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히어로] 반려동물 잔혹 시절 '여름 휴가철'

7~8월 유기되는 동물 급증…전국 동물보호센터 정원 초과로 '비상'

박윤미 기자 | 기사입력 2021/08/25 [16:36]

[반짝 히어로] 반려동물 잔혹 시절 '여름 휴가철'

7~8월 유기되는 동물 급증…전국 동물보호센터 정원 초과로 '비상'

박윤미 기자 | 입력 : 2021/08/25 [16:36]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만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짝꿍)'라 고백하기도 합니다. 가족과 친구. 이 두 단어에는 아무래도 '사랑'과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 하나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 다른 생명을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짝 히어로]는 이처럼 사람과 동물 간의 특별한 사연들로 채워 나갑니다. 동물 관련 유의미한 일을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들도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기록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과 동물의 '온전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 지방의 한 국도변에 버려진 개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여름방학,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면서 사람들은 다시 평범했던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는 분명 분위기에서부터 차이가 있지만, 치열함과 경쟁에서 한 발 떨어져 잠시 쉬어도 되는 시간이었던 것만큼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쉬움 때문일까. 즐거웠던 시간은 때때로 후유증을 남긴다. 일하기 싫어진다든가 학교에 가기 싫다든가, 이대로 쭉 쉬고 싶다든가 하는. 대부분 이런 심리적 후유증은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일주일이면 극복할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 즉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의무와 결부되다 보니 마음을 눌러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때때로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극복할 수 없는 후유증도 있다. 여기 즐거움만 취한 채 의무는 저버린 양심 없는 이들이 휴가철에 남긴 선명하고 안타까운 후유증이 있다.

 

청주반려동물보호센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7~8월 여름 휴가철 유기되는 동물' 조사 결과를 보면 8월 1일부터 12일까지 보름도 안 되는 기간에 49마리 동물이 버려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8월에는 191마리(개 150마리, 고양이 41마리) 유기동물이 발견됐다. 2년 전인 2019년 8월에는 185마리 동물이 버려졌다. 

 

그렇다면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에는 어땠을까. 청주반려동물보호센터에 따르면 2019년에는 183마리, 2020년에는 152마리, 2021년에는 148마리가 버려졌고, 구조돼 센터에 입소했다. 하루 3~4마리이던 동물 유기 행위는 휴가철 평균 6마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 지방의 한 국도변에 버려진 개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청주반려동물보호센터는 매년 1800~2000마리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있다. 1일 평균 다섯 마리 동물을 구조하고 있다. 가장 많이 구조되는 동물은 개와 고양이. 대부분 주택가 인근에서 발견된다. 휴가를 떠나거나, 대학생들이 본가로 돌아가면서 버리는 동물이 많은 것이다.

 

센터는 버려진 지 오래된 들개를 포획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새끼 일곱 마리를 낳은 들개가 발견돼 어미까지 총 8마리를 포획,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청주동물보호센터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약 350마리 반려동물이 버려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센터는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을 넘겨 이미 포화 상태"라고 알렸다.

 

센터는 최대한 안락사를 미루고는 있으나, 입소 6개월을 넘긴 동물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킨다. 올해만도 148마리 동물이 안락사로 목숨을 잃었다.

 

유기동물 문제는 청주만의 것이 아니다. 지난 24일 전북도에 따르면 7월 초부터 이달까지 휴가 기간에만 약 1300여 마리 동물이 유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도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만 도내에서 5512마리 반려동물이 주인의 손에 의해 버려졌다. 하루에 23마리가 집이 아닌 곳에 내던져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유기됐다가 누군가로부터 구조된 동물은 무려 13만 마리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21%는 안락사됐다. 동물권 단체와 운동가들, 애호가 등의 '살려달라'는 처절한 외침은 커지는 데 반해 유기동물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 물론 이 수치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증가했다는 증명일 수도 있다. 수요가 많아진 만큼 유기동물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달 법무부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행법을 개정하고, 동물에게 최초로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이 통과돼 동물에게 법적 지위가 생기면 반려동물을 고의로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한 사람에게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같은 개정안 추진의 배경에는 반려동물 유기 및 학대가 있다.

 

▲ 사람의 손길을 피하지 않는 고양이. 누군가 키웠다가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누군가는 버리고 누군가는 살리는, 그래서 살만한 세상 


 

유기동물, 학대받은 동물이 늘어가는 안타까운 소식이 연이어 들리는 중이지만, 이들을 구조하고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는 훈훈한 소식도 늘어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는 '#사지말고입양하세요', '#버리지마세요'와 같은 해시태그를 단 입양 홍보 및 유기 방지 캠페인 피드가 자주 등장한다. 글을 퍼다 나르는 '리그램' 같은 행동 또한 동물애호가들의 피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NS가 발달하면서 유명 연예인과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의 동물권 관련 행동도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지난해 말 가수 이효리 씨의 개 '순심이'가 세상을 떠났다. 순심이는 이효리 씨가 동물권을 위해 자진해서 활동하게 만든 동물이다. 동물보호소에서 만난 순심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던 이 씨는 이후에도 버려진 많은 동물을 입양했다. 그의 남편 역시 진돗개를 입양해 자신의 성을 붙여 이름을 지은 일화로 유명하다. 이 씨의 이러한 움직임은 많은 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난 24일 방탄소년단(BTS) 영국 팬이라고 밝힌 아이리나 톰스(Irena Toms) 씨는 이 그룹의 멤버 정국의 생일(9월 1일)을 앞두고 정국이 태어나 자란 부산의 한 동물단체에 100달러를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이 여성 팬은 2019년에도 700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기부금을 받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측 관계자는 "부산이 고향인 BTS 정국을 위해 영국 현지에서 여성 팬이 소액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해왔다"며 "잊지 않고 정국 생일을 앞두고 마음을 전하는 이 여성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BTS 정국은 유기견을 반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전 세계 팬들은 그의 생일에 맞춰 부산지역 공공기관이나 사회단체 등에 후원하고 있다. 아이리나 톰스 씨 또한 정국의 유기견 입양 행보를 이어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이리나 톰스 씨는 기부금을 전달하면서 단체에 "정국의 강아지 역시 구조견이고 어쩌면 보호소에서 왔을 수도 있다"면서 "부산이 고향인 정국이 구조견을 키우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을 전하게 됐고, 정국 이름으로 또다시 기부한다"고 밝혔다. 

 

▲ 도심에 버려진 고양이(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정국 팬의 기부에 앞서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권유리 씨는 지난 18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 반려동물 제품과 후원금 약 1500만 원을 기부했다. 권 씨는 자신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사회공헌 브랜드인 'SMile' 사회봉사단의 유기동물 보호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경험을 살려 지속해서 유명인의 선한 영향력을 선보이고 있다.

 

유명 택배 브랜드 CUpost에서도 휴가 기간에 맞춰 반려동물 유기 예방 캠페인을 진행했다. CUpost는 TS트릴리온과 제휴 맺고, 이달 10~23일 CUpost 홈페이지에 반려동물 유기 예방과 관련한 댓글 1000개가 채워지면 'TS써니애견샴푸' 1000개를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인 포인핸드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캠페인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BGF네트웍스 관계자는 "일 년 중 여름 휴가철에 유기동물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유기동물에 관한 관심과 동물의 생명 존중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이 캠페인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제휴를 통해 CU편의점 택배 이용 고객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버려지는 동물이 많아지는 슬픈 뉴스 속에도 희망은 살아 꿈틀거렸다. 

 

청주반려동물보호센터에 따르면 올해 470마리 동물(개 318마리, 고양이 140마리, 기타 12마리)이 새 주인을 만났다. 구조 동물 전체의 50%가 입양에 성공한 것이다.

 

* 독자 여러분 주변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주저 말고 아래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동물의 개인기나 생김 등에 대해서는 제보받지 않습니다. 박윤미 기자 yoom1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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