 단골이 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를 잡을 수 있었죠."

 

2대 이익표 대표는 그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단골손님이 계속해서 뉴욕제과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우선 첫 번째로 뉴욕제과의 빵은 담백하고, 덜 달며 빵을 먹고 나면 느껴지는 더부룩함도 훨씬 덜하다. 뉴욕제과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빵 중 다른 곳에서 반가공 형태로 받아 굽는 빵은 단 하나도 없다. 모두 직접 반죽하고, 직접 발효하며 직접 빵 안에 들어가는 소를 만들어 굽는다. 그러니 손님 역시도 신선한 재료가 듬뿍 들어간 신선한 빵을 매일 맛볼 수 있다.

 

이렇게 맛에 대한 자부심은 강하지만, 가격은 동네 빵집과 다르지 않다. 이것저것 탐스러운 빵을 담으면 금세 만 원 단위가 훌쩍 넘는 다른 빵집과 달리, 뉴욕제과에서는 여러 개의 빵을 담아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착한 가격을 자랑한다. 1대 이규창 대표의 마인드 덕분이다.

 

"아버지께서 항상 '재료 아끼지 말고, 되도록 저렴하게 팔라'고 늘 말씀하세요. 동네 분들이 오시는데, 맛있으면서도 배불리 드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요."

 

▲ (사진=뉴욕제과)  © 팝콘뉴스


오래된 단골을 사로잡는 빵, 요즘 세대의 입맛을 저격한 빵


 

뉴욕제과에 있는 빵은 종류별로 오래된 단골과 요즘 세대의 입맛을 모두 자극한다. 물론 꼭 나이에 따라 좋아하는 빵이 정해진 바는 없지만, 이름만 들어도 추억이 떠오르는 빵과 새롭고, 건강한 이미지를 더한 빵이 모두 진열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우선 옛날부터 꾸준하게 인기 있던 빵 라인에는 크림빵, 소보로빵, 앙금빵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제과점 햄버거와 달걀이 들어간 샌드위치, 투박하면서도 많은 양을 자랑하는 큰 덩어리 빵도 많다. 케이크 쇼케이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정감 가는 그때 그 시절의 케이크 모양대로 만든 케이크는 추억의 달콤함을 가득 품고 있다. 이런 빵의 특징은 단순하면서도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푸근한 맛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모든 빵집에서 판매하던 빵인 만큼 탄탄한 기본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하고, 기본적으로 빵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만들어야 그 맛이 난다. 오래된 빵집에 기대하는 맛은 예전에 먹었던 추억의 빵 중 최고의 맛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욕제과의 빵은 그런 기대를 안고 간다고 해도 실패하지 않을 맛을 자랑한다.

 

반대로 뉴욕제과에서는 지역적인 특색과 건강함 모두를 잡은 신제품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우리 밀과 우리 쌀을 사용하여 대부분 빵을 굽는데, 요즘 특히 많은 이들에게 인기 있는 빵은 쌀을 이용한 쌀앙금빵, 쌀머핀, 오징어쌀빵 등이다. 글루텐 프리가 주목받는 요즘, 쌀로 만든 빵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오징어쌀빵은 속초의 오징어와 강원도산 시래기 등 지역 내 대표적인 식재료를 사용해 신선함을 담았다. 보통 오징어가 들어간 빵을 떠올리면, 오징어 먹물만을 사용해 반죽한 빵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오징어쌀빵은 오징어먹물을 넣어 그 색을 낸 것은 물론이고, 안에 들어가는 소에도 속초 오징어가 들어가 오징어 특유의 식감을 더했다.

 

"처음에 오신 손님들은 오징어 먹물만 들어가는 줄 아셨다가 안에 진짜 오징어가 씹히니까 특이하다고 생각하시면서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 달콤한 빵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오징어쌀빵은 더 만족스럽다. 식사 대용으로 이 빵을 찾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든든함을 자랑하기도 한다. 게다가 치즈의 고소함까지 있어 남녀노소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 빵은 2018년 전국 제과제빵경진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면서 그 맛을 공식적으로도 인정받으며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 (사진=뉴욕제과)  © 팝콘뉴스

 


추억의 맛을 다시 찾는 이들의 이야기


 

오랫동안 가게가 열려있는 덕분에 추억에 이끌려 뉴욕제과를 자주 찾는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어릴 때 속초에서 자라 외지에 나갔다가 다시 뉴욕제과를 찾아온 고객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떠올렸던 추억의 맛은 지금의 뉴욕제과에는 없는 아몬드가루가 듬뿍 들어간 고소한 빵이었다. 뉴욕제과에서는 흔쾌히 단골 한 명을 위해 그 빵 하나를 만들어 전달했다. 단골손님은 앞으로도 서울에서 이 빵을 먹고 싶다며 혹시 택배로 보내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고, 뉴욕제과에서도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오래된 단골을 위해 다른 어느 빵집에서도 맛볼 수 없는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뉴욕제과 역시 기분 좋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씩 꼭 고구마 케이크 1호를 사 가는 단골도 있다. 그날은 아들의 기일이다. 사고로 일찍 떠난 아들을 위해 생전 그렇게 좋아하던 고구마 케이크를 사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은 매년 같은 날 이어지고 있다.

 

사실 빵집을 운영한다는 것이 요즘만큼 힘든 시기가 없었다. 프랜차이즈 빵집과 개인 빵집이 너무 많아진 것도 힘들었지만, 이는 빵의 품질로 경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계란이며 식용유 등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 재료를 마음껏 쓰기 두려워진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도 컸다. 속초도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만큼 관광객의 발길이 줄었고, 그렇다 보니 속초에 머무는 동네 주민들 역시도 외출을 삼가고, 소비도 줄였다.

 

그런데도 뉴욕제과는 추억의 맛을 다시 찾는 이들이 있기에 뉴욕제과의 명성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랜 단골이 서운하지 않도록, 요즘 세대가 지루하지 않도록 애쓰는 뉴욕제과는 오늘도 오랜 단골과 새로운 단골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갓 구운 빵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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