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명에게 물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과태료 3배에도 '여전'

일반 운전자들은 도로 위 무적자들을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박윤미 기자 | 기사입력 2021/09/03 [16:04]

[O명에게 물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과태료 3배에도 '여전'

일반 운전자들은 도로 위 무적자들을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박윤미 기자 | 입력 : 2021/09/03 [16:04]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골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습니다. 그동안의 일방향 보도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들과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뉴스입니다. 예민한 사안의 경우 의견을 주신 분들의 성함을 닉네임으로 대신하거나 블러 처리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올해 5월 11일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위반 차량에 대한 과태료가 일반도로 대비 세 배까지 인상됐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 아직 의문이다. 과태료 인상과 함께 실시된 서울시의 5월 단속 중에만 5916건이 단속됐으며, 이어 7월 말 2주에 걸친 단속에서는 5430대 불법 차량에 대한 과태료가 부과됐다. 과태료 인상 전인 지난 3월 특별단속에서는 1만 3077건의 단속이 이뤄졌다. 3월 단속 때와 비교하면 인상된 과태료가 적용된 5월과 7월의 적발 건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확실히 효과가 나타나고는 있다. 그렇다고 불법 주·정차 문제가 아예 뿌리 뽑힌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학교와 학원 등 어린이보호구역 주변에는 자녀를 위한답시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부모이면서 동시에 운전자인 사람들이 많다.

 

A씨는 택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8월 초 학원가 인근 도로에 차를 잠시 세워두고 두 개 건물 다섯 개 사무실에 택배를 전달하고 나왔다가 과태료를 문 일이 있다. 늘 배달하는 장소였는데 단속에 적발된 것은 처음이었다. 알고 보니 누군가 A씨의 차량을 몇 분 간격으로 두 차례 촬영해 안전신문고에 신고했다. 코로나19로 장사가 되지 않아 승용차를 이용해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었던 A씨는 과태료 고지서를 받아들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B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변의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대 도로를 지날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누르며 감정 컨트롤을 한다고 했다. 도로 하나를 점령한 학부모들의 불법 주·정차들 때문이다. 아이들의 안전을 외치는 이들이 뒤로는 당당하게 불법을 저지르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B씨. 그는 매번 신고를 고민하지만,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서울시는 코로나19 4단계 거리두기 중 초·중·고등학교가 개학함에 따라 '교통사고 없는 안전한 등하굣길'을 만들고자 이달 6일부터 17일까지 열흘 간 '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특별단속'을 대대적으로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시 발표에 따르면 단속 대상지는 서울시 내 어린이보호구역 1750개다. 서울시는 물론 서울 25개 자치구, 서울경찰청이 공조한다. 단속 시간은 오전 8시부터 10시, 오후 1시부터 6시. 이를 위해 총 65개 조 160명 단속반이 꾸려졌다.

 

시는 단속된 주·정차 위반 차량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때에 따라 견인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더라도 일반도로 상 주·정차는 차량 흐름을 방해하는 '불법'이며, 단속 대상이다. 사람 생명과 관련된 구급차 등이 아니고서야 어떤 이유로든 차가 달리라고 만든 도로 위에 차를 세워둬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짐을 실어 나르거나 배송을 목적으로 하는 차량 운전자 상당수가 도로 위에 차를 세워둔다.

 

많은 운전자는 업무용 차량에 대해 관대하다. 먹고사는 일이다 보니 어느 정도 이해와 배려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차선 변경이 수월하지 않은 시간대이거나, 우회전을 위해 끝 차선에서 주행하다 주·정차된 차량 때문에 한 차선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원래의 차선으로 나와야 할 때는 시간을 허비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로에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카메라가 늘어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누군가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고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타인에게 불편이나 손해를 끼쳐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때문에 국가는 그들에게 일정 금액의 벌금으로 주의를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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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영(20대·여·운전경력 1년) 씨의 아버지는 평생 운전을 업으로 한 사람이다. 봉고차를 사 도색한 뒤 어린이집과 어학원 등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 그는 학원 앞 도로에 차를 세우고 학원에 잠시 들어갔다가 나온 사이 불법 주·정차 단속에 적발됐다.

 

권 씨는 "학원 차량 운행하는 아버지도 학원 앞 도로에 잠시 차 댔다가 딱지 끊었는데 다른 차들이라고 별 수 있겠냐"며 "그 뒤로 아버지는 절대 도로에 차를 대지 않으신다. 귀찮아도 반드시 주차장을 찾으신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도로에 과속단속 카메라나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게 아니다 보니 카메라 없는 곳에서는 불법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물론 안전신문고 앱이나 120 다산콜센터(서울 거주자에 한함), 거주지 구청 또는 도청 등에 신고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5분 간격으로 두 장'과 같은 기준이 있다 보니 도로 위를 달리면서 불법 주·정차를 신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에 사는 40대 김승우 씨는 그런 점에서 "언제 어디서든 무관용을 원칙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퇴근 시에는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으나 주말에 가족들과 외출할 때면 차를 이용하는 김 씨. 그는 "기분 좋게 집을 나섰다가도 주차장도 아닌 도로에서 널브러져 있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보면 화가 난다. 회사에 주차할 자리가 마땅치 않은데다 근처에 공영 주차장도 없어 차가 있는데도 놓고 다니는데 이럴 때 보면 나 혼자 이래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그는 집에서 15분 위치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네 살 아들의 하원을 위해 아내가 차를 가지고 움직이는 일만큼은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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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경력 13년 차인 40대 박재원 씨 또한 주차장이 아닌 곳에서는 5분의 불법 주·정차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그는 “애들 픽업한다고 유치원, 학교 앞에 차 대놓는 엄마들 보면 저런 사람들을 위해 다수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속도를 30km까지 줄이며 주행하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박 씨는 “유치원이나 학교 같은 곳도 주차장을 만들든가 아니면 차를 가지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들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이나 추석 전 기간을 정해 재래시장 인근의 도로변 주차를 허용하고, 현수막까지 내붙이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재래시장 상인들과 시장을 이용하는 주민들을 위하면서 정작 도로를 지나는 수천 수백 대 차량 운전자들의 편의는 무시하는 것이다.

 

지난해 S구의 한 동네에서 이뤄진 '복합 정부청사 리모델링' 공사와 관련해 공사 차량이 어린이들의 통학구역 내 인도에 주차하는 일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있음에도 S구청이 적극 행정을 펼치지 않고 오히려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이 있었다. 민원인은 이 사실을 청와대 국민청원란에 게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별함’을 앞세워 불법을 조장하는 사례도 있다. 행정기관이 불법을 허용하는 순간 그것은 불법이 아닌 것이 된다.  

 

많은 운전자가 도로 위 불법 주·정차에 못마땅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운전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도로 위 불법 주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때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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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30대·여) 씨는 올해로 운전한 지 14년이다. 그는 영어 교습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교습소 앞에도 때때로 학부모들의 차량이 주·정차돼 있을 때가 있다. 그는 문제를 모르지는 않지만 작은 교습소이다 보니 별도로 주차장이 없어 학부모 상담 때마다 이 부분이 문제가 된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어린이보호구역뿐 아니라 주차장이 아닌 곳에 차를 세워둔 모든 차량에 대한 과태료를 매기기 전까지 불법 주·정차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여행하면서 놀란 것은 우리처럼 불법 주·정차 차량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차를 살 때 주차장이 반드시 있어야 하더라. 이런 점은 좀 본받았으면 좋겠다. 솔직히 서울 같은 대도시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급한 대로 자리 찾아 주차하고야 마는 운전자가 많은 것이다”고 말했다.

 

50대 오정혁 씨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는 다 운전자 책임이라고 알고 있다. 무슨 법이 이런가 싶지만 그래도 아이들 지키자고 만들어진 법이니 따라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린이보호구역 가면 일반도로 못지않게 불법 주차된 차들 많다. 벌금 3배 가지고는 턱도 없다. 한 10배는 돼야 엄마들이 차 가지고 나갈 생각을 안 한다. 아니면 수입에 따라 벌금도 달라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3배 인상된 과태료도 별것 아닐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2017년 출산율은 1.05명, 2020년 출산율은 0.84명이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아이들보다 귀한 것은 없다. 어린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린이보호구역 주변과 관련해 '민식이법'이 생겨났고 '옐로 카펫'이 깔렸다. 특히 민식이법은 자녀를 학교나 기관 같은 곳에 보내는 부모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빠르게 퍼졌으며 운전자라면 민식이법을 모를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지켜야 한다. 민식이법이 아니더라도 도로상 어린이들에게 가해를 입힐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속도를 따라야 할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특별단속뿐 아니라 올해 남은 4개월 동안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사망자 2년 연속 제로 수준 유지 및 교통사고 건수 줄이기를 위해 상시 단속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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